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을 방해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로 특별검사로부터 구속영장이 청구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법원의 추 의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2·3 불법계엄 1년인 다음달 3일 전후 열릴 것으로 보인다. 추 의원 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정국에 파장이 예상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무기명 비밀투표로 추 의원 체포동의안을 출석 의원 180명 중 찬성 172명, 반대 4명으로 가결했다. 기권은 2명, 무효는 2명이었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하며 “추 의원은 국회의원이자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로서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불법적인 비상계엄을 즉시 해소시킬 책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로부터 불법 비상계엄에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의원들의 심의 표결권을 방해하는 등 내란중요임무 종사를 했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신상발언에서 “특검은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억지로 꿰맞춰 영장을 창작했다”며 “저는 우리 당 국회의원 그 누구에게도 계엄 해제 표결 불참을 권유하거나 유도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영장 청구는 국민의힘을 위헌 정당 해산으로 몰아가 보수 정당의 맥을 끊어버리겠다는 내란몰이 정치공작”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 의원이 신상발언을 마치자 박수치며 그를 격려한 뒤 본회의장을 퇴장해 표결에 불참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의사를 밝힌 추 의원도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체포동의안 가결로 추 의원은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게 됐다. 앞서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난 3일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은 계엄 당시 당 의원총회 장소를 세 차례 바꿔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계엄 해제 표결에는 당시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8명만 참여했다.
정치권에서는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불법계엄 1년인 다음달 3일 전후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추 의원 구속영장이 인용되면 이를 지렛대 삼아 국민의힘을 향한 내란 청산 공세를 강화하고 위헌정당해산 심판 청구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위헌정당해산심판과 같은 당의 존립 위기가 다가올 것을 우려해 대여 투쟁 수위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추 의원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민주당은 영장을 기각한 사법부를 비판하고 사법개혁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영장 기각을 빌미로 내란 동조 프레임의 허위성을 주장하며 내란 특검 도입을 추진한 민주당에 반격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영장 기각을 핑계로 불법계엄 1년이자 장동혁 대표 취임 100일인 다음달 3일 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거나 수위를 낮출 가능성도 거론된다.
장 대표는 추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직후 열린 규탄대회에서 “야당을 없애기 위해 의회민주주의의 심장에 칼을 꽂은 정치 테러”라며 “오늘 민주당 의원들이 누른 찬성 버튼은 내란몰이 종식 버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김영삼 국회의원 제명은 1987년 민주화로 이어지는 거대한 역사의 출발점이었다”며 “독재에 맞선 시민들의 분노는 부마항쟁으로 타올랐고 곧바로 유신체제가 무너졌다”고 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헌정사 초유의 사태였던 12·3 불법비상계엄 당시,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고 내란에 동조한 추 의원의 혐의에 대해 국회가 내린 당연한 결단이자 사필귀정”이라고 밝혔다. 백선희 조국혁신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추 의원은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언했지만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꿔 퇴장했다”며 “국회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이지 내란 동조자들의 최후의 피난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협상과 관련해 “사실 통상 쪽은 ‘네버엔딩스토리‘(끝나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대한 사랑, 통상을 레버리지로 삼아서 국제관계에서 활용하려고 하는 게 너무나 강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미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 체결 등으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줄었지만, 구체적인 이행 방안 등 협의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남아있어 “긴장을 늦추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취지다.
여 본부장은 “지난 수십년 동안 이해한 자유무역 형태는 당분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이 이어지면서 국가안보와 경제를 둘러싼 ‘새판짜기’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1기 이후 집권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수출 통제 등 경제·안보 조치를 계승·강화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산업정책을 쓰고 안보와 경제를 융합하는 추세는 앞으로도 상당 부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는 “1~2년 사이에 구도가 확 바뀌는 산업은 아니다”라며 “우리의 가장 비슷하고 가장 큰 경쟁 상태는 대만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미는 팩트시트에서 반도체 관세에 대해 ‘교역 규모가 크거나 비슷한 국가와 비교했을 때 한국에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합의했다. 이론적으로 한국보다 교역 규모가 작은 국가는 더 유리한 품목 관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어 문제가 제기됐는데, 이를 일축한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국을) 대만과 유사한 대우를 한다고 돼 있고 대만도 (미국과) 협상 중”이라며 “한국과 대만이 협력을 통해 가장 유리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여지는 아직 열려있다”고 말했다. 대만의 대미 반도체 관세가 한국의 관세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만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팩트시트 등 한·미 합의에서 가장 우려가 나왔던 농산물 검역 효율화 항목에 대해서는 “절차적인 측면에 있어서 양측 간 오해를 방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 국민의 건강이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실체적인 부분은 전혀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검역과 관련해 양국의 오해나 소통 부재가 있어 절차 분쟁 소지를 없애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여 본부장은 이번 합의에서 배제된 철강 품목 관세에 대해서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초기부터 굉장히 강하게 (철강 품목 관세 인하를) 요청했지만 미국도 굉장히 단호했다”며 “협상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도 다양한 계기를 통해서 계속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