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정구입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더 글로리>에 등장했던 900년 된 은행나무 ‘청주 압각수(사진)’가 천연기념물이 된다.
26일 충북 청주시에 따르면 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회는 지난 25일 동식물유산분과 회의를 개최하고 ‘청주 압각수’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안건을 검토해 가결했다.
청주 압각수는 상당구 남문로2가 중앙공원에 있는 은행나무다. ‘압각수’는 잎이 오리의 발을 닮아 오리 압(鴨)과 다리 각(脚)을 써서 은행나무를 부르는 별칭이다. 1976년 충북기념물 제5호로 지정됐다. 이 나무의 나이는 900세로 추정된다. 높이 23.5m, 지표면에서 약 1.2m 높이에서 잰 둘레는 8.5m나 된다.
청주 압각수는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등 여러 문헌에 등장하는 나무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1390년(고려 공양왕 2년) 청주에 큰 홍수가 났을 때의 일화가 기록돼 있다. 당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인근 감옥에 갇혀 있던 목은 이색(1328∼1396) 등 여러 학자가 물이 차오르자 압각수에 올라가 목숨을 건졌다는 내용이다. 조선 후기 청주읍성을 그린 ‘청주읍성도’에도 청주 압각수로 추정되는 은행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넷플릭스 드라마에 등장해 더욱 유명해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극중 주인공인 문동은(송혜교)이 주여정(이도현)에게 바둑을 배우는 곳이 바로 중앙공원에 있는 압각수 앞이다.
윤희봉 청주시 문화유산관리팀장은 “청주 압각수의 수령은 900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2015년 가지가 부러진 것 이외에는 건강상태가 양호한 편”이라며 “천연기념물 승격이 확정되면 국비 지원을 받아 압각수를 관리하고 다양한 활용 사업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3년 만에 부활한 MBC 대학가요제에는 특별한 무대가 마련됐다. 어느덧 사망 11주기를 맞은 신해철의 목소리가 AI(인공지능)로 복원돼 등장한 것이다. “잘 지내셨나요” 인사를 건네는 목소리가 실제 그의 목소리가 아님을 알면서도, 익숙한 울림이 그리움으로 되살아나며 심장이 크게 덜컹거렸다. 무대 뒤 어딘가에서 신해철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관객을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고 김성재의 목소리도 AI로 되살아난다. 오는 27일 공개되는 듀스의 신곡 ‘라이즈’는 김성재의 음색과 창법을 AI 기술로 복원해 완성된 곡이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힙합 듀오 듀스의 신곡이 발표되는 건 1997년 베스트 앨범 수록곡 ‘사랑, 두려움’ 이후 무려 28년 만이다. 거기다 올해는 김성재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니 팬들에겐 여러모로 뜻깊은 노래가 아닐 수 없다.
이제는 들을 수 없는 가수들의 목소리를 AI로 되살리는 건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AI는 존 레넌의 목소리도 부활시켰다. 비틀스는 2023년 AI가 데모 테이프에서 추출한 존 레넌의 목소리에, 현존 멤버인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의 연주와 코러스, 2001년 사망한 조지 헤리슨의 생전 기타 소리를 넣어 완성한 신곡 ‘나우 앤드 덴’(Now And Then)을 발표했다. 이 노래는 ‘비틀스 멤버들이 공식적으로 함께 남긴 마지막 신곡’으로 비틀스의 이름으로 54년 만에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AI로 부활한 목소리들은 대중에게 강렬한 감정적 경험을 선사한다. 재회가 주는 감동, 한 시대와 다시 연결된 듯한 향수, 기술이 선물한 ‘기적 같은 순간’이다. 하지만 감동이 클수록 뒤따르는 질문도 많아진다. 목소리의 주인이 생전에 동의했을까? 고인의 정체성과 작품 세계가 기술에 의해 변형되거나 재구성되는 것은 괜찮을까? 목소리의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가족인가, 회사인가, 혹은 기술을 구현한 측인가.
AI 복원의 결과물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는 점도 고민을 복잡하게 만든다. 데이터만 충분하다면 AI는 특정 가수의 음색과 호흡, 습관까지 거의 완벽하게 재현한다. 때로는 본래의 목소리를 넘어서는 테크닉을 구사하기도 한다. 우리가 감동하는 이유가 그리운 목소리를 만나는 반가움인지, 아니면 기술이 만들어낸 신기함인지, 혹은 둘 사이에 존재하는 새로운 감정 때문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AI 복원은 거대한 레거시 IP(지식재산권) 시장과도 연결된다. 기념 앨범, 공연, 다큐멘터리, 광고 등 여러 산업이 이미 고인의 목소리를 새로운 형태의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추억이 강력한 소비 동력이 되는 시장에서 AI는 그 추억을 끝없이 재생산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추억이 상품이 되는 순간 고인의 예술적 정체성은 어디쯤에 놓여야 할까.
결국 이 모든 물음은 하나의 지점에서 모인다. ‘AI로 부활한 목소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것이다. 기술이 고인의 목소리를 되살릴 때 그 목소리는 더는 과거의 것만이 아닌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현재의 목소리가 된다. 기술이 열어놓은 새로운 가능성 속에서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새롭게 정의할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