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당일 충남 천안 이랜드패션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를 수사 중인 경찰이 화재 발생 엿새 만에 관계기관과 합동 감식에 착수했다.
천안동남경찰서는 21일 소방청·국립소방연구원·충남소방본부·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7개 유관기관과 함께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이날 감식에는 2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각 기관은 사전 현장 조사를 실시했으나, 건물 추가 붕괴 우려가 커 내부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해 본격 감식은 미뤄져 왔다.
현재까지 경찰과 소방당국은 물류센터 3층 끝 지점에서 불길이 치솟는 장면이 담긴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 여러 건을 확보했지만, 명확한 발화 지점을 특정할 만한 영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센터 각 층 끝 부분에는 화물차 하역장이 있으며, 화재 당시 3층에는 택배 박스가 빽빽하게 쌓여 있었다.
당국은 확보한 영상들을 비교·분석해 발화 지점을 좁히는 한편, 드론 투입을 통한 감식이 가능한지 여부도 검토 중이다. 드론 투입이 결정될 경우 불길이 시작된 3층 부근을 중심으로 연소 확대 패턴 등을 정밀 확인할 계획이다.
감식팀은 향후 화재 원인 규명에 필요한 잔해물 수거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화재는 15일 오전 6시쯤 발생해 60시간 만인 17일 오후 6시10분 완진됐다.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불이 나면서 내부에 있던 경비원 등 직원 3명은 모두 대피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불이 난 물류센터는 철골·경량철골 구조의 지상 4층·지하 1층 규모로, 연면적이 19만㎡에 이른다. 2014년 7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준공된 뒤 화물차 150대가 동시에 접안할 수 있으며, 일일 최대 5만 박스, 연간 400만~500만 박스를 처리해 왔다. 이랜드패션 계열 브랜드의 물품이 4개 층에 걸쳐 적재돼 있었으며, 이번 화재로 대부분이 전소된 것으로 파악된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영역 17번 문항에 정답이 없다는 대학 철학과 교수의 주장이 나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의 신청 심사를 거쳐 이달 25일 최종정답을 발표할 예정이다.
19일 취재를 종합하면 이충형 포항공대(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온라인 수험생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서 “수능 국어 시험에 칸트 관련 문제가 나왔다고 하기에 풀어보았다”며 “17번 문항에 답이 없어 보였다”고 했다.
국어 17번 문항은 임마누엘 칸트 등 철학자들의 인격 동일성에 관한 견해가 담긴 지문을 읽고 푸는 문제였다.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수험생들 사이에서 고난도 문항으로 꼽혔다. 해당 문항은 ‘두뇌에서 일어나는 의식을 스캔해 프로그램으로 재현하면 본래의 자신과 재현된 의식은 동일한 인격이 아니라’는 갑의 주장을 적절하게 이해한 선지를 고르도록 했다.
평가원이 정답으로 공개한 3번 선지는 “칸트 이전까지 유력했던 견해에 의하면,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입장은 옳지 않겠군”이라는 내용이다.
반면 이 교수는 이러한 문제풀이가 잘못됐다며 3번이 정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문 도입부에는 “칸트 이전까지 인격의 동일성을 설명하는 유력한 견해는, ‘생각하는 나’인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서 시간의 흐름 속에 지속한다는 것이었다”는 문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의식을 스캔해 프로그램으로 재현하면, 본래의 나와 재현된 의식 둘 다 존재하게 된다”며 “이 경우 ‘생각하는 나’는 지속하지만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서 지속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서 지속하지 않을 경우, 인격의 동일성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믿는 칸트 이전까지 유력했던 견해에 의하면,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입장이 옳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이 점은 사전지식을 사용하지 않고 지문과 보기의 내용만을 사용해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개체 a와 b 그리고 속성 C에 대해 ‘a=b이고 a가 C면, b도 C다’를 통해 풀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할 수 있지만, 얼핏 당연해 보이는 이 풀이는 실제로는 잘못된 풀이”라고 했다. 선지 중 갑은 ‘생각하는 나’에 대해 말하고 있지, 영혼에 대해서는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생각하는 나’와 영혼의 연결 고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생각하는 나’=‘영혼’이라는 표현이 지문과 보기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피상적 유사성을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찾아내는 인공지능이 있는 시대에, 수능이 문구의 피상적 유사성과 실제로는 오류인 피상적 사고 추론을 통해 문제를 풀라고 요구하는 것은 교육의 목적에 어긋나 보인다”고 했다.
국어 강사인 이해황씨도 유튜브를 통해 이 교수와 같은 주장을 했다. 이씨는 영상에서 “이 교수가 이러한 주장을 제게 메일로 보내주셨고 면밀히 검토한바 저도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