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소년보호사건변호사 서울동부지검 ‘인천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합동수사단’이 지난 21일 고광효 전 관세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 전 청장은 “수사 외압은 전혀 사실 무근이고, 백해룡 경정의 주장은 소설”이라며 자신과 관련한 의혹을 일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전 청장 측 법률대리인 박경섭 F&L 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25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고 전 청장이) 지난 21일 합수단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조사받았다”고 밝혔다. 합수단은 고 전 청장을 불러 관세청장 지위로 수사 외압을 행사했는지 여부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물었다고 한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고 전 청장은 마약수사 외압 의혹 제기자인 백해룡 경정이 이끄는 합수단 내 ‘백해룡팀’이 아닌 기존 합수팀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 사건 의혹은 2023년 인천 세관에서 적발된 말레이시아 국적 피의자들의 마약 밀수를 조사하던 백 경정이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밀수범들이 “밀수에 세관 직원의 조력이 있었다”고 진술하면서 관세청 등이 수사 대상이 됐다. 백 경정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가정보원, 검찰·경찰, 관세청 등 윗선의 수사 외압이 있었다며 고 전 청장이 세관 직원 수사를 방해하려는 목적의 외압을 행사했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고 전 청장은 백 경정이 수사외압 의혹을 주장하고 나서자 휴대전화를 세 차례 교체해 논란이 됐다. 고 전 청장은 2023년 10월과 지난해 7월17일, 21일 총 세 차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이 알려졌다. 백 경정은 지난해 10월 국회에 출석해 “(고 전 청장이) 제가 문제 삼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휴대전화를) 바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백 경정이 주장한 의혹의 실체에 대한 의구심도 계속 나오고 있다. 최근 “세관 직원이 밀수를 도왔다”는 밀수범들의 진술이 뒤집히면서 고 전 청장의 외압 의혹은 물론 다른 기관과 인사들의 수사외압이 실제로 있었는지도 의심을 받는다.
고 전 청장은 합수단 조사에서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백 경정 주장은 소설에 가깝다”며 의혹을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변호사는 “관세청장은 외압을 행사할만한 위치도 아닌데 어떻게 경찰에 외압을 행사하겠냐”며 “(백 경정은) 우리가 용산(당시 대통령실)과 공모했다고 주장했지만, (고 전 청장은) 용산에 아는 사람조차 없고, 외압을 공모할 관계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백 경정은 경찰 관계자를 통해 (고 전 청장이) 외압을 행사했다고 하지만 경찰 관계자도 역시 아는 사람이 없다”고 덧붙였다.
합수단이 백 경정이 지목한 외압 의혹의 당사자를 불러 조사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4일 합수단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마약조직범죄수사과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주요 관계자와 기관 수사가 진행되면서 합수단 수사가 마무리 국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합수단 수사를 놓고 충돌해 온 백 경정과 동부지검이 수사 종결을 놓고도 갈등을 빚을 수 있어 애초 계획대로 연내 수사 마무리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고 전 청장 소환조사 등에 대해 “수사 중인 사항으로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여적] HBM 칩스
미국의 감자 주산지 아이오와주에서 태어난 존 리처드 심플롯(1909~2008)은 ‘감자칩 왕(Potato Chip King)’이다. 14세 때 학업을 접었지만 2차 세계대전 중 미군 부대에 건조 처리한 감자를 공급하며 부를 일구기 시작했다. 1967년 햄버거 제왕 맥도널드에 프렌치프라이용 냉동 감자를 공급하면서 억만장자가 됐다.
그는 1978년에 아이오와주 보이시시에서 설립된 마이크론에 거액의 초기 종잣돈을 투자했다. 당시는 일본 반도체 기업들의 공세로 미국 반도체 산업이 위기를 겪던 시기였다. 그래서일까. 워드 파킨슨·조 파킨슨 등 마이크론 공동 창업자들은 서부의 실리콘밸리 투자자 대신 고향의 사업가들에게 초기 투자금을 유치하려고 했다. 반도체 문외한인 심플롯도 일본과의 농산물 무역 분쟁을 경험한 터였다. 감자칩을 만들던 그에겐 반도체 역시 같은 칩이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포테이토 머니’는 마이크론을 미국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제조 기반을 가진 세계 3위 D램 기업으로 살아남게 했다.
5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한국에서는 ‘반도체칩 머니’로 과자칩을 탄생시켰다. SK하이닉스가 26일 반도체 모양 스낵 제품 ‘허니 바나나맛 고대역폭 메모리(HBM) 칩스’를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함께 출시한 것이다. 고대역폭메모리의 약자 HBM은 과자에서 ‘허니 바나나 맛’을 의미하는 약자다. “전문적이고 어려운 반도체 기술을 일상의 재미있는 경험으로 연결시킨다”는 게 기획 의도라 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를 떠받치고 있는 HBM은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넘어서게 만든 일등 공신이다. 기술 발전의 새 땅을 개척한 기업의 성과가 얼마나 드라마틱한지 잘 보여준다. 그건 AI 반도체뿐 아니다. 챗GPT 천하였던 AI 서비스 시장에 ‘제미나이3’의 반격이 시작돼 구글 주가가 폭등했다.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제품에 버금가는 최신형 D램을 개발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로 HBM에서의 순위 바뀜은 시간문제라는 위기의식도 높다. 감자칩이 미국 반도체 산업을 살려냈듯, 과자칩이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는 데 조금이라도 이바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기 광명시의 한 도로포장 공사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장비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났다.
24일 경기 광명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2시쯤 광명시 일직동의 한 도로포장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A씨(60대)가 후진 중인 타이어 롤러에 깔리는 사고가 났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도로포장 공사업체 직원인 A씨는 사고 당시 새로 깔린 아스콘 위로 떨어지는 낙엽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선 동시에 타이어 롤러가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표면을 다지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롤러 장비가 후진하던 중 A씨를 충격하며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타이어 롤러 기사인 B씨(50대)를 입건하고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발생 후 작업 중지 조치하고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