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흥신소 심심하던 차 촌동네에 악마가 나타났는데, 악마는 환한 서울에선 못 살고 보통 캄캄한 시골이 ‘놀라게 하며 놀기’에 따따블인 곳. ‘시골 자가에 비닐하우스 댕기는 반장 이야기’를 그대 아시는가. 뿔 달린 악마가 앞에 보여도 전혀 겁을 먹지 않더란다. “이보슈~ 내가 안 무서워?” 눈이 똥그래진 악마가 묻자 반장은 가소롭다는 듯, “헛~ 당신 누이랑 내가 수십년째 한 이불을 덮고 사는 사람이오. 무섭기는커녕 쓰럽지도 않소이다.”
젊어서 한때 앞장서고 이겨 먹던 아재. 언제부턴가 마누라쟁이에게 기가 빨리고 잡혀 사는 신세가 되었다. 아짐이 소리를 한번 팩~ 지르면 그게 곧 법이 되고 진리가 되는 사정. ‘입서리’를 쭉 하니 내밀며 ‘지는 게 이기는 거지’ 웅얼거렸다가, “뭐가 어짜고 어째? 머를 져주긴 져줘, 지비가 진 거시재” 부인이 눈꼬리를 치켜뜨자 더 넙죽 냇물에 사는 자라처럼 엎드려. 그래그래, 살아남는 게 이기는 거지. 살아 있어주는 게 또 사랑이지. 비비드라라~ 러브.
추수가 끝나자 빈산 빈 들엔 억새만 하얗구나. 들길을 따라 촌로들이 어쩌다가 한 분씩 보인다. 달력을 보니 오일 장날인데, 암만 군청에서 예산을 쏟아도 장날 풍경이 시들시들 꺼진 불이 되었다. 연중무휴 식료품 마트만 북적댄다. 대파 한 단, 계란 한 줄, 간고등어도 한 마리 담았을까. 교통약자 삼륜차에 올라탄 영감님이 전파 라디오를 켜는 순간, 지지직 잡히는 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친구여. 귀가 닳도록 들었던 빛나는 세상 어디에 있나. 비비드라라러브…” 가수 이찬혁의 노래가 맞는 거 같은데. 캄캄한 저녁, 캄캄한 세상에 등불을 하나 밝히고서 당글당글 불빛에 모인 깔따구처럼 혼자보다는 둘이 좋고 아니 서넛으로 춤을 추는 동네. 그간 냉골에 살던 악마도 ‘악’이 빠지고 순해진 표정이다. 시간을 내서 장작을 좀 패두긴 했다만, 이번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그림 전시회, 마치고 돌아오면 불쏘시개 땔감 장만이 또 큰일이구나.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1조2000억원 규모의 인공태양(핵융합) 연구시설 부지에 전남 나주가 선정됐다. 탈락한 전북도는 부지 제공 요건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4일 나주시와 전남도 등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핵융합 핵심기술 개발 및 첨단 인프라 구축사업’ 부지 공모 결과 나주시를 최적 후보지로 결정했다. 이번 공모에는 나주시와 전북 군산시, 경북 경주시 등 3개 지자체가 참여했다.
인공태양은 바닷물에서 얻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연료로 태양의 에너지 생성 원리인 핵융합 반응을 지상에서 구현하는 기술이다. 수소 1g으로 석유 8t에 해당하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아 차세대 청정에너지로 꼽힌다. 정부는 연구시설 구축에 약 1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전남도와 나주시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와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에너지 관련 공공·민간기관이 집적돼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후보지의 지반이 단단한 화강암이고 지난 50년간 지진 등 자연재해가 전무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북도는 결과에 즉각 반발했다. 신원식 전북도 미래첨단산업국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토지 소유권 이전이 가능한 지역을 우선 검토한다’는 기준이 명시돼 있는데, 이 기준을 적용하면 전북이 우선권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새만금은 특별법에 따라 장기 임대와 갱신이 가능한 반면, 지자체 소유 부지는 현행법상 국가연구기관에 무상 제공이 어려워 조건 자체가 다르다는 취지다.
신 국장은 나주가 부지 무상 제공을 위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한 점을 들어 “불확실성이 큰 조건을 평가 근거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전북도는 결과에 따라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경북 경주시도 후속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12월 3일까지 이의 신청을 받은 뒤 최종 부지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후 2027년 착공, 2037년 완공을 목표로 연구시설 조성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국 주력 수출 품목의 내년 ‘수출 기상’이 맑지 않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내수가 뒷받침하면서 국내 경제는 2% 가까이 성장하겠지만, 대미 관세 리스크, 현지 생산 확대 등 글로벌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수출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은 24일 발표한 ‘2026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이는 산업연구원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1.0%)보다 0.9%포인트 높은 수치다. 내년에는 소비가 늘고 정부가 확장적 재정 기조를 펼치는 등 내수가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수출은 세계 경기 부진과 교역 둔화, 전년도 실적으로 인한 기저효과 등으로 올해(7005억달러 예상)보다 0.5% 감소한 6971억달러 규모일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무역 갈등, 미국의 품목 관세 인상과 확대 가능성 등이 내년에도 부담 요인이라는 것이다.
13대 주요 품목 수출은 올해보다 0.6%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투자가 늘면서 반도체 중심 정보기술(IT) 신산업군 수출은 증가하지만, 철강과 자동차 등 소재·기계산업군 부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미 관세 리스크 불확실성 우려13대 주요 품목 수출 0.6% 줄 듯
반도체 수출은 올해보다 4.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전년 대비 증가율로 보면 올해(16.6%)보다 11.9%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AI 투자가 지속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의 수출 증가세는 지속하겠지만, 기저효과 및 수요 안정화로 (올해보다) 증가폭이 감소(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대표 수출 품목인 자동차 수출은 올해 대비 0.6%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완성차 수출은 0.3% 증가하겠지만, 해외 생산이 늘며 수출 물량을 대체하고 부품 조달을 현지화하면서 자동차 부품을 포함한 산업 전체 수출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선과 일반기계는 각각 4.0%, 3.7%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소재산업군 전망도 밝지 않다. 섬유는 0.9% 증가가 예상됐지만, 철강(-5.0%), 정유(-16.3%), 석유화학(-2.0%) 등 분야에서 감소세가 예측됐다.
특히 철강 분야는 50%의 대미 관세·유럽연합(EU) 쿼터 규제 영향이 본격화하고, 수출 부진을 대체할 품목·시장이 부족해 수출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2차전지 역시 해외 주요국이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전기차 수요 증가율이 둔화하면서 수출이 12.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에선 “보호무역 강화,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 대미 관세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망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수출시장 다변화, 세제·금융·R&D(연구·개발) 지원 확대, 관세 충격 완화를 위한 통상 협력 및 규제 개선 추진과 더불어 친환경·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정책 지원 마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상당히 도전을 받고 있다”며 “내년뿐 아니라 길게 봤을 때 우려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