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치료제구매 흰 글씨로 ‘침착할 것’이라고 적힌 새까만 표지를 넘기면 고양이, 강아지, 코끼리, 햄스터 등 색색의 귀여운 동물들이 반긴다.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고 있는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맞아 만들어진 잡지 ‘침착할 것: 창간호’이다.
독일 녹색당 하인리히 뵐 재단 동아시아사무소,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오늘의 풍경’, 비영리 단체 ‘슈퍼스톰’이 벨렝으로 향한 한·일 기후활동가, 언론인, 정책결정자들을 위한 잡지를 제작했다.
한국, 일본, 브라질의 아티스트와 학자, 활동가 30여명이 협업했다.
‘침착할 것(Don’t Panic)’이란 제목은 SF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따 왔다. 지구가 폭파되며 은하수를 떠돌게 된 히치하이커들에게 안내서가 가장 먼저 전하는 메시지이다. 잡지를 기획한 노건우 하인리히 뵐 재단 동아시아사무소 생태담당관은 “너무 늦은 것 같다는 비관론, 기술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낙관적 기술만능론이 난무하는 가운데 균형을 잡는 말이 ‘침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잡지는 이들에게 낯선 도시인 벨렝의 맛집과 즐길거리, 벨렝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려주며 시작한다. 여느 여행서처럼 ‘고맙습니다(오브리가도)’ ‘화장실은 어디에 있나요?(옹지 피까 우 방녜이루)’ 같은 ‘생존 포르투갈어’와 ‘원주민을 존중하라(헤스뻬이뗑 우스 뽀부스 잉지제나스)’ ‘아마존 파괴를 멈춰라(빠렝 지 데스트루일 아 아마조니아)’ 같은 ‘저항을 위한 포르투갈어’가 담겼다.
20여 차례 기후총회에 참석한 전문가가 알려주는 ‘기후 협상의 회고와 전망’, 생태 활동가가 짚어주는 ‘미국 없는 COP30과 쟁점들’ 같은 글도 있지만, 브라질과 한국·일본을 연결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브라질 아마존과 한국의 4대강을 잇는 ‘작은 댐부터 시작하는 마음’, 일본계 브라질인의 역사를 다룬 ‘오키나와인의 브라질 이민사’, 브라질산 커피와 기후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커피가 비싸지게 될까? 우리가 변할까?’ 등의 글을 실었다.
노 담당관은 벨렝으로 향하는 이들을 수소문해 잡지를 한국에 300부, 일본에 150부가량 배포했다. 이번 잡지는 창간호로, 매년 기후 총회 즈음 제작을 목표로 한다.
교제폭력을 둘러싼 입법 공백이 여전한 가운데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폭넓게 규제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히 ‘폭력행위’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폭력이 어떻게 이뤄졌고 어떤 관계에서 벌어졌는지 등을 보고 이를 막을 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오후 2시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친밀 관계 폭력 예방 및 대응 방안 입법 토론회’에서는 법 사각지대가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을 낳지 않도록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전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 의해 일어나는 교제폭력은 실제 살인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경찰청이 발표한 ‘2024 사회적 약자 보호 주요 경찰 활동’ 보고를 보면 지난해 살인범죄(미수 포함) 여성 피해자 333명 중 108명(32.4%)이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피해를 겪었다. 남성 살인 피해자(435명)가 과거 교제폭력 등을 겪은 경우는 42명(9.7%)으로, 살인에 앞서 친밀한 관계 폭력을 겪은 여성 비율은 남성보다 3배 이상 높았다.
피해자들은 경찰 등에 도움을 요청하고도 살해됐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 살해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최소 114명의 여성이 경찰에 신고하거나 피해자 보호 조치를 받고도 살해되거나 살해당할 위험에 처했다. 지난 6월엔 인천 부평구에서 가정폭력으로 접근금지 명령 조치를 받은 60대 여성이 남편에게 살해됐고 지난 5월엔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 보호조치를 받던 30대 여성이 전 연인에게 살해당했다.
교제폭력이 반복되지만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규제하는 법은 가정폭력처벌법과 스토킹처벌법이 전부다. 가정폭력처벌법은 혼인·사실혼·혈연 등 가족에 준하는 관계에만 적용돼 한계가 있고,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행위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오랜 시간 은밀한 방식으로 가해지는 교제폭력에 대처하기엔 한계가 있다.
교제폭력을 다루는 입법은 2016년 19대 국회 때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발의됐으나 10년째 법제화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일 입법조사처는 “교제폭력 피해자 보호에 관한 입법은 일반 형사입법보다 명확성의 요구가 완화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입법을 촉구하기도 했다. ‘교제관계’의 뜻을 법적으로 정의하는 문제로 입법을 지연시키지 말고 하루빨리 피해자 보호 사각지대를 없애자는 취지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교제폭력은 여전히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면서 “교제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 명령이 적용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폭력 행위’에 맞춰 쪼개진 현행 법 체계 대신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을 아우를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경희 광주여성의전화 소장은 “현행법은 폭력의 유형에 따라 분절돼 있지만 실제로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성폭력과 스토킹을 함께 겪는 등 여러 폭력이 연속적이고 중첩적으로 발생한다”며 “폭력이 발생하는 관계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스토킹처벌법의 적용대상을 넓히는 등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현행 법에 존재하는 한계점도 함께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연구관은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의 평화와 안정의 회복’을 목적으로 둬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한다”며 “이러한 불합리한 조항을 전체적으로 정비하고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통합적으로 규율하는 법체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