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학교폭력변호사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사진)가 18일 경찰에 출석했다. 전 목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좌파 대통령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사에 출석했다. 그는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취재진과 만나 “서부지법 사태와 우리는 관계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전 목사는 “7~8년 동안 ‘광화문 운동’을 하면서 ‘경찰과 부딪치지 말고, 좌파 단체와 싸우지 말라’고 강조해 사건사고가 없었다”고도 했다.
전 목사는 폭력사태의 배후로서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엔 “목사가 설교할 때 성도들이 성령의 감동을 받는 것이 어떻게 가스라이팅이냐”고 반박했다. 폭력사태 가담자들에 대해선 “원래 광화문 단체가 아니고, 다른 데 가서 소리 지르는 애들”이라고 했다.
전 목사는 “사건이 일어난 지 거의 1년이 지났는데 윤석열 대통령 시절에는 이런 조사가 말도 안 나왔다”며 “지금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수사를) 총지휘한다고 합리적으로 의심한다”고 주장했다. 조사는 약 두 시간 만에 끝났고 경찰은 오는 21일 전 목사를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전 목사가 지난 1월18일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직후 지지자들의 서부지법 난입을 선동·지시했다고 의심한다. 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인원은 총 137명이다. 지난 9월24일 기준 94명이 1심 선고를 받았다. 현재까지 최고 형량은 징역 5년이다. 무죄 선고는 없었다. 이 중 60여명이 항소했는데, 일부는 공탁 등을 이유로 2심에서 형을 감경받았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에 부당한 압력을 가해 수사결과를 바꿨다는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을 수사한 이명현 특별검사는 윤 전 대통령의 질책에 따라 국방부가 조직적으로 수사결과를 바꿨고, 이에 반발하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는 보복을 가했다고 봤다. 특검은 이 과정에 관여한 당시 군·안보라인 관계자 11명을 함께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등 12명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이날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23년 7월 경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채 상병이 수색 작업 중 순직한 사건 수사결과를 강제로 바꾼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순직에 책임이 있다고 명시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결과를 보고받은 뒤 ‘격노’했고, 이 전 장관을 압박해 수사 결과를 뒤바꿨다고 보고 있다.
특검 조사결과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7월31일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고, 이 전 장관에게 직접 전화해 “군에서 이런 사고가 날 때마다 말단 하급자부터 고위 지휘관까지 줄줄이 엮어서 처벌하면 어떻게 되느냐”, “내가 누차 여러 번 이야기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전 대통령의 불호령에 국방부 간부들은 이 전 장관 지시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며 조직적으로 수사 결과를 뒤집는 작업에 착수했다.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박 대령에게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는 방향으로 수사 결과를 바꾸라고 지시했다. 박 대령이 반대하고 사건을 경찰에 넘기려 하자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은 이첩 중단을 명령했다.
박 대령이 이를 거부하고 사건을 경찰에 넘기자 유 전 관리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준장)은 사건을 군으로 회수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에 따르면 이들은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에 다시 맡기고, 박진희 당시 국방부 군사보좌관이 주도해 결국 임 전 사단장 등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수사 결과를 변경했다.
이 전 장관은 이 과정에서 국방부 조직을 동원해 초동 수사를 맡은 박 대령을 보복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사령관은 박 대령을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했고, 김 단장은 박 대령을 항명 혐의로 입건, 수사해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김 단장 등이 박 대령을 수사할 때 불필요하게 체포를 시도하는 등 의도적으로 그를 압박하기 위한 불법 수사를 자행했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박 대령이 항명 혐의로 재판받는 과정에서 전하규 전 국방부 대변인, 허태근 전 국방부 정책실장, 박진희 전 보좌관 등이 출석해 박 대령 유죄 선고를 할 목적으로 거짓 증언을 했다고도 봤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이처럼 수사에 개입하는 과정이 국군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의 권한을 벗어난 수준이었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대통령의 수사 기관 지휘·감독 권한은 법치주의와 적법 절차 원칙에 따른 수사권 발동을 촉구하는 의미의 일반적·선언적 차원에 한정된다”며 “특정 사건에 개별적·구체적 지시는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해하고 자의적인 수사·법집행으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위법한 지시”라고 밝혔다.
정민영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은 단순히 수사 결과에 본인 의견을 낸 것이 아니라 국방부 장관까지 이견 없이 결재한 사건에 대해 격노하고 적법하게 이첩된 기록을 회수하라고 지시했다”며 “(박 대령을) 항명으로 수사하고 보복성으로 (보직에서) 방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국군 통수권자가 행사할 수 있는 재량의 한계는 완전히 넘어섰다”고 말했다.
다만 특검은 수사 결과 변경 및 사건 회수 등 위법한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등에 대해서는 이들이 조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범죄사실을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특검이 이날 윤 전 대통령 등을 재판에 넘기면서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수사는 2년3개월여 만에 마무리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약 1년여가량 이 사건을 수사하다 지난 6월 특검에 사건을 이첩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주거지와 국방부 검찰단 등을 압수수색한 뒤 피의자들을 차례로 소환 조사했다. 특검은 지난 11일 구속 수감 중인 윤 전 대통령도 불러 조사했다.
다만 내란 특검에 의해 구속된 윤 전 대통령을 빼면 채상병 수사 외압 피고인 11명은 모두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은 지난달 20일 이 전 장관과 유재은 전 관리관, 박 전 보좌관, 김 단장, 김 전 사령관 등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으나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