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성범죄변호사 지난 19일 오후 8시17분. 승객 267명을 태우고 목포항으로 향하던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는 40여분 뒤로 예정된 기항을 앞두고 순항하는 듯했다. 전남 신안군 족도 인근을 지날때 쯤 갑작스러운 충격에 배가 크게 흔들렸다. 선반 위 짐이 한꺼번에 쏟아져 바닥을 때렸고, 승객들은 중심을 잃고 미끄러졌다. 선내 곳곳에서 비명과 울음이 이어졌다. 멈춰선 여객선에선 아무런 안내방송도 나오지 않았다.
그 혼란 속에서 먼저 움직인 것은 승객들이었다. 서로 이름조차 모른 채 구명조끼를 꺼내 어린아이와 노약자에게 씌워줬고, 넘어지거나 다친 사람을 붙잡아 일으켰다. 손을 내밀어 길을 만들고 등을 내줘 계단을 내려왔다. 죽음의 공포 속 서로 생명을 지켜낸 것은 시스템과 메뉴얼이 아닌 승객들의 연대였다.
20일 전남 목포시 한 병원에서 만난 신안 여객선 좌초 사고 피해자 이상돈씨(64)는 당시 급박했던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사고 당시 다인실에 누워 있다가 갑작스럽게 온몸이 들썩이는 강한 충격을 느꼈다고 했다. 첫 ‘쿵’ 소리가 들리자 무슨 일인지 확인하려고 몸을 일으켰고, 이어 두 번째 충격이 들이닥치면서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넘어져 허리를 다쳤다.
세 번째 충격은 선내 전체를 요동치게 했다. 바닥은 기울어졌고 선반 위 짐은 한꺼번에 쏟아졌다. 침상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 부딪히며 바닥으로 미끄러졌고, 몇몇 승객은 벽을 붙잡고 간신히 일어섰다. 비명과 울음이 뒤섞였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에게 한 중년 여성이 다가와 팔을 받쳐 일으키고 조끼를 건넸다. 그는 “‘같이 나가요’라는 그분의 목소리가 잊히지 않는다. 몸이 말을 안 듣는 상황이었는데도 손을 놓지 않고 끝까지 부축해 줬다”고 말했다. 도움을 준 승객의 이름은 확인하지 못했다. 이씨는 “생각하면 아직도 뭉클하다”고 덧붙였다.
안내방송은 사고 발생 후 약 10∼20분이 지나서야 들렸다. 상당수 승객은 이미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였다. 일부 젊은 승객들은 객실과 복도를 오가며 조끼 착용 여부를 확인하고 허리끈을 일일이 조여줬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한 중년 남성은 “내가 배를 십 년 넘게 탔는데 아무것도 아니여, 걱정 마쇼. 이 배는 쉽게 안 넘어가불어”라며 불안해하는 이들을 진정시켰고, 한 여성 승객은 부모 품에 안겨서도 울음을 그치지 않은 아이를 대신 안아 달랬다.
이씨와 같은 병원에 입원한 A씨(70대) 역시 주변 승객들의 힘을 빌려 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세 번째 충격이 닥칠 때 몸이 약 1m 앞으로 밀리며 바닥에 넘어진 그는 선반 모서리에 부딪친 직후 위에 놓여 있던 큰 여행용 가방까지 허리와 엉덩이 쪽으로 떨어져 강한 타격을 받았다. 일행이 부축해 복도까지는 이동했지만, 가파른 계단 앞에서는 더 이상 발을 내딛지 못할 만큼 몸이 굳어 있었다.
그때 한 청년이 다가와 무릎을 굽혀 등을 내밀었다. 청년은 A씨를 업고 3~4층 높이의 계단을 흔들림 없이 내려갔다. 이동하는 내내 “괜찮으세요?”, “천천히 갈게요”라고 상태를 확인하며 속도를 맞췄다. A씨는 “혼자였으면 절대 내려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얼굴도 똑바로 못 봤지만 그 청년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재 거동이 어려워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다.
이날 배가 인양된 삼학부두 여객터미널 주차장에서 만난 피해 승객들은 하나같이 “서로 조끼를 채워줬다”, “너무 질서정연해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자녀의 손을 맞잡고 있던 김모씨(40대)는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급박했는데, 그 상황에서 남을 위해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나오는지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사 측의 후속 대응에는 아쉽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한 피해 환자는 “사고 직후부터 병원에 옮겨진 뒤까지 선사 직원의 연락이나 확인 절차가 전혀 없었다”고 토로했다. 어머니의 사고 소식을 듣고 경기도에서 급히 내려왔다는 A씨의 자녀는 “공무원과 기자도 와서 안부를 묻는데 정작 선사 직원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며 “기본적인 안부 확인조차 없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어머니는 거동이 불편해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할 상황인데 이런 부분을 누구에게 문의해야 하는지도 안내가 없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병원으로 이송된 승객들의 불편 사항과 선사의 대응 여부를 함께 점검하고 있다. 박영남 전남도 연안해운팀장은 “입원 환자의 상태를 계속 확인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심리 치료도 바로 연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사고 수습이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책임지고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8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자신의 딸을 언급하자 “어떻게 가족을 엮어 그렇게 말하냐”며 반발했다.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 실장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지금 따님한테 임대주택 살라고 얘기하고 싶으냐’고 묻자 이같이 말하며 설전을 벌였다. 김 실장은 김 의원이 ‘딸의 전세금은 누가 모았느냐’고 질의하자 “딸이 저축한 게 있고 제가 조금 빌려준 게 있다”고, ‘김 실장은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입)로 집을 샀죠’라고 지적하자 “아니다. 중도금을 제가 다 치렀다”고 대답했다.
김 실장은 김 의원이 ‘보통은 집을 살 수 있는 주거 사다리로 전세를 얘기한다’고 주장하자 “(딸이) 그런 의미로 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의원은 “내년 정부 예산에서 청년 전세가 될 수 있는 정부 대출, 정책 대출은 거의 다 잘랐다”라며 “전세자금에 청년들이 보탤 수 있는 디딤돌·버팀목 대출은 3조원 이상을 잘라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모든 부모는 ‘내 딸도 아들도 전세 살고 집 사는 주거 사다리에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정책 대출을 그렇게 줄여 놓으면 청년들은 월세나 임대주택에 가라는 것이냐”며 “따님을 뭐라고 하는 게 아니고 왜 전세를 못 가게 막느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우리 딸을 거명해서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며 “이전 정부에서 너무 방만하게 운영되던 걸 6·27(부동산 대책) 때 정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실장은 “딸이 갭투자 한다는 식으로 얘기하지 않았나”라며, 김 의원은 “딸이 아니라 김 실장이 갭투자 했다는 것”이라며 서로 고성을 질렀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옆자리에서 “그러면 안 돼요”라며 말렸지만 김 실장은 “가만히 계시라”며 우 수석을 손을 뿌리쳤다. 김 실장은 “공직자 아버지 둬 가지고 평생 눈치 보고 사는 딸에게 무슨 갭투자냐”라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병기 운영위원장이 “지금 뭐 하는 것이냐. 여기가 정책실장이 화내는 그런 곳이냐”며 제지하고서야 김 실장은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우 수석은 “가족 문제는 서로 예민한 것 아닌가. 이해해 달라”며 양해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