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성추행변호사 가끔 목포 생각이 난다. 나와 목포와의 관계는 어느 야유회에서 허리춤에 손 얹고 노래하는 아버지의 빛바랜 사진에서 시작된다. ‘목포 유달산 1960.5.12’라 적힌 걸 보니 그때의 나는 부산에서 옹알이하면서 열심히 뒤집기를 배우던 시절. 그렇던 목포를 까맣게 모르다가 꽃에 입문하고 종종 드나들게 되었다. 어쩌면 아버지의 사진 한 장이 나를 계속 목포로 끌어당긴 것일까. 지명에 나무가 들어가는 것도 나에겐 예사롭지 않았다.
목포역을 나오니 마른나무 같은 사내가 광장을 빙빙 돌며 큰소리로 혼잣말을 하고 있다. 남자라면 그리해서는 안 되지, 암 안 되고 말고, 나는 다 알아요. 가로수 아래 장기판 옆에서 훈수 두는 분께 근대역사관 가는 길을 물으니, 아따 있는 줄이야 알겄는디 관심을 두지 않으니 모르겄소. 지극히 논리적이고 명쾌한 말씀이시다. 근데 바람결에 그 말을 낚아채고는 어느 행인이 이렇게 보탠다. 아따, 날 따라오시셔. 그리하여 그를 강아지처럼 따라붙게 되었다. 그냥 가기보다는 종알종알 말 섞는 게 예의일 것 같았다. 어디서 오셨는가. 목포 좋아요. 사람들이 적당히 살고요. 날씨가 벌써 퍼뜩 더워버려요. 이건 몇해 전 여름날의 기억.
내가 있는 곳은 항상 가장 높다. 지구가 둥근 덕분이다. 목포는 부산과 함께 낮은 곳에 있다. 지도를 거꾸로 들지 않는 한 그럴 수밖에 없다. 아래에 있는 목포에서 가장 높다는 유달산에 올랐다. 일등바위를 지나는데 지네발란, 마삭줄이 바위를 옭아맨다. 뭍의 끝에서 바다로 투신하려는 바위를 달래며 이 넓이를 지탱하려는 노력이겠다. 눈썹에 걸리는 올망졸망한 섬 중에는 압해도도 있다. 바다를 제압한다고 압해도. 그 작은 섬이 참 겁도 없다. 이런 사정들이 모여서 목포는 목포일 것이다.
목포는 항구지만 상록수 공부하기에도 좋은 고장. 유달산 내려와 수목원 둘러보다가 산책 나온 분께 수작을 걸었다. 목포의 산이 참 좋습니다. 좋지라, 높도 않고. 압해도 옆의 또 다른 섬인가. 높도. 높다는 현상을 표현하는 저 단호한 사투리가 내 마음을 공중으로 높이 들어올렸다.
유달산은 그리 높지 않아도, 목포는 높도다. 내가 아는 이 지역 출신 몇몇 떠올리며 목포를 떠나 서울로 내려왔다.
지난 14일 한남대 영어영문학과 ‘세계영어특강’ 강의실. 일부 수강생들의 태블릿 화면에는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사진과 ‘AI(인공지능)’라는 키워드가 떠 있었다. 학생들은 AI가 교육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 지에 대해 화상토론을 이어갔다.
다른 조의 화면에는 일본 와세다대 학생 사야 야부키(Saya Yabuki)가 등장했다. 그는 ‘아시아 국가별 음식물 쓰레기 대응 방안’을 주제로 “일본은 식품손실·폐기물 감축 촉진법과 중앙정부의 기본 정책 가이드라인, 음식물 재활용 관련 법률 등에 힘입어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식품 폐기물이 28% 감소했다”고 소개했다.
최재혁씨(영어영문학과 3학년)는 “외국 학생들과 교류하며 다양한 세계 이슈를 배우고 있다”며 “한국뿐 아니라 일본·대만의 실업률, 저출산 문제 등 사회·경제 전반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한남대에 따르면 영어영문학과는 일본 와세다대, 대만 담강대, 고려대 등 국내외 대학과 연계해 세계영어특강, 미디어영어, 캡스톤디자인Ⅱ 등 다양한 글로벌 협업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영어특강’은 아시아 지역이 직면한 문제를 공통 화두로 삼아 학생들이 관심 분야를 스스로 선택해 조를 구성한 뒤 각국의 상황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수업은 2004년 한국·홍콩·필리핀·일본 등 대학이 시작해 현재는 4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한남대는 20년 넘게 이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변지현 한남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세계영어특강은 UN 지정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아시아 각국 상황과 연계해 관련 영어 기사를 학습하고, 지역별 사회문제를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영어’ 수업은 호주 퀸즐랜드대 KFL(Korean as a Foreign Language) 전공 학생들과 온라인 토론을 진행한다. K-디저트와 K-뷰티, 국제결혼 문화, 한·호 출산정책 등 한국 사회 주요 이슈를 논의한다.
‘캡스톤디자인Ⅱ’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채널아일랜즈 학생들과 화상토론을 통해 한국 역사와 문화를 함께 탐구하는 프로그램이다. 한남대 학생들은 미국 학생들과 1대 1 또는 1대 2 팀을 이뤄 K-컬처 전반과 각자의 문화적 경험을 교류한다.
이용철 한남대 영어영문학과 학과장은 “학과를 대표하는 세 가지 특강을 통해 학생들의 글로벌 마인드를 함양하고, 서로의 문화적 차이와 공통점을 열린 자세로 소통할 수 있는 교육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일본 식민통치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1919년 편찬한 <한일관계사료집>의 두 번째 완질본(권수가 완전히 갖춰진 책)이 일반에 공개된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으로부터 한일관계사료집을 기증받았다고 23일 밝혔다. 한일관계사료집을 완질본으로 소장한 곳은 독립기념관에 이어 두 번째다.
총 4권으로 구성된 해당 사료집은 편찬 당시 약 100질(400권)이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완질본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드물어 역사적 가치가 높다. 해당 사료집은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이 과거 중국 여행에서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료집은 임시정부가 1919년 9월 국제연맹에 제출할 목적으로 편찬됐다. 1권은 편찬 목적과 경술국치 이전까지 역사를, 2권은 조선이 일본에 병합될 수 없다는 당위성을 담았다. 3권은 3·1운동 발발 전까지 식민지배의 실상을 서술했고 4권은 3·1운동의 원인과 결과를 정리했다. 특히 4권에는 3·1운동과 관련한 일제의 탄압, 지역별 운동 상황을 표로 담겨 있다.
임시정부의 최초 역사서인 이 사료집은 1919년 7월 안창호·이광수·김홍서 등 33인이 참여한 임시사료편찬회가 만들었다. 7월 초 자료 수집 등을 시작해 그해 9월 23일 등사본(등사기로 찍어서 인쇄한 형태)으로 완성해 배포했다.
이번에 확보한 사료집에는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 중 1명인 김병조 선생의 작은 도장이 찍혀 있다. 김 선생이 저술한 <한국독립운동사략 상편>은 이 사료집이 기초가 됐다. 김희곤 임시정부기념관장은 “과거 김병조 선생이 소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임시정부기념관은 해당 사료집의 복원 과정을 거쳐 학술연구와 전시,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등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