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트 정부가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 1심 항소 포기 사태 이후 집단행동에 나선 간부급 검사 등을 징계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감사원이 4개월 전에 공개한 보고서가 주목받고 있다. 감사원은 당시 검사 탄핵 국면에서 집단 입장을 낸 검찰 간부들을 상대로 감사를 벌인 뒤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감사원은 지난 7월 ‘법무부·검찰청·검사의 헌법·법령 위반 등 관련’ 보고서에서 지난해 11월 이창수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검사 등에 대한 국회의 탄핵 추진 때 검사들이 검찰 내부망에 직급별로 집단 반대 성명을 올린 것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5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검사들의 이런 집단 행위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등에 저촉된 행위라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지난 2월 보름 가량 실지 감사를 한 뒤 국회 측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고 별도 조치 없이 감사 종결 처리했다. 감사원은 보고서에 “검사들의 공동 입장 또는 의견 게시는 국회의 탄핵 추진에 따른 검찰 기능의 저하와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등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를 표명한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공무원의 정치적 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국가공무원 복무규정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대법원 판례에서 요구하는 공익에 반하는 집단적 행위라거나 직무 전념 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집단적 행위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에서 검사들이 집단 성명을 낸 행위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 많다. 전국 18개 지방검찰청 지검장들과 8명의 지청장 등은 지난 10일 각각 공동명의로 항소 포기 결정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게시물을 검찰 내부망에 올렸다. 이에 정부는 이들 간부급 검사를 평검사로 강등 조치하는 등 징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앞선 감사원 감사 결과 등을 볼 때 검사들의 집단 행위를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법무부 차원의 징계와 감사원의 감사를 같은 성격으로 볼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조직 내부 차원의 징계는 꼭 사법적 판단을 빌리지 않더라도 기관장이 임의로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창민 변호사는 “꼭 법을 어기지 않아도 조직 내부적인 징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검사들의 집단 성명이 법을 위반하진 않았지만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문제가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징계를 단행하면 이후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 등 결국 사법적 잣대를 통해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일로 간부급 검사를 평검사로 강등시키는 게 가능하더라도 그게 법적으로 정당한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부당해고 소송처럼 나중에 이 징계가 옳았는지 법정에서 다퉈지면 부당한 징계라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12·3 불법 계엄에 가담한 공직자를 조사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 구성을 놓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내부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김용원 상임위원은 헌법존중 TF는 전체주의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인권위가 직권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숙진 상임위원은 “직접적이고 명백하게 내란에 가담했다면 그로 인한 징계는 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인권위는 20일 제28차 상임위원회를 열어 헌법존중 정부혁신 TF의 공직자 휴대전화 조사 방침 등에 대해 논의했다.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는 안건이 아니었으나 회의 시작과 함께 김 위원이 이야기를 꺼냈고 다른 위원들과 논쟁을 벌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 11일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오는 21일까지 49개 중앙행정기관에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란에 직접 관여하거나 협조한 공직자는 법적으로 처벌하지 않더라도 내부 징계·인사 조처 등을 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독립기관인 인권위에는 “정보 제공 차원에서 공유하니, 자율적으로 조사 실시 여부를 판단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김 위원은 “앞으로 조사에 착수할 때 인권 침해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공직자 개개인이 자기 검열을 하고 공포를 느끼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라고 생각한다”며 인권위 직권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인권 침해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내용이 중대할 때’ 직권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이 위원은 “명백하고 직접적인 내란 사전모의 등이 조건인데, 대다수 공무원은 제외될 것”이라며 “직접적이고 명백하게 내란에 가담했다면 그로 인한 징계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권위에 TF를 설치할지 말지를 이른바 ‘윤석열 방어권’ 안건을 의결한 안창호 위원장이 결정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며 “경과와 계획에 대해 나에게 공유해달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보고 여부는 내가 결정한다”며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을 주도한 위원장은 논의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안건 결정은 전원위에서 난 것이고 그 결정을 부정하는 것은 인권위원회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적법절차를 지키라’는 권고 내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