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트 신차 출시 효과와 민생회복 소비쿠폰 영향으로 3분기 소매판매가 3년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국가데이터처가 17일 발표한 ‘2025년 3분기 지역경제동향’을 보면 전국 소매판매는 승용차·연료 소매점과 무점포 소매 등의 판매가 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했다.
소매판매는 2022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12개 분기 연속 감소했고, 올해 2분기에는 보합(0.0%)을 기록한 뒤 플러스로 전환했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테슬라Y 등 신차 출시 효과와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소비심리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11개 시도에서 소매판매가 증가했다. 특히 승용차·연료 소매점 판매 호조로 세종(8.8%), 인천(5.5%), 대구(5.3%)의 증가폭이 컸다. 나머지 6개 시도는 감소했다. 서울은 면세점(-24.5%)이 급감하며 2.7% 줄었다. 슈퍼마켓·잡화점·편의점(-8.0%) 등도 줄었다. 제주(-1.3%), 전북(-1.0%) 등도 감소했다.
내수 흐름을 보여주는 다른 지표인 서비스업 생산도 도소매 및 보건·복지 분야 중심으로 1년 전보다 3.1% 늘었다. 증가폭은 2023년 1분기(6.3%) 이후 최대다.
서비스업은 서울(6.1%), 울산(5.3%) 등 14개 시도에서 증가했다. 특히, 서울은 도소매(8.3%), 정보통신(13.2%), 금융·보험(4.7%) 등이 강세를 보였다. 울산(5.3%)과 경기(4.9%)도 도매·소매, 예술·스포츠·여가 등의 생산이 늘어 증가했다. 제주(-8.2%), 전남(-0.8%), 경남(-0.3%)은 정보통신, 부동산 등의 생산이 줄어 감소했다.
3분기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전자부품, 자동차·트레일러 등의 생산이 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충북(19.1%), 경기(15.9%), 광주(14.6%)에서 반도체·전자부품과 전기장비 생산이 늘어 증가폭이 컸다. 반면 서울(-8.6%), 전남(-5.4%), 제주(-4.2%)는 기타 제품 제조업과 전기·가스업 생산이 줄어 감소했다.
3분기 전국 수출은 메모리 반도체, 선박, 승용차 등의 수출이 늘면서 1년 전보다 6.5%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제주(168.1%), 충북(36.8%), 광주(23.5%)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제주는 기타 집적회로 반도체·부품, 충북은 메모리 반도체, 광주는 프로세서·컨트롤러, 승용차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의병의 고장, 경남 의령 유곡면 세간리에는 ‘현고수(懸鼓樹)’라는 나무가 있다. 홍의장군 곽재우의 고향 마을 어귀에 서 있는 느티나무다. 사람 키를 조금 넘는 자리에서 직각으로 꺾인 독특한 생김새의 줄기를 마주하면 누구라도 뭔가를 걸면 좋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임진왜란이 터지자, 이 땅을 지키자는 큰 뜻 하나로 선비 곽재우는 붓을 내려놓고 의병을 일으켰다. 전투 경험이 없는 의병을 훈련시키기 위해서는 신호가 필요했다. 의병장 곽재우는 그때 마당 가장자리에 서 있는 이 나무에 북을 걸었다. 훈련 집합 신호도, 적군을 향한 출정 신호도 이 나무에 건 북으로 알렸다. ‘북을 거는 나무’라는 뜻의 ‘현고수’라는 이름은 그렇게 지어졌다.
대부분의 노거수가 ‘천연기념물’이나 ‘지방기념물’로 지정되는 것과 달리, 이 나무는 오랫동안 ‘문화재자료’로 분류됐다. 생물자원 가운데에는 흔치 않은 사례다. 북을 걸었다는 사실을 넘어, 풍전등화의 위기를 이겨내려 한 백성들의 절박함이 깃든 문화유산이라는 증거다.
그리고 2008년에는 마침내 ‘의령 세간리 현고수’라는 이름으로 천연기념물에 지정됐다. 우리 민족의 듬직한 인문학적 가치를 담은 민족 최고 자연유산으로 인정된 것이다.
오랜 세월이 남긴 깊은 상처로 나무줄기의 안쪽은 썩어 텅 비었지만, 여전히 넓은 그늘을 드리우며 사람들을 품어 안는다. 그때 그 의병들의 함성 소리는 사라졌지만, 나뭇가지에 스미는 바람결에는 여전히 옛 의병들의 기개가 담겨 있는 듯하다.
의령군은 의병의 넋을 기리는 ‘의병제전’을 이 나무 앞에서 성화를 채화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500년 넘는 긴 세월 동안 ‘의령 세간리 현고수’는 옛사람들의 우국충절을 증거하며, 그 후예들과 더불어 묵묵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말하지 않으면서도 오래전의 북소리보다 더 큰 침묵의 웅변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큰 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