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이혼 태국 레슬링 국가대표팀에서 보낸 4년은 ‘버티는 시간’이었다. 방콕 근교 환경을 기대하고 부임했지만 김영일 감독(55)을 맞이한 현실은 정반대였다. 훈련장은 방콕에서 400㎞ 떨어진 시사껫. 버스로 7~8시간을 이동해야 닿을 수 있는 곳이었다.
에어컨조차 없는 대학 분교 체육관이 전부였다. 통역도, 전담 치료실도 없었다. 테이프와 마사지 크림조차 한국에서 조달해야 했다.
최근 서울에서 만난 김 감독은 “부임 초반 체중이 10㎏이나 빠질 정도로 몸으로 때우고, 통역기를 돌리며 직접 시범을 보이는 등 거의 모든 걸 책임져야 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4년 동안 태국 대표팀 감독으로 거의 모든 일을 도맡아야 했고 지금도 비슷하다. 그래도 한국 지도자로서 태국 대표팀을 맡아 열심히 노력했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적당히 하라”는 주변 조언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태국 레슬링 현실에서 그는 선수들에게 코치 겸 부모였다.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김 감독은 4년 전 대한레슬링협회 파견 지도자로서 태국에 갔다. 김 감독은 “국가대표팀 훈련장이 별도로 없다. 레슬링 선수가 있는 대학으로 가서 대학 선수를 지도하면서 국가대표가 소집될 때마다 국가대표 선수들을 가르쳤다”고 말했다.
여러 지역을 이동하며 생활하는 터라 자신을 “순회 코치와 같다”고 했다.
환경은 열악했다. 치료시설도 없어 선수들이 서로 자가치료를 했다. 김 감독은 “고질적인 부상에 시달리는 선수들을 보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태국 대표팀 선수들은 대부분 학교팀 코치를 병행한다.
대표선수 한 달 훈련수당은 1인당 1만8000바트(약 81만원)다. 협회 예산이 부족해 한 개 체급 2명 선발이 어렵다. 김 감독은 “이번 한국 전지훈련도 7일만 하라고 했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후원을 추가로 받겠으니 한 달로 늘려달라고 해 허락받았다”며 “지금 남녀 대표 선수 10명은 내 선후배들이 지도하는 국내 팀 훈련장으로 삼삼오오 흩어져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레슬링협회는 과거 좋지 않은 경험 때문에 한국 지도자에 대한 불신이 컸다. 김 감독은 꾸준히 신뢰를 쌓았다. 힘든 시간 속에서도 그를 버티게 한 건 선수들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한국 스승의날 한글로 감사 인사를 보냈는데 너무 기뻤다”며 “선수들이 나를 아빠 같은 코치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한국 전훈을 온 그레코로만형 77㎏급 위짓 탐윌낫은 “선수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를 잘 돌보는 코치를 처음 만났다”며 “선수보다 더 성실한 지도자, 사소한 것까지 모두 챙기고 선수들의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지도자”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부임 초기 열악한 환경에 대해 ‘나는 괜찮으니 걱정 마세요’라고 말하는 선수들의 표정이 안쓰러웠다”며 “지금 선수들 얼굴이 너무 밝아지고 레슬링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태국 레슬링의 국제 경쟁력은 약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가 8강에 오른 게 최고다. 남자는 16강 수준이다. 태국은 다음달 동남아시안게임(SEA 게임)에 출전하며 금메달 2개를 노린다. 김 감독은 “이전 대회에서 10년 만에 SEA 게임 금메달을 따냈다”며 “이번 대회는 태국 홈에서 열린다. 금메달 2개를 꼭 따내고 싶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18일 3.3% 넘게 급락하며 3960선도 붕괴됐다. 비트코인은 장중 7개월 만에 9만달러선도 내줬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35.63포인트(3.32%) 떨어진 3953.62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장보다 44.78포인트(1.10%) 내린 4044.47에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는 점차 낙폭을 키우면서 4000선과 3960선을 차례로 내줬다.
코스닥도 약세다. 코스닥지수는 이날 전장보다 23.97포인트(2.66%) 떨어진 878.70에 거래를 마감하며 900선을 내줬다. 장중엔 이차전지주 부진의 영향으로 3% 넘게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12월 금리인하 전망 약화,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재부각되자 위험자산이 급락하며 국내증시에도 악재가 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에선 하락종목이 90%가 넘을 정도로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성전자는 전장보다 2800원(2.78%) 내린 9만78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10만전자를 내줬고 SK하이닉스는 3만6000원(5.94%) 급락한 57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4.32%) 두산에너빌리티(-4.31%), 효성중공업(-4.11%)도 하락마감했다.
코스피50 종목 중 상승마감한 종목이 한국전력에 그칠 정도로 대형주가 일제히 부진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1조2414억원 순매수하고 있고 외국인은 5502억원, 기관은 6,768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증시 순매도 영향으로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날보다 7.3원 오른 달러당 1465.3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불안심리에 코스피를 제외한 여타 위험자산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18일(한국시간) 오후 1시21분 기준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5.81% 하락한 8만9892.9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9만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4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여전히, 질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가 중요함은 물론이지만 그 질문을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중요하다. 같은 질문에 대해 그 사람에 알맞은 답변을 각기 다르게 줄 수 있는 지혜를 지니기란 매우 어려운 일인데, 이를 잘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 공자(孔子)다.
숭덕(崇德)과 변혹(辨惑)의 방법을 물었을 때도 공자는 제자마다 다른 대답을 해주었다. 훌륭한 인품을 갖춰가는 것이 숭덕이고, 그 길에서 미혹을 분별하는 것이 변혹이다. ‘내가 할 일을 먼저 하고 그로 인해 얻게 될 것은 나중에 생각하기’ ‘충신(忠信)을 주로 삼고 의(義)로 옮겨가기’. 각각 번지와 자장에게 답한 숭덕의 방법이다. 번지에겐 실천적 자세를 강조한 데 비해, 자장에겐 진심과 믿음을 다함으로써 인격을 완성해 가는 수양을 제시했다. 제자들과 오랜 관계를 맺으며 수준과 성향을 깊이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면 이렇게 다른 대답을 해줄 수 없었을 것이다.
분별해야 할 미혹에 대해 공자는 ‘일시적인 분노로 자신을 잊어 부모에게까지 재앙을 초래하는 것’ ‘좋아할 때는 살기를 바라다가 미워지면 죽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수준의 고하를 막론하고 숭덕의 길을 가로막는 것은 분노와 미움 같은 감정임을 보여준다. 어떻게 한때 좋아하던 사람이 죽기를 바랄 만큼 싫어지게 될까? 아무리 고상해 보이는 사람이라 해도 마음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고 애정이 깊을수록 실망으로 인한 미움도 극대화될 수 있다. 지고한 인품을 향해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일순간 삐끗하여 떨어지면 산산조각 나버릴 수 있는 참으로 연약한 존재가, 우리 인간이다.
공자는 미혹을 분별하는 방법은 따로 답해주지 않고 그 폐해만 극단적으로 강조했다. 분별의 방법이 숭덕 말고 따로 없기 때문이다. 분노와 미움은 대개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비롯된다. 내가 할 일에 충실하고, 온 마음을 다하며 무엇이 의로운지 끊임없이 고민할 때, 잘못의 원인 역시 남이 아닌 나에게서 찾게 된다. 마음의 균형이 깨지려는 순간, 잠시 집착을 놓고 자신을 다시 돌아볼 일이다. 참으로 쉽지 않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