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성범죄전문변호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통화하면서 ‘대만 문제로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조언했다는 미국 언론 보도에 대해 일본 정부는 외교상 대화라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NHK는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이 27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언 관련 보도가 사실인지에 관한 질문에 “회담(통화)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외교상 대화이므로 답변을 자제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기하라 장관은 “전화 회담에서 두 정상은 미일동맹 강화, 인도·태평양 지역이 직면한 정세나 여러 과제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직후 언급한 내용을 되풀이해 소개했다. 기하라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의 미중 관계에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며 “양 정상은 현재의 국제 정세에서 미일 간 긴밀한 연계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27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 사이에 사태 진정을 위해 협력해 나가자는 뉘앙스의 얘기가 있었다”면서 “자제를 요구 받은 일은 없다”고 말했다고 NHK는 전했다.
앞서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미국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와 통화에서 대만 관련 발언의 성량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중일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카이치 총리와 연이어 통화했다.
기하라 장관은 주일 중국대사관이 전날 일본에 있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안전에 유의하라고 당부한 데 대해 “하나하나 논평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사실관계에 반하는 중국 주장에는 반론을 제기하며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함께 반도체 콘셉트의 스낵 제품 ‘허니바나나맛 HBM 칩스(Chips)’를 출시했다고 26일 밝혔다.
HBM 칩스는 ‘허니(Honey) 바나나(Banana) 맛(Mat) 과자(Chips)’의 약자다. 회사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반도체를 의미하는 칩(Chip)을 중의적으로 표현했다.
과자는 반도체 칩을 본뜬 사각형 모양이다. SK하이닉스는 “고소한 옥수수칩에 허니바나나 맛 초콜릿을 더해 씹을수록 은은한 초코바나나 향이 퍼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제품에 동봉된 스티커 카드의 일련번호로 응모하면 1등 금 10돈을 비롯해 다양한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SK하이닉스는 일반 대중이 반도체를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이번 제품을 기획했다. 회사는 “딱딱한 기업간거래(B2B) 기술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넘어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시도”라며 “과자를 먹는 즐거운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반도체와 우리 회사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회사는 다음달 HBM 제품을 의인화한 캐릭터도 공개할 계획이다. 이 캐릭터는 ‘최신형 HBM 칩을 탑재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라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 향후 SNS, 유튜브, 굿즈, 체험형 프로그램 등 다양한 통로에서 캐릭터를 활용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전문적이고 어렵게만 여겨지던 반도체 기술을 일상의 재미있는 경험으로 연결하는 브랜드 혁신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내가 독일에 있는 친구와 몇달간 집을 바꾼다고 했을 때 가장 눈을 빛낸 것은 엄마다. “유럽…” 엄마는 맛있는 거라도 상상하듯 말했다. 그녀의 말로 엄마는 육십이 넘도록 외국을 나가본 적이 없었다. 태국도 가고 대만도 가고 일본도 다녀왔지만 외국은 아니었다. 엄마에게 외국은 ‘유럽’이었다. “어릴 적부터 그렇게 배웠어.” 엄마는 말했다.
마침 엄마가 일을 쉬는 달이었다. 엄마가 일하는 노인일자리는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데, 그것도 1~2월엔 일을 주지 않는 공백기였다. 백수 신세인 셈이다. “오실래요?” 선뜻 물으려다가도 말끝이 흐려졌다. 날씨 좋은 계절에 엄마 친구들과 함께 가이드 끼고 오시면 좋을 텐데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그럴 시간과 돈은 없어왔다. 그럼에도 생전 처음 가는 유럽이 이토록 해가 짧고 추운 겨울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때 엄마의 눈빛이 유리알처럼 빛났다. 그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갈 수 있다는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나네.”
그래서 엄마의 비행기표를 끊었다. 만약 비행기를 타지 못한다고 해도, 엄마에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중요한 일이 될 것 같아서다. 엄마는 면사무소에서 준 달력에 크게 동그라미를 쳤다. “내 생에 유럽이라니. 말도 안 돼.” 먼 곳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에 너무 많은 것이 담긴 것 같았다.
문제는 내가 먼저 떠나고 엄마가 나중에 오시기에, 엄마 혼자 이 먼 곳까지 오셔야 한다는 점이었다. 비행시간만 최소 15시간 이상이었다. 직항도 없었다. 이런 경우가 없을까 싶어 인터넷을 뒤져봤다. 없는 게 없다는 유튜브에도 환갑 넘은 아줌마 혼자 장기 비행을 도전할 때 팁을 알려주는 릴스는 없었다. 그제야 남편도 자식도 없이 먼 길을 혼자 떠나게 된 엄마의 운명이 기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효를 저지르는 것인지 불효를 저지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서울 가는 버스를 타는 것도 번번이 예매에 실패해 매번 나에게 전화를 거는 엄마였다. 영어도 모르고 여행은커녕 공항조차 혼자서는 가본 일이 없는 엄마였다. 나는 복잡한 공항 안에서 허우적대는 엄마를 금방 상상할 수 있었다.
빈 종이에 비행기 편명부터 커다랗게 적었다. “엄마가 타야 하는 비행기 이름이에요.” 가장 걱정인 것은 환승이었다. 수많은 표지판 사이에서 사람들 틈에 휩쓸려 엉뚱한 데로 가기 십상이었다. 휴대폰 사용도 어려울 뿐 아니라 와이파이를 얻기 위해 키오스크 등을 이용해야 했다. 물론 언어는 모두 영어이고 말이다. 엄마는 내가 영어와 그 발음을 대문짝만하게 쓰면 더듬더듬 따라 읽었다. “엄마. 내리면 트랜스퍼라고 쓰여 있는 표지판으로 쭉 가는 거야.” 나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이라고 쓰고 엑스표를 그렸다. “여기는 가면 절대 안 돼.” 엄마가 물었다. “파이널, 데스티니?” “아니, 엄마. 그거는 운명이고. 이거는 데스티네이션. 목적지예요.” 엄마는 데스티네이션을 몇번 따라 읽었다. 그리고 불렀다. “데스티니~ 유얼 마이 데스티니~”
쓰다 보니 챙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공항에서 해야 할 일, 환승할 때 해야 할 일, 도착해서 해야 할 일, 공항 표지판 영어 단어장까지 내용이 너무 방대해져 결국 컴퓨터 문서로 다시 정리했다. 커다란 폰트로 인쇄했더니 A4용지로 14장이 되었다. 제목은 엄마 유럽 여행안내서였다. 내가 두 달 치 짐을 싸는 것보다 이걸 만드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혹시나 길을 잃었을 경우를 대비해 ‘○○번 비행기를 타는 길을 알려주시겠어요?’ 같은 말을 영어로 크게 인쇄한 카드도 제작했다. 언제라도 누구를 붙잡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엄마는 내가 쓴 종이들을 끌어안고 침실로 갔다. 여전히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엄마는 해낼 수 있을까. 생의 가장 큰 비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나는 엄마의 운명을 상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