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수납전문가 김건희 여사의 ‘대가성 명품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 여사에게 ‘다음 달 4일 출석하라’고 통보하면서 ‘서희건설 목걸이·서성빈 시계·이배용 금거북이 수수’ 관련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2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지난 24일 김 여사 측에 “12월4일 출석하라”는 소환통보서를 보내면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목걸이 등, 서성빈씨의 명품시계,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의 금거북이 등 수수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범위를 특정해 통보했다. 김 여사는 이 사건에서 모두 피의자 신분이다.
김 여사는 2022년 3~4월 이 회장으로부터 사위인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인사 청탁과 함께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등 1억원대 3종 귀금속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6월3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비서실장으로 박 전 검사를 임명했다. 이른바 ‘순방 3종 귀금속’ 수수 의혹은 김 여사의 거짓 해명 때문에 더 관심이 쏠렸다. 애초 김 여사는 “모조품이고 직접 구매했다”고 말했고, 실제 압수수색 과정에서 김 여사의 오빠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이 목걸이의 모조품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장이 “내가 줬다”는 자수서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실물을 특검에 임의 제출하면서 김 여사의 거짓해명이 들통났다. 특검은 김 여사를 상대로 대가성 여부 등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로봇개 사업자 서씨가 전달한 5000만원대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수수 의혹도 받는다. 서씨는 윤석열 정부 시기인 2022년 9월 대통령경호처와 로봇개 경호 시범운영 수의계약을 맺었다. 당시 계약 규모는 3개월에 1800만원 상당으로 계약 시점과 시계가 전달된 시기과 맞물린다. 김 여사는 서씨를 윤 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하기도 했다. 특검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세 차례 조사를 받은 서씨는 명품시계 선물은 수의계약과 관련이 없으며, 시계는 김 여사 측의 요청으로 구매했는데 일부 비용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김 여사에게 시계 구매 요청 경위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여사는 이 전 위원장에게서 국교위원장 자리 청탁의 대가로 약 5돈의 금거북이 등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이 전 위원장이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를 여러 차례 만나 국가교육위원장 관련 문건을 직접 전달한 정황을 포착했다. 금거북이 전달 시점을 두고는 ‘2022년 3월 말인지 4월 말인지’를 두고 특검과 이 전 위원장 측의 의견이 달라, 특검 조사에서 수수 시점에 대한 추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는 다음 달 11일에도 예정돼 있다. 이날 조사에선 최근 확인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부인으로부터 받은 로저비비에 클러치백 수수 의혹을 포함해 종묘 사적 이용 의혹 등에 관한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원이 26일 유병호 전 사무총장(현 감사위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며 밝힌 인사권·감찰권 남용 사례는 그가 감사원장 지시를 무시한 채 자신을 반대하는 직원들에 대해 위법적인 감찰 및 인사 조치를 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감사원 운영 쇄신 TF 점검 결과 유 전 총장은 2022년 A과장 등에 대한 감찰 필요성을 당시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수차례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감사원장에게 ‘A과장 등이 감사 자료를 삭제하고 있어 신속한 감찰과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고 허위 보고를 했다. 이에 감사원장은 감찰을 승인했고 A과장은 대기발령 등 인사 조치됐다. 감사원은 5개월간 조사했으나 A과장이 실제 자료를 삭제한 정황 등을 발견하지 못한 채 조사를 종결했다.
감사원은 “사무총장의 근거 없는 보고로 감사원장의 정당한 감찰권 및 인사권 행사를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유 전 총장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TF에 따르면 유 전 총장은 이 과정에서 감찰담당관에게 A과장 등 5명의 비위 사실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비위 혐의를 불러 주면서 즉시 조사 개시를 통보하고 이들의 업무용 PC를 수거하라고 지시했다.
유 전 총장은 또 인사혁신과장에게 조사 통보 문서를 접수하는 즉시 대기발령 등 인사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인사부서 직원들은 지시가 관련 법령에 맞지 않고 보복성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유 전 총장 측근인 인사과장에게 ‘총장 지시대로 하라’는 말을 듣고 결국 그대로 이행했다. 이로 인해 당사자들은 명예퇴직 제한, 승진 지연 등 인사상 불이익과 정신적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고 TF는 밝혔다.
유 전 총장은 또 취임 이후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직원들을 인사 조치하고 경고성 메시지를 담은 지시 사항을 계속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의로 과장 4명을 선발한 뒤 교육원 교수요원으로 인사 발령해 과장 직위를 박탈하는가 하면, 모 과장이 4급 승진 심사 대상자를 낮게 평가했다는 이유로 질책하고 좌천시켰다. 또 내부 전산망을 통해 직원들에게 14차례 경고성 메시지를 공지하는 등 자신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TF는 밝혔다.
유 전 총장이 직원들의 직무 성적 평가 등급 변경에 관여한 정황도 포착됐다. 그는 4급 및 과장에 대한 직무 성적 평가가 이뤄졌던 2023년 1월 당시 평가자(국장) 및 확인자(1급)의 관련 절차가 마무리됐는데도, 특정 평가 대상자들을 지명하며 서열과 등급 상향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평가자와 확인자의 의사와 다르게 총 16명의 서열과 등급이 변경됐다고 TF는 설명했다. TF는 “감사원 직원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의견을 준 90명 중 60% 이상이 인사·감찰 불만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유 전 총장 등은 ‘TF 보도자료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인사·감찰권 남용과 관련해 “사무총장의 법상 권한으로도 볼 때 감사원장을 속여 직원에 대한 조사를 하게 할 아무런 이유가 없을뿐더러, 총장은 특별감찰반 활동에 관여한 바도 없고 감사원장은 최종 인사권자로서 본인 직속의 특별감찰반을 둬 지휘했는데 인사권과 감찰권을 방해받았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감사 등에서 군사 기밀을 누설했다는 TF 점검 결과에 대해선 “이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정황이나 정보 등이 국방부 등을 통해 기노출된 것도 군사 기밀이 아닌데, 서해 감사 보도자료를 군사 기밀이라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모순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