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소년재판변호사 한국 주력 수출 품목의 내년 ‘수출 기상’이 맑지 않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내수가 뒷받침하면서 국내 경제는 2% 가까이 성장하겠지만, 대미 관세 리스크 등 글로벌 통상 환경 불확실성이 수출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은 24일 발표한 ‘2026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이는 산업연구원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1.0%)보다 0.9%포인트 높은 수치다. 내년에는 소비가 늘고 정부가 확장적 재정 기조를 펼치는 등 내수가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수출은 세계 경기 부진과 교역 둔화, 전년도 실적으로 인한 기저효과 등으로 올해(7005억달러 예상)보다 0.5% 감소한 6971억달러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미·중 무역 갈등, 미국의 품목 관세 인상과 확대 가능성 등이 내년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13대 주요 품목 수출은 올해보다 0.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투자가 늘면서 반도체 중심의 정보기술(IT) 신산업군 수출은 늘지만, 철강과 자동차 등 소재·기계산업군 부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수출은 올해보다 4.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로 보면 올해(16.6%)보다 11.9%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보고서는 “AI 투자가 지속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의 수출 증가세는 지속하겠지만 기저효과 및 수요 안정화로 (올해보다) 증가 폭이 감소(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수출 효자 품목인 자동차 수출은 올해 대비 0.6%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완성차 수출은 0.3% 증가하겠지만, 해외 생산이 늘며 수출 물량을 대체하고 부품 조달을 현지화하면서 자동차 부품을 포함한 산업 전체 수출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선과 일반기계는 각각 4.0%, 3.7%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소재산업군 전망도 밝지 않다. 섬유는 0.9% 증가가 예상됐지만, 철강(-5.0%), 정유(-16.3%), 석유화학(-2.0%) 등 분야에서 감소세가 예측됐다. 특히 철강 분야는 50%의 대미 관세·유럽연합 쿼터 규제 영향이 본격화하고, 수출 부진을 대체할 품목·시장이 부족해 수출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2차전지 역시 해외 주요국이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전기차 수요 증가율이 둔화하면서 수출이 12.0% 감소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보고서는 “보호무역 강화,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 대미 관세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망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수출시장 다변화, 세제·금융·R&D(연구·개발) 지원 확대, 관세 충격 완화를 위한 통상 협력 및 규제 개선 추진과 더불어 친환경·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정책 지원 마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상당히 도전을 받고 있다”며 “내년뿐 아니라 길게 봤을 때 우려 요인”이라고 말했다.
미국 도착 100일차. 11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지는 기념일 앞에 한숨이 나왔다. 핼러윈이 끝난 지 언제라고 연이어 등장한 추수감사절부터 성탄절까지. 크고 작은 기념일은 기쁨 이전에 고독으로 닥쳤다. 밝아지는 마을 내 장식과 거리의 불빛은 어두운 내 마음과 무관했다. 나는 이 낯선 땅에서 환희를 나눌 가족도 연인도 없는 이방인이다.
우두커니 책상 의자에 앉아 과제 기한과 생필품 목록을 끄적였다. 미국의 축제 속에 내 몫의 어울림과 즐거움은 없기에, 나를 비껴가는 행사에 무감해지려 시선을 돌리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 축제 시간은 그들의 시간이지, 내 시간이 아니다. 무감해지자.’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어떤 즐거움도 듣지 않고자 되뇌었다. 이 큰 나라에 내 존재에 할당된 여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마음이 무너질까봐.
그 무렵 미국인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여는 추수감사절 식사에 초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초대장에 따르면, 식사 자리 주최자인 지도교수님은 자신의 레즈비언 파트너, 그리고 자기 아버지와 딸 다 함께 모여 집에서 식사하기로 했다며 동석을 권했다.
이 초대장은 나를 비롯한 몇명의 외국인 신입생 학생들에게 전달되었다. 이후 강의실에서 만난 그는 초대장의 취지를 덧붙였다. 연말 명절은 가족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도리어 가족이 아닌 주변인들과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는 연휴로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나를 비롯한 외국인 학생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말했다. 고향의 이야기, 타지살이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자신의 집에 놓인 풍성한 식탁에 둘러앉아.
어릴 적 미국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 동네 친구끼리 나무로 지어진 미국 가정집 내 주방 커다란 식탁에 둘러앉아 노르스름한 조명 아래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이 나에게도 허락된다는 사실이 잠시간 와닿지 않았다. 타인과 쉬이 어울리기 어려운 장애가 있는 몸이자 다른 피부 색깔을 가진 아시아인으로서 미국적인 그 따뜻한 자리는 나에게 할당되지 않은 자리라고 끊임없이 되뇌었기 때문이다.
지도교수님의 추수감사절 식사 자리 초대는 의례적인 연말 식사 풍경의 재현을 넘어, 스스로 미국 사회에 나타나고 말하고 느끼는 인격체로 인정받는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모두가 즐거울 때 함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자리. 거창하고 공허한 어휘처럼 느껴져 정치인을 제외하고는 일상에서 좀처럼 활용하지 않는 다양성이라든가 사회 통합이라든가 하는 가치가 결국 누구나 환대하는 소박한 명절 식사의 풍경을 뜻하는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연말과 연초가 다가오면 한국에서 지내는 유학생의 마음을 자연스레 살피게 된다.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찾아온 일본, 중국, 대만, 러시아, 몽골, 베트남,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지면상 이름을 담지 못한 나라에서 찾아온 유학생들. 나는 그들도 공허함을 메울 따뜻한 연말의 식탁에 초대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의 정이 담긴 연말 식사 풍경에 이방인을 위한 의자가 함께 놓일 수 있기를 조용히 또 절실히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