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이혼전문변호사 보통의 영화관은 잘 팔릴 작품을 우선 배치한다. 프랑스어로 ‘영화 보관소’를 뜻하는 시네마테크는 다르다. 상업적 잣대를 벗어나 영화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작품을 선정, 보관, 소개한다.
2000년대 초부터 영화인과 관객들은 재정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공간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2002년 개관한 서울 유일의 민간 비영리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가 영업 3년 만에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종로구 낙원상가로 쫓겨나듯 이사하며, 마땅한 공간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자칫 없어질 뻔했던 것이 운동의 불씨를 댕겼다.
서울아트센터를 운용하는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한시협)’와 이명세·박찬욱·봉준호·김지운 감독, 배우 안성기, 평론가 등을 주축으로 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은 2006년부터 시네마테크 전용 건물의 건립을 추진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기인 2016년 ‘서울시네마테크’ 건립안이 통과됐고, 2018년 설계공모가 확정됐다. 영화계와 서울시는 토론회·민간자문단 구성·실무 TF팀 구성 등 오랜 협의를 거쳤다.
오는 28일 서울 중구에 개관하는 ‘서울영화센터’는 이러한 민관협의의 토대 위에 세워졌다. 하지만 한시협 등 사업을 오래 염원해 온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취지가 훼손됐다”는 반발이 나온다.
이름과 공간 목적이 변경된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임 중이던 2023년에 이뤄졌다. 영화계에선 ‘시네마테크’라는 이름이 없어졌으며, 그 기능도 산업적·상업적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시협 등 10개 영화 단체는 지난 17일 성명에서 “함께 논의해 온 영화계·시민사회와 충분히 협의하는 절차를 무시하고 이러한 변경이 진행됐다”며 “현 운영 체제와 어떠한 공식적 협력을 하지 않을 것”을 선언했다.
서울 중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26일 열린 ‘서울시 공공 시네마·미디어 생태계 복원을 위한 긴급 포럼’에서도 서울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서울시가 영화인들과의 소통을 단절하고 ‘밀실 논의’ 끝에 영화센터의 성격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김숙현 한시협 사무국장은 이날 포럼에서 “운영자문위원회가 이름 등을 바꿨다고 하는데, 그 회의록도 일반에 공개되어 있지 않다. 누가 참여했는지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시네마테크를 요구했던 시민, 관객들의 의사가 과연 얼마나 반영됐는가를 묻고 싶다. 시민 참여로 시작된 정책이 제멋대로 밀실에서 공표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특히 서울시가 당초 기획됐던 시네마테크의 기능 보다는 국제적인 행사나 마켓 등을 여는 비즈니스 성격의 장소로 서울영화센터를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서울영화센터 운영은 서울경제진흥원(SBA)가 운영을 맡는다. 김 사무국장은 지난 1월 SBA와의 미팅 당시 공간이 마켓 상영, 비즈니스 미팅 위주로 짜여져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서울영상진흥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고 밝힌 한 참석위원은 “서울시가 국제도시로서 한류 관련해 영화센터가 마중물 역할을 했으면 한다. 그래서 매일 국제적인 행사나 마켓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진행을 했다”고 했다.
게다가 공유 오피스 등이 마련된 반면 필름을 보관할 수 있는 수장고는 서울영화센터의 공간 계획에서 삭제됐다. 서울시는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과 중복성 등을 반영해 기능을 변경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 사무국장은 “국립중앙도서관이 있기 때문에 다른 마을 도서관은 필요 없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박했다.
서울시가 문화 행정에서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기능 중복’을 이유로 공간을 축소·폐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례로 서울 충무로역 역사에서 21년간 운영 문화 공간 ‘충무로영상센터 오! 재미동’은 오는 12월13일 운영이 종료된다. 서울영화센터와의 기능 중복이 이유다. 작은 영화관 뿐 아니라 마을 도서관, 미술관 등 다양한 공간에서 개최됐던 ‘인디서울’이라는 공공 상영회도 서울영화센터와 중복이란 이유로 최근 내년 예산 전액 삭감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서울시가 서울영화센터를 ‘오세훈식 거점 시설’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관객 문화, 영화 문화의 저변 확대가 중요한데 그런 부분은 축소하고 거대한 랜드마크를 만들려고 하는 방식이 과연 영화산업을 위한 길인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공공을 위한 핵심 기능보다는 산업과 경제 성과 중심으로 공간이 재편됐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했다. 다만 그는 “불통 행정을 그저 비판하기 보다 서울시와 대화의 장에서 합리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김지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25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은 향후 사회적 대화 재개를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민주노총은 1999년 2월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뒤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