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흥신소 중·일 정상과 연달아 통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중국 매체들은 외교적 승리로 평가하며 안도하는 전문가들의 반응을 전했다. 중국의 대일 압박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매체들은 2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소식을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중국에 있어 대만 문제의 중요성을 이해한다”고 말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과 중·일 정상 간의 통화는 미국이 대만 문제에 섬세한 균형 잡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차이량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원 동북아연구센터 소장은 관영매체 펑파이신문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만 문제에 관한) 침묵 자체가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며 “미·일동맹 구조가 전화 한 통화로 바뀌지는 않겠지만 일본은 동맹에서 버려질까 두려워하고 미국은 동맹국의 일방적인 행동이 불필요한 갈등으로 이어질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와 나눈 대화는 동맹국들에 대만이 현재 외교적·안보적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매우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외교 분야에서 대만 문제를 다루는 데 도움이 된다”고 SCMP에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 비난과 중국의 반격 의지를 알리는 데 총공세를 쏟던 중국 매체들은 일본이 이번 갈등으로 향후 입게 될 경제적 타격을 강조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신화통신은 26일 다시로 히데토시 시그마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 인터뷰를 통해 일본의 관광, 소매, 영화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시로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1~3분기 동안 중국 본토와 홍콩 관광객이 일본 내 총 인바운드 관광 지출의 약 30%를 차지한다며 중국의 여행 자제령은 특히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의 고용창출에 더 큰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항공시장 플랫폼 시리움을 인용해 지난 24일 기준 항공사들은 일본행 항공편을 열흘 전과 대비해 268편, 약 9만 7000석을 감축했다고 전했다. 또 올해 3분기 중국인 관광객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은 1622달러(약239만원)에 달하는 반면, 다른 해외 관광객의 지출액은 1488달러(약219만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앞서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 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본토 여행객이 계속해서 일본을 피할 경우 일본 경제가 내년에 1조4900억엔(약14조254억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중국 매체들의 이 같은 보도는 중국이 추가 대일압박에 숨을 고르고 기존 조치의 효과를 기다리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중·일갈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확인한 이상 중국에 역풍을 부를 수 있는 추가 경제 제재 카드 사용에는 신중하겠다는 견해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쉬웨이진 화남이공대 교수는 “중국이 보호주의에 맞서는 개방적이고 규칙에 기반을 둔 무역강국 이미지를 내세우는 상황에서 일본에 대한 지나친 경제적 강압은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고 SCMP에 말했다. 덴마크 단스케은행의 앨런 폰 메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은 공급망을 무기화한다는 세계적 비난을 피하고자 일본에 강력한 피해를 줄 수 있는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 사용을 주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23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는 ‘군비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정당화하며 중국은 개발도상국들과 함께 희토류 공동개발로 공급 확대에 나서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중국도 EU와 미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와 관련해 제기하는 비판을 상당히 신경 쓰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리 총리 발언에 근거하면 일본이 군사행동에 나서면 수출 통제를 단행할 명분이 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6일자 당의 공식 입장을 전하는 국제문제 칼럼 ‘종성’에서 “일본은 평화헌법을 고수해야만 세계에 기반을 확립할 수 있다”고 논평했다.
김건희 여사의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전직 대통령실 행정관이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기 전 김 여사로부터 ‘가방을 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허위진술을 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그는 수사기관 조사 때와 달리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김 여사에게 건넨 금품을 자신이 직접 전달받았고, 김 여사 요청으로 이를 샤넬 매장에서 다른 물품으로 교환한 일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26일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 여사의 재판을 열고 유모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김 여사는 재판에 출석했으나 유 전 행정관 증인신문이 진행되기 전 건강상 이유로 퇴정해 구치소로 돌아갔다. 유 전 행정관은 코바나콘텐츠 직원 출신으로 최근까지도 김 여사를 보좌하는 최측근이었다.
유 전 행정관은 이날 ‘서울남부지검과 특검에서 조사를 받기 전에 어떻게 진술할지 피고인(김 여사)과 논의한 사실이 있나’라는 특검 측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김 여사는 전씨로부터 받은 가방이 “2개 있고, 네가 교환했던 가방이 맞다”면서 “(수사기관에) 가서 건진 고문님 심부름을 한 걸로 얘기해주면 안되겠냐”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는 “김 여사 부탁대로 허위 진술을 해도 ‘나한테 큰 죄가 될까’ 하는 생각으로 김 여사 말에 따랐다”고 한다.
특검 측이 ‘본인에게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허위진술을 한 거냐’고 따지자 유 전 행정관은 “깊이 반성하고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저도 부탁을 받고 그렇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유 전 행정관은 서울남부지검 첫 조사에서 ‘샤넬 가방을 전씨에게서 받은 적도, 교환한 적도 없다’고 진술했던 것에 대해서도 “저는 (김 여사와) 정하고 온 대로 대답을 해야 했다”며 “조사 전에 부탁받은 그 취지로 했기 때문에 저렇게 진술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 전 행정관은 통일교 측이 건넨 ‘선물’을 처음 전달받은 경위도 이날 법정에서 설명했다. 그는 2022년 7월 초쯤 전씨의 처남으로부터 ‘카트를 가지고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주차장에서 만나 여러 물건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카트를 끌고 갔더니 그분이 물건을 실어줬다”며 받은 물건을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사저로 올려보냈다고 했다. 다만 보자기에 싸인 물건과 쇼핑백 등이 카트에 가득 실릴 정도의 양이었던 것만 기억나고, 어떤 물건이 들어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가 선물받은 샤넬 가방 2개를 2022년 4~7월쯤 매장에 들고 가서 다른 가방 3개와 구두로 교환한 적이 있다고도 인정했다. 다만 그는 김 여사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진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대해선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날 재판에는 통일교 측이 김 여사에게 건넨 가방과 목걸이 등을 직접 구매한 통일교 간부 윤영호씨와 그의 아내 이모씨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재판부는 이날로 증인신문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고 다음 달 3일 김 여사에 대한 마지막 재판을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