위자료 어느 휴일, 아내와 동네 산책하다가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아내는 순두부찌개, 나는 황태콩나물국밥. 아내가 주문한 음식이 먼저 나왔고 잠시 후 종업원이 와서 내 메뉴가 주방에 잘못 들어갔다며 죄송하다고 어쩔 줄 몰라 한다. 나는 좀 늦어도 괜찮다고 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기다리는 동안 아내의 밥을 한 숟가락씩 슬쩍슬쩍 훔치고 있는데, 갑자기 떡갈비를 내어 온다. “죄송해서요. 서비스로 드릴게요.” 덕분에 여유롭고 푸짐하게 밥을 먹고 계산하는데, 또 한 번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를 한다. 상황이 이 정도 되니 오히려 마음이 불편했다. 왜 이렇게까지 미안해해야 할까? 생각이 깊어진다.
작은 실수에도 목소리가 높아지고, 사소한 불편에도 인터넷 후기와 별점이 칼날처럼 휘둘러지는 세상. 한 번의 실수에도 생존이 흔들리는 사람들. 바로 동네 식당 사장님과 종업원들, 하루하루 버티는 소상공인들이다. 치솟는 물가와 인건비에 배달앱 수수료까지 두껍게 얹힌다. 후기 하나가 장사를 뒤흔드는 만큼, 블랙컨슈머의 악의적 후기와 민원에도 속수무책이다. 일부 소비자는 익명에 숨어 칼날을 휘두르고, 점주는 그 모든 화살을 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이 구조 속에서 생긴 ‘과잉 사과’는 생존 본능이다. 점주들은 알고 있다. 낯선 고객의 후기 한 줄이 오늘 매출을 흔들고, 내일의 지속 여부까지 좌우한다는 것을. 우리는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동네 식당의 작은 실수 하나에는 그들의 피로, 두려움, 경제적 취약함이 켜켜이 쌓여 있다는 것을.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정확함과 신속함에 예민해지면서,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작은 여유와 실수마저 용납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은 시장·정책·플랫폼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사면초가다. 그래서 더욱 말하고 싶다. ‘괜찮아요~’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서민의 삶은 더 큰 힘을 얻는다. 그 한마디는 단순한 관용이 아니라,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연대다. “실수해도 괜찮다”는 말은 곧 “당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칼날이 되지 않겠다”는 약속이자 “우리 함께 힘내요”라는 응원이기도 하다.
우리는 때때로 엄청난 문제들 앞에서는 말을 아끼면서, 사소한 일에는 유난히 날카롭다. 김수영 시인의 질문이 다시 떠오른다.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맞다. 우리가 진짜로 분노해야 하는 건 늦게 나온 국밥이 아니다. 동네 가게들은 버티지 못해 문을 닫고, 생활비는 오르고, 서민의 삶은 숨 돌릴 틈이 없는 현실이다. 플랫폼이 막강한 힘을 쥐고 수수료 구조를 일방적으로 정하는 상황, 소비자의 악성 후기가 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는 구조적 불균형이다.
그러니 작은 실수엔 마음을 풀고 “괜찮아요~”라고 말해주자. 그것은 누군가의 하루를 지켜주는 응원이자, 골목상권을 살리는 에너지이며, 서민끼리 서로를 붙잡아주는 연대의 언어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에게 부드러워진 사람들이 언젠가 ‘정말 괜찮지 않은 일’ ‘참지 말아야 할 일’ 앞에서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동네 가게가 사라지는 현실, 불합리한 수수료 체계, 블랙컨슈머의 갑질을 가능하게 만드는 제도의 빈틈. 우리가 함께 분노해야 할 대상은 바로 그것들이다.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에는 민간기업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처음으로 발사체의 제작·조립 총괄을 맡았고, 300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했다. 민간기업이 우주 개발 산업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에 대한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국내는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안정적인 수요 창출을 통한 성능 개발·검증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4번째 누리호는 국내 우주 기업들의 기술이 집약돼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뒤 제작 총괄을 맡고, 누리호에 탑재된 엔진 6기의 총조립도 담당했다. 그간 정부 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제작을 주관했던 누리호 1~3차 발사 때와 달리 처음으로 민간이 발사체 제작을 주관하게 된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누리호를 쏘아 올린 제2발사대 기반시설(지하 3층·약 6000㎡) 공사를 완료하고 발사대 지상 기계 설비, 추진제 공급 설비, 발사 관제 설비 등 발사대 시스템 전 분야를 독자 기술로 설계·제작·설치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누리호에 실린 ‘차세대 중형위성 3호’ 개발을 주관했다.
국내 우주 기업들은 향후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수출 시장’을 넓힌다는 포부다. 특히 KAI는 누리호 발사 성공에 대해 “국내 민간 주도 우주 산업화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첨단 위성과 재사용발사체 사업까지 서비스를 확대해 대한민국의 우주 경제 글로벌 강국 실현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민간 참여의 발사 성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해외 우주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고 진단했다. 뉴스페이스 산업을 육성하려면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발사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우주 산업계가 핵심 부품 등 성능을 높이기 위해 개발을 이어가고, 세계 시장이 국산 부품의 성능을 신뢰하려면 실제 발사를 통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효충 카이스트(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주 위성 수요는 공공 측면이 많았고, 이는 해외도 마찬가지”라며 “공공에서 수요를 받쳐주면 민간에서도 발사체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김영민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사무국장은 “상업성이 목표인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으려면 지속적인 발사로 국산 부품의 성능을 개량하고 원가를 절감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우주 위성을 활용해 실생활에서 효용 가치를 만드는 사업 계획과 제품을 만들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위성 활용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레 발사체 수요도 늘어나고 이를 통해 가격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