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사무소 현대차그룹이 중국에 수소버스를 공급하고, 이미 철수한 러시아 시장 재진출 여부를 저울질하는 등 시장 다변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법인 ‘HTWO 광저우’와 현지 신에너지 상용차 업체 카이워그룹이 공동 개발한 수소버스가 광저우국영버스그룹의 ‘수소연료전지 도시버스 구매 프로젝트’에서 최종 낙찰됐다고 18일 밝혔다.
광저우국영버스그룹은 이번 프로젝트로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에 수소연료전지버스 50대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25대를 1위 선정 업체인 HTWO 광저우와 카이워그룹이 연내 공급하고 실제 운행에 들어간다.
이 수소버스는 저상 구조와 맞춤형 루프 설계를 통해 넓고 편리한 승차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차량에 탑재된 90kW(킬로와트)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은 기존 내연기관보다 발전 효율이 높아 5분간의 충전으로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고 현대차그룹은 강조했다. 복합 주행거리가 현지 기준 최대 576㎞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HTWO 광저우 관계자는 “최근 APEC 정상회의, 한·중정상회담 등을 통해 강화되고 있는 한국, 중국의 우호적 관계를 바탕으로 중국 내 수소기술 연구·개발 및 산업 투자를 확대하고 더 많은 현지 파트너와 손잡겠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러시아 시장 복귀 여부도 관심이다.
리아노보스티통신은 러시아연방지식재산서비스(로스파텐트)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한 결과 현대차가 이달부터 2034년까지 현대차 로고를 포함한 상표들을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제 현대차는 러시아에서 자동차와 다양한 자동차 부품을 생산, 판매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2010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준공해 러시아 시장을 공략했지만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하고 서방의 제재를 받게 되면서 부품 수급 문제로 그해 3월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듬해 12월 러시아 업체 아트파이낸스에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포함한 러시아 지분 100%를 매각하고 러시아 시장을 떠났다. 현대차가 2년 내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건을 내걸어 1만루블(당시 약 14만원)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다음달이면 현대차가 공장을 매각한 지 2년이 되지만, 현대차 공장 매각 계약 체결은 지난해 1월 마무리됐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2021년 한국의 대러시아 승용차 수출 비중은 25.5%에 달했다.
“그냥, 제 그림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봐주면 좋겠는데요.”
자신의 개인전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작가 변웅필(55)이 말했다. 전시 제목마저도 ‘아무렇지 않은 날들’이다. 그가 2021년 열었던 개인전의 이름은 ‘SOMEONE’, 특정되지 않은 누군가이다. 전시장을 채운 그의 그림 제목 중 다수가 ‘SOMEONE’과 ‘SOMETHING’이다. 그림 속 ‘누군가’에게는 얼굴과 머리와 귀가 있어 그가 사람인 줄은 알 수 있지만 눈·코·입은 빠져있다. 그림 속 서로를 안은 두 사람의 관계 또한 짐작하기 어렵다. 어떻게든 작품의 의미 부여를 차단하려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변웅필의 과한 겸양의 말과 달리 그의 그림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다. 그래픽 프로그램을 통해 인쇄한 것만 같이 균일한 색상으로 채워진 그림은 흔히 볼 수 있는 유화와 마찬가지로 캔버스에 물감으로 그린 것이다. 얼룩이 거의 보이지 않는 그림의 색은 변웅필이 직접 공들여 만들고 칠한 것이다. 그는 한 회사의 물감을 사서 직접 짜보고 색상표를 만든다. “같은 물감도 아침·점심에 그릴 때와 여름·겨울에 그릴 때 마르는 시간에 차이가 생긴다”며 한 가지 색을 칠할 때는 여러 번 덧칠하지 않고 한 번에 칠한다. “그림을 그리다가 흠집이 나면, 파리가 한 번 앉기라도 하면 처음부터 다시 칠한다”고도 했다. 캔버스도 화방에서 사지 않고 직접 만든다. 선도 그리지 않는다. 선을 비워 놓고, 면에 색을 채워서 선만 남겨두는 것이다. “완벽한 선을 그리기 위해 선을 그리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변웅필의 대표작은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2008)이었다.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의도적으로 일그러뜨려 놓고, 그 모양을 그린 그림 속에는 눈·코·입이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그림엔 머리카락이나 옷 등은 없고 검은 배경만 자리한다. 독일 유학 중에 인종차별을 겪었던 작가가 인간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외부 요소를 빼버린 것이다. 얼굴을 일그러뜨린 것 또한 외면보다 내면을 집중하게 만드는 장치다.
그렇게 규정 짓기와 거리를 둔 변웅필은 눈·코·입마저 빼버리며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2021년 개인전에서의 ‘SOMEONE’을 ‘SOMETHING’에서 ‘SOMEWHERE’로까지 확장하는 과정에서 이번 전시를 열었다. 그는 “다들 작가론을 펼치고 예술론을 표출하는데 너무 허무맹랑한 느낌도 든다”며 “동그라미와 배경만으로도 전달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림에 등장하는 네잎클로버나 사과도 “보시는 분들이 좋으라고(그린 것)”이라고만 했다.
변웅필은 “그림값이 왜 비싼지를 따져봐도, 그림을 띄우기 위한 수단과 방법이 비싸기 때문”이라며 “그림이 학술이 되고 학문이 되며 억지로 장르가 된 것”이라고 했다. 그림에 부여되는 여러 의미가 그림의 가치를 지나치게 끌어올리는 게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대신 변웅필은 그림을 그리는 행위도 ‘놀이’라고 하며, 그림을 그릴 때 들이는 정성은 ‘누군가 정한 것이 아니라 작가가 놀이 과정에서 만들어 낸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가 과거 그렸던 일그러진 자화상도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 겹쳐지며, 그가 그림에 애써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려낸 그림들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전시는 다음달 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