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당일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에는 민간기업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처음으로 발사체의 제작·조립 총괄을 맡았고, 300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했다. 민간기업이 우주 개발 산업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에 대한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국내는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안정적인 수요 창출을 통한 성능 개발·검증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4번째 누리호는 국내 우주 기업들의 기술이 집약돼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뒤 제작 총괄을 맡고, 누리호에 탑재된 엔진 6기의 총조립도 담당했다. 그간 정부 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제작을 주관했던 누리호 1~3차 발사 때와 달리 처음으로 민간이 발사체 제작을 주관하게 된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누리호를 쏘아 올린 제2발사대 기반시설(지하 3층·약 6000㎡) 공사를 완료하고 발사대 지상 기계 설비, 추진제 공급 설비, 발사 관제 설비 등 발사대 시스템 전 분야를 독자 기술로 설계·제작·설치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누리호에 실린 ‘차세대 중형위성 3호’ 개발을 주관했다.
국내 우주 기업들은 향후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수출 시장’을 넓힌다는 포부다. 특히 KAI는 누리호 발사 성공에 대해 “국내 민간 주도 우주 산업화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첨단 위성과 재사용발사체 사업까지 서비스를 확대해 대한민국의 우주 경제 글로벌 강국 실현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민간 참여의 발사 성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해외 우주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고 진단했다. 뉴스페이스 산업을 육성하려면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발사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우주 산업계가 핵심 부품 등 성능을 높이기 위해 개발을 이어가고, 세계 시장이 국산 부품의 성능을 신뢰하려면 실제 발사를 통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효충 카이스트(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주 위성 수요는 공공 측면이 많았고, 이는 해외도 마찬가지”라며 “공공에서 수요를 받쳐주면 민간에서도 발사체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김영민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사무국장은 “상업성이 목표인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으려면 지속적인 발사로 국산 부품의 성능을 개량하고 원가를 절감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우주 위성을 활용해 실생활에서 효용 가치를 만드는 사업 계획과 제품을 만들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위성 활용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레 발사체 수요도 늘어나고 이를 통해 가격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는 취지다.
스위스서 만나 우크라 안전보장 방안 재확인…내용은 공개 안 해영토 포기·군대 축소·나토 가입 영구 포기 등 쟁점 ‘타협 가능성’수정 조항에 러시아 측 반대 땐 종전 논의 ‘제자리걸음’ 될 수도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의 쟁점과 관련해 서로 이견을 좁히고 ‘평화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르면 27일(현지시간)까지 28개 조항의 평화협정안을 완성하고 발효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종전 논의는 또다시 공전할 가능성이 있다.
미 국무부는 23일 ‘미·우크라이나 회동에 대한 공동성명’ 자료를 내고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업데이트되고 정교화된 평화 프레임워크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이번 회담은 상호 존중의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양측은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 달성에 대한 공동 의지를 확인했다”며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고 명확한 향후 조치를 도출하는 데 있어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어떠한 합의도 우크라이나 주권을 온전히 보장하며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평화를 담보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프레임워크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이날 오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비서실장은 제네바에서 만나 미국이 초안한 평화협정안에 대해 이견을 조율했다. 미국은 초안을 만들기 위해 약 3주 전 러시아·우크라이나와 각각 협의를 개시했고 우크라이나와는 최근 나흘에 걸쳐 집중적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10개월간 이 일에 관여한 결과 러·우크라이나 양측의 우선순위와 레드라인,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아주 잘 파악하게 됐다”며 “오늘 제네바에서 28개 또는 26개 조항 중 미해결 항목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게 목표였는데 이 목표를 매우 실질적인 방식으로 달성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많은 변화가 있다”며 “중요한 것은 미국 대표단과 대화가 진행 중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팀이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신호가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종전 협상의 최대 쟁점인 영토 할양 문제나 전후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방안 등과 관련해 미·우크라이나가 타협점을 찾은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앞서 외신들은 미국이 만든 28개 조항에 우크라이나가 동부 전선 영토를 러시아에 넘기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영구히 포기하며 군대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안보 제공을 약속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동의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오는 27일까지 평화협정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압박했지만 양국 간 논의가 진전됨에 따라 마감 시한이 연장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루비오 장관은 “매우 합리적인 기간 안에 (최종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낙관한다”면서도 “그날이 목요일(27일)이든 금요일이든 다음주 월요일이든, 곧이기를 원한다”고 했다.
미·우크라이나 간에 평화 프레임워크가 완성되면 미국은 이를 러시아에 전달한 뒤 러·우크라이나 또는 미국을 포함한 3개국 대통령이 서명하는 방식으로 발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반영해 수정한 조항에 러시아가 반대한다면 종전 논의는 또다시 제자리걸음을 할 수 있다. 루비오 장관은 “우리가 우크라이나와 합의한다면 그 결과물을 러시아에 전달해야 한다”라며 “결과물이 작동하려면 러시아가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