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내구제 새벽마다 문 앞에 놓인 택배상자는 이제 한국 소비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빠른 배송은 일상의 편리함을 주지만 그 편리함이 누군가의 밤과 건강을 대가로 유지된다는 사실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최근 쿠팡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와 과로 논란은 새벽배송 체계의 현실을 다시 보여주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으며, 특히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대형 쇼핑 이벤트가 다가오면 노동의 취약성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유럽과 영국도 예외가 아니다. 아마존 물류센터는 쇼핑 성수기가 다가오면 주당 60시간 가까운 노동을 요구한다. 로봇과 알고리즘이 노동자의 속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통제하며, 하루 수만보를 걸어야 하는 창고 노동자들은 만성 통증과 부상을 호소한다. 영국에서는 창고 노동자의 80% 이상이 지속적인 근골격계 통증을 경험하며, 이들의 부상 신고는 매년 늘고 있다. 작업 속도가 조금만 떨어져도 ‘시간 초과’ 경고가 울리고, 이는 해고와 직결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속도를 맞춰야 한다.
유럽의 플랫폼 배달 시장에서는 젊고,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이 이러한 노동을 가장 많이 떠안는다. 최근 연구자들은 특히 미등록 이주민 배달노동자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공식 계정을 만들 수 없어 다른 이들의 계정을 빌려 일하며, 법적 보호 밖에서 위험한 노동을 감수한다. 사고가 나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장비비와 계정 사용료를 충당하기 위해 하루 12~15시간씩 일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한국에서도 외국인 배달노동자가 타인의 명의와 계정을 빌려 일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를 둘러싼 관심과 제도적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빠른 배달’이 전 세계 시장의 기본값이 되면서 기업은 위험을 하청과 플랫폼 구조에 떠넘기고, 알고리즘은 노동자의 속도와 휴식을 철저히 통제한다. 그 결과 노동자는 점점 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고, 소비자가 아무 때나 버튼 하나만 누르면 상품이 도착하는 세계가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았다.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시기가 다가오면 이 구조는 더욱 가속화된다.
한국의 새벽배송 기사들은 평소의 몇배에 달하는 물량을 처리해야 하고, 유럽과 영국의 플랫폼 배달과 아마존 물류센터도 비상 체제로 운영된다. 기업은 임시 단기 인력을 급히 투입하고, 그만큼 사고와 과로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는 영국, 독일, 미국 등 20개국 이상에서 수천명의 아마존 노동자들이 파업과 시위를 벌여 더 나은 노동환경과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모든 상품이 정말 다음날, 혹은 몇시간 안에 도착해야 할까? 우리의 편리함을 위해 누군가의 수면을 빼앗고 건강을 희생시켜도 괜찮은가? 한국, 영국, 유럽의 사례는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물류 시스템 전반이 속도 경쟁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조적 문제이며, 동시에 소비자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결과임을 보여준다. 우리가 ‘조금 느려도 괜찮다’는 인식과 감각을 회복하지 않는 이상, 편리함의 비용은 앞으로도 계속 노동자에게만 전가될 것이다.
지방노동위원회 소속 조사관들이 노사 합의로 교섭이 종결된 사업장을 찾아 자신들을 통해 교섭이 ‘사후조정’된 것처럼 처리해달라고 요구한 사건과 관련해 중앙노동위원회가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27일 취재를 종합하면 중노위는 지난 18일 경기지노위 소속 A조사관 등 2명에 대한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A조사관 등은 지난 8월21일 경기 평택에 위치한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 노조 사무실 2곳을 찾아가 “지노위에 사후조정을 신청해 합의한 것으로 해줄 수 있느냐”고 요청한 바 있다.
지난 9월1일에도 이미 파업하기로 잠정 합의된 성남의 B사업장을 찾아 “파업 대신 사후조정 신청으로 변경하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권유하기도 했다. 이들이 찾아간 사업장 3곳 모두 요구를 거절해 실제 사안이 변경되거나 꾸며지지는 않았다.
건전한 노사 교섭을 독려해야 할 조사관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노동현장의 현실을 왜곡하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노동계에서는 이 같은 행위가 그동안 지역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던 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일자 경기지노위는 “적절하지 않은 행위”라고 인정하면서도, 해당 조사관들에게 징계 조치 등은 내리지 않았다. 해당 조사관들에 대해선 “교육과 지도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중노위에 해당 조사관들에 대한 ‘특정 감사 청원’이 접수됐고, 중노위는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중노위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내부 조사 등을 토대로 해당 조사관들에 대한 처분을 내릴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 하동군이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이 세계중요농업유산에서 인증받은 것을 계기로 ‘재첩 산업 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했다고 26일 밝혔다.
하동군에 따르면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은 국내 어업 분야 최초로 유엔 식량농업기구로부터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인증받았다.
군이 제시한 장기 정책 방향은 재첩 채취 전통 유산의 보존 또는 전승, 자원 회복, 생태환경 관리, 문화관광 융복합, 고부가가치 산업화, 유통 구조 혁신 등 5개 축으로 구성된다.
하동군은 우선 재첩 어업의 기록화, 디지털 아카이빙, 어업인 명인 인증제, 전통어업 전승 학교의 운영 등 여러 노력을 펼칠 예정이다.
지속적이고 과학적인 생태환경 관리로 재첩 자원을 복원하고 청정 섬진강의 생태계를 적극 보존하기 위해 재첩 서식지 실태조사, 보호수면 확대, 산란기 집중 보호, 우량종자 방류 및 이식 등 자원관리 프로그램도 내실 있게 운영할 계획이다.
지역 어업인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재첩 자동 선별기 도입, 스마트 유통가공시설 구축 등 미래형 기반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하동군은 재첩을 주제로 한 생태 체험 관광자원도 개발·확장한다. 재첩을 단순 먹거리와 생태 자원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핵심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생태 체험 관광프로그램, 재첩 스토리텔링 콘텐츠, 재첩길 및 재첩 축제 등 차별화된 관광 상품을 통해 세대별·취향별 관광 요구에 대응한다.
재첩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능성 가공식품, 프리미엄 브랜드 상품 개발도 지원한다. 청년·여성 창업과 연구개발(R&D) 센터 설립 등 산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재첩 원산지 명예감시원 운영, 섬진강 재첩 지킴이 사업 등을 통해 불법 채취와 유사품 유통을 사전 차단하고 프리미엄 산지 직송 유통망 확대 및 온라인 판로 개척도 병행한다.
하동군 관계자는 “재첩 산업이 하동의 경제·생태·문화의 핵심 축임을 인식하고 전통 보존은 물론 미래 산업화에 기반한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