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효자동 코오롱하늘채 코스피 지수가 달아오르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이 오랜만에 ‘불장’을 이루고 있다. 상장일 공모가 대비 적게는 두배, 많게는 4배 오르며 들썩이는 모양새다. 유아용 캐릭터로 유명한 ‘핑크퐁’, 상장 ‘삼수생’ 케이뱅크도 상장을 앞두거나 추진 중이다. 단기 급등으로 주가에 거품이 낄 수 있는 만큼 공모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최근 투자자의 이목이 집중된 것이 공모주 시장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명인제약을 시작으로 17일 상장한 그린광학까지 10월 이후 상장한 6개 종목 모두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두배 넘게 올랐다. 이달 상장한 큐리오시스와 이노테크는 상장일 종가기준 상승률이 300%로 가격제한폭(공모가 대비 4배 상승)까지 올랐고 노타도 상장일 240.66%로 마감하는 등 주가가 크게 뛰었다.
지난 3분기까지만 해도 상장일 종가기준 주가 상승률 300%인 종목이 1개에 그쳤고 대부분 상장 종목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상승률이 100% 미만이었다. 10월 이후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셈이다.
IPO 종목의 주가가 뛰다보니 공모주 시장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1일 명인제약 상장 당시 청약 준비금으로 약 17조원이 몰린 것을 시작으로 11월 상장한 모든 종목엔 조단위 증거금이 몰렸다. 18일 상장하는 ‘더핑크퐁컴퍼니’의 청약 준비금도 8조452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무신사도 IPO 추진을 공식화한 상황이다.
이달 들어 상장종목의 상장일 주가가 크게 뛰는 배경엔 ‘4000피’와 ‘투자 붐’ 효과가 깔려 있다. 코스피가 4000을 넘기는 등 국내 증시가 크게 반등했고 이에 따라 신규 상장 종목의 주가에도 상승효과가 반영된 것이다. 증시 주변자금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약 83조원으로 이달 내내 80조원을 웃돌고 있다.
공모주 시장이 들썩이다보니 앞서 두 번 상장을 철회했던 케이뱅크도 지난 10일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며 ‘3수 도전’에 나섰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시장 전체로 볼 땐 건강하지 않은 ‘과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상장 첫날 주가가 많이 오르는 건 결코 좋은 시장이 아닌 과열”이라며 “부동산 시장에서 신축 아파트 가격이 하루만에 4배가 되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에 거품이 끼다보니 상장종목들은 상장 직후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4일 상장한 세나테크놀로지는 이날 장중 하한가를 기록했고, 상장일 300% 상승마감했던 큐리오시스도 최근 하한가를 기록했다.
다만 구조적 과열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 확대 등 올해 당국의 IPO시장 개선안의 효과로 IPO시장의 투기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대부분 종목의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상단을 초과했지만 올해는 모두 상단 이하에서 공모가가 결정됐다. 지난해 상장 종목의 상장 한달 후 평균 주가 상승률은 -0.06% 였으나, 연초부터 3분기까지 상장 종목의 경우엔 41%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최 연구원은 “과열 국면으로 갈지 단기 이벤트로 끝날진 지켜봐야하지만 상반기에도 급등 후 금방 (주가가) 안정화되며 투자자들도 쫓아가지 않았다”며 “과열 단계로 갈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새로운 금융상품인 종합투자계좌(IMA)가 이르면 다음달 초 출시된다. 기업금융과 중소·중견·벤처기업 관련 모험자본에 투자해 원금과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제도 도입 8년 만에 첫선을 보인다.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중견·벤처기업 자산에 투자하는 모험자본으로 유도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머니무브’ 구상도 IMA 출시로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정례회의에서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을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지정했다. 키움증권에 대해선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투사로 지정하고 단기금융업 인가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IMA를 출시할 수 있게 됐다. 키움증권은 기존 4개 증권사(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에 이어 다섯 번째로 발행어음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IMA는 증권사가 고객의 돈을 받아 기업의 회사채, 인수금융(M&A) 대출 등 기업금융에 70% 이상을 운용하면서 얻은 수익을 투자자에게 원금과 함께 돌려주는 ‘원금지급형 실적배당’ 상품이다. 쉽게 말해 기업이 사업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자금을 제공해주고 그 과실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구조로 예금과 펀드의 중간 성격을 지닌 상품이다. 발행어음은 은행 예금처럼 증권사가 만기(1년 이내) 도래 시 확정수익률에 따라 원리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증권사는 발행어음과 IMA를 통해 자기자본의 300%(발행어음 200%·IMA 100%)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2017년 IMA를 도입했던 이유도 증권사가 덩치를 키워 골드만삭스 등 해외 투자은행(IB)처럼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해 국내 기업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정부는 올해 종투사가 전체 운용자산에서 발행어음·IMA 조달액의 25%에 상응하는 모험자본을 공급하도록 하고, 부동산 투자 비중은 2027년까지 3분의 1 규모인 10%까지 낮추도록 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마무리했다.
고영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IMA는 (한투와 미래가) 빠르면 12월 초 출시할 계획”이라며 “(출시 상품의) 투자설명서는 금융감독원에서 연내 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IMA의 가장 큰 장점은 예금처럼 원금이 사실상 보장되면서도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점이다. IMA엔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아 예금처럼 원금이 온전히 보장된다고 할 순 없지만 증권사가 파산하는 등 극단적 경우가 아니라면 원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수익률과 상품의 종류는 증권사 재량이지만 증권가 안팎에선 예금과의 차별화를 위해 목표 수익률이 5~8%인 ‘중위험·중수익’ 이상의 상품이 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한다.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인수금융, 프리 IPO(상장 전 지분 투자) 등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투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IMA 상품의 70% 이상은 만기를 1년 이상으로 하도록 돼 있어 중도해지 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성과에 따라 수익을 지급하기 때문에 만기 수익이 예상보다 적거나 없을 수도 있다. 주식 투자와 달리 운용보수와 성과보수를 지급해야 하는 것도 개인투자자의 선호를 낮출 수 있는 요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모험자본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하지만, 투자 대상이 충분할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