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팔로워 제주 해안가에서 16번째 차(茶) 위장 마약이 발견됐다.
제주해양경찰청은 26일 오전 11시15분쯤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해안가 습지에서 초록색 우롱차 봉지에 담긴 케타민 1kg을 식물 조사 중인 연구원이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제주에서 발견된 차 봉지 위장 마약은 지난 9월 말부터 현재까지 16차례에 달한다. 발견된 양을 더하면 모두 35㎏이다.
앞서 지난 24일 경북 영덕군 병곡면 백석해변 인근 해안가에서도 ‘茶(차)’ 글자가 인쇄된 포장지에 담긴 마약 1㎏이 발견됐다. 이번 제주에서 발견된 것과 유사한 초록색 우롱차 포장이다.
해경은 제주, 포항, 영덕에서 마약류와의 연관성과 유입 경로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앞서 해경은 마약이 담긴 봉지 겉면에 한자로 ‘차’가 쓰여 있는 점, 해류와 바람의 방향, 해양 쓰레기 유입 지점과 마약 봉지 발견 지점이 유사한 점, 포항과 일본 대마도 등에서도 같은 형태의 마약이 발견된 점 등을 고려해 동남아 인근에서 해류를 따라 흘러들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년이 두꺼운 국어사전이라면 초겨울은 격음의 시간에 해당한다. 수분 빠진 낙엽들은 ‘ㅊ, ㅋ, ㅌ, ㅍ’처럼 거칠고 비틀리고 꼬부라진 모양으로 지면에 깔린다. 찢어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마른 잎 밟을 때마다 자지러지는 소리가 나는 건 이 때문이다. 가지에서 툭, 떨어지는 낙엽들. 점점 추워지는 날씨도 한몫을 한다.
무른 바위 우세한 산기슭에서 잎사귀들의 순한 표정은 올봄의 일이었다. 물결처럼 출렁이던 잎들의 전성시대는 여름. 이제 모두 새우처럼 등을 굽히며 뒤틀린다. 어디 급히 지나가는 쓸쓸이라도 발견하면 다람쥐가 도토리 줍듯 데려다가 입안에 여러 개 저장하고 싶은 늦가을이었다. 세상의 포부를 잔뜩 담았다가 활짝 피었던 그 모든 꽃봉오리들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대궁 위에 꽃받침만 남았다. 이제 단풍도 지나 낙엽의 시기다. 단풍이 색이라면 낙엽은 태도 아닌가.
일산에서 모처럼 저녁 약속. 지하철 3호선 종점인 대화는 한자로 쓰면 ‘大化’다. 대단한 변화라는 뜻인가. 낙엽이야말로 지상의 삶을 끝내고 지하로 들어가야 할 차례이니 대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바닥으로 바로 들어갈 수는 없다. 몸은 낮추었지만 더 작아져야 한다. 보통 작아지는 게 아니라 지상에서의 외투를 벗고, 먼지만큼 작아지고서야 녹아들 수 있다. 바닥은 바다처럼 새로운 문명의 발상지다. 약속 시간 지나도 동무는 아니 오고 맞춤하게 격음이 골고루 등장하는 동시 하나를 찾았다. “잠잘 곳이 없어서/ 늙은 잠자리/ 바지랑대 갈퀴에/ 혼자 앉아서/ 추운 바람 서러워/ 한숨 짓는데/ 감나무 마른 잎이/ 떨어집니다.”(‘늙은 잠자리’, 방정환)
새삼 생각하느니 나도 낙엽처럼 늘 누구를 따라다니는구나. 바람이 데리러 와도 떨어진 잎들은 골목마다 슬하를 떠나지 않으려는 자식처럼 어깨동무 걸고 진을 치더니 이제는 마른 낙엽 되어 우르르 우르르.
거리마다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낙엽들 보다가 대화역 버스정류장 옆 구두수선방의 조그만 입간판까지 보게 되었다. ‘금이빨 삽니다.’ 구두와 이빨. 대체 무슨 상관이길래 둘은 바닥에 서로 묶여 있는가. 늙은 잠자리에게 물어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