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동행매니저 한국 정부와 사모펀드 론스타의 분쟁에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기존 중재판정부 판정을 취소하자 론스타 측은 19일 2차 중재를 청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론스타가 2차 중재를 청구해도 실익이 없을 것으로 보면서 재차 다툴 준비를 하고 있다.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론스타가 (2차 중재를) 청구하는 걸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론스타가 (1차 중재와 같이) 6조9000억원에 대해 전부 (배상을) 청구한다면 기판력이 발생한 부분에 대해 조기 각하를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ICSID는 론스타가 기존 중재판정에서 패소한 95.4% 배상 청구 금액에 대한 취소 신청을 기각했다. 법무부는 론스타가 기각당한 배상 청구액을 포함해 중재를 청구한다면, 이는 조기 각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다. 이에 법무부는 론스타가 2차 중재를 신청하더라도, ICSID가 취소한 정부의 배상 책임 금액(4.6%)에 한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법무부가 예상하는 론스타의 2차 배상 청구 금액은 4000억~8000억원가량이다.
법무부는 론스타 측이 한국 정부 배상 책임 근거로 제시한 유력 증거인 하나금융과의 상사중재(ICC) 판정문이 이번 취소 결정으로 증거력이 약화한 만큼, 2차 중재 절차에서도 정부 책임에 대한 쟁점을 이어서 다투겠다는 계획이다.
법무부 “론스타의 2차 중재신청 실익 없어”
정 국장은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당시 승인을 지연했는지, 하나금융에 매각가 인하를 압박했는지는 론스타가 입증해야 한다”며 “앞선 중재 절차에서도 증거가 부족해 ICC 판정문을 증거로 사용했다가 취소된 상황이므로 론스타가 어떻게 입증할지 지켜보면서 그에 따라 반박하며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13년 동안 분쟁을 벌인 만큼, 론스타 측이 정부 배상 책임을 입증할 새 증거를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김갑유 법무법인 피터앤김 변호사는 “(론스타는) 이제껏 정부의 책임을 입증하지 못했는데, 새로운 주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론스타의 2차 중재 청구와 상관없이, 론스타는 ICSID의 취소 절차에서 발생한 한국 정부 소송비용 73억원을 선고 뒤 30일 내 지급해야 한다. 법무부는 론스타 측에 기한 내 지급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고, 이를 넘길 시 별도 중재나 강제집행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론스타는 이날 ICSID 취소위원회의 결정에 “실망스럽다”며 “사건을 새로운 중재판정부에 다시 한번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론스타는 “위원회의 결정은 한국 규제당국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배지분 매각 노력을 부당하게 막고 방해했다는 근본적인 사실을 바꾸지 못한다”고 했다.
ICSID 협약 52조 6항에는 “판정이 취소된 경우 당사자 일방의 요청이 있으면, 그 분쟁은 새로운 중재판정부에 회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정부가 이르면 이번주 한·미 관세협상 후속 조치인 대미투자특별법 초안을 여당에 제출할 예정이다. 협상 타결 직후 신속 처리를 강조했던 여당 내부에서는 신중 검토 기류도 감지된다. 특별법 발의만으로 관세 인하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실제 법안 통과까지는 급할 것이 없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위한 기금 설치 근거 규정 등을 담은 특별법 초안을 마련해 이르면 이번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보고할 예정이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19일 통화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은 마냥 신속하게만 갈 사안이 아니다. 국회가 신중하고 꼼꼼하게 따져야 할 문제”라며 “논의 과정에서 법안 수정 가능성도 당연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미투자는 관세협상의 대가로 한국이 부담하는 것인데, 빨리 넘겨줄 이유가 있겠느냐”며 “국회 논의가 정부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청래 대표가 지난 3일 “정부와 함께 특별법을 신속 처리하겠다”고 했던 발언과 기류가 다소 달라진 모습이다.
민주당은 대미투자특별법 발의 자체는 최대한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에 따르면 양국은 자동차·부품 관세는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자로 소급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원내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관세는 하루가 지나갈 때마다 불리해지는 구조”라며 “가능하면 11월 발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안 통과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민주당은 양국 MOU가 국내법과 충돌할 가능성은 없는지, 미국이 ‘상업적 합리성’이 부족한 투자처를 요구할 경우 어떤 방어장치를 둘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미 투자가 미국의 일방적 요구로 이루어진 데다, 투자처를 둘러싼 한·미 간 줄다리기도 예상되는 만큼 서둘러 통과시킬 유인도 크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관세 효력은 발의만으로도 시작되지만, 기금 설치나 투자 집행은 특별법이 통과되고 효력이 발생해야 가능한데 이는 한 달 뒤에 하나 여섯 달 뒤에 하나 큰 차이가 없다”며 “신중하고 꼼꼼하게 논의하는 게 맞다”고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도 한·미 관세협상 MOU가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국회 비준 동의를 거칠 경우 한국만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될 수 있다”며 반대하면서도 대미투자특별법은 여야가 합의 처리한다는 기조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