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혼전문변호사 직장인 김모씨(26)는 지난 1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신안에서 여객선이 좌초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불안에 사로잡혔다.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는거 아닌가 걱정했다”는 김씨는 구조현황이 공개되고 큰 인명피해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안심했다. 김씨는 “좌초 이야기를 듣자마자 세월호 생각이 난 걸 보면 당시 기억이 많이 남은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9일 밤 전남 신안에서 여객선 퀸제누비아 2호가 승객 260여명을 태우고 좌초되는 사고가 나자 많은 시민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떠올렸다.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일부 시민들은 당시 기억으로 인한 트라우마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며 밤새 불안에 떨었다.
이날 사고가 알려진 이후 20일까지 X(옛 트위터)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원구조란 말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안해 믿을 수 없다’는 등 트라우마 경험을 호소하는 글이 이어졌다.
프리랜서 김모씨(40)는 사고 속보를 접하자 “손이 차게 식으며 심장이 세게 뛰었고, 세월호 사고 보도를 처음 볼 때 이미지가 번쩍이듯 떠올랐다”며 “(당시) 뉴스 화면은 물론 뉴스를 보던 노트북 프레임까지 선명하게 떠올랐다”고 했다. 김씨는 “그렇게 강한 PTSD가 있는지 자각하지 못했다”며 “세월호가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 구조’ 오보가 떠올라 구조 소식을 믿기 어려웠다는 반응도 있었다. 직장인 박모씨(30)는 “전원 구조 기사를 봐도 안심하긴 이르다고 생각했다”며 “세월호 참사 때도 전원 구조 오보가 있어 그때 느낀 안도의 감정에 오래도록 후회·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박씨는 “(구조를 믿지 못해) 두 눈으로 뉴스 영상을 다시 확인해야 했다”며 “(이번 사고가) 전원 구조에도 없던 일이 되는 게 아니라 또 많은 이들에게 정신적 충격과 PTSD로 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도 과거 참사의 기억이 떠오르게 한 사고였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20일 성명을 내 “신속하고 안전한 구조가 이뤄져 정말 다행이지만, 세월호 참사의 비극과 지난해 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상처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라며 정부에 안전을 위한 개선조치와 제도적 보완을 주문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사회적 참사 등 상황에서는) 크고 작은 차이는 있어도 전 국민이 모두 트라우마를 겪는다”며 “피해자와의 ‘동일시’나 유사한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는 ‘재경험’을 겪게 된다”고 했다. 임 교수는 “주변인들과 트라우마 경험을 나누는 게 도움이 되고, 1주일 이상 증상이 지속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재난은 계속 반복되고 그 트라우마의 예방·치료를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도 더 필요하다”며 “기존 국가트라우마 센터 강화와 정신건강 지원 인프라 구축 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인공지능(AI)·에너지 등 협력 과제를 구체화하기 위한 장관급 회담이 진행됐다.
20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아부다비 산업첨단기술부 청사에서 술탄 아흐마드 알 자베르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 겸 아부다비석유공사 사장을 만났다. 두 장관은 양국 정상이 합의한 원전·자원 분야 제3국 공동 진출, AI 데이터센터 구축 협력 등의 이행 방안을 협의했다.
알 자베르 장관은 첨단 제조와 석유 산업, 액화천연가스(LNG), 배터리 등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 확대 의지를 표명하고 석유 공동비축 규모 확대를 제안했다. 원유·가스 등 상공정뿐 아니라 석유화학 제품과 같은 하공정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들과의 신규 협력 의지를 밝혔다.
김 장관은 UAE가 추진하는 세계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 ‘스타게이트 UAE 프로젝트’에 경쟁력을 갖춘 많은 한국 기업이 참여할 기회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소형모듈원전(SMR)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3국 공동 진출 협력 모델을 발굴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UAE 측은 높은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과의 협력은 언제나 환영한다며, UAE의 자본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제3국 공동 진출에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했다.
같은 날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모하메드 알 하마디 UAE원자력공사(ENEC) 사장과 만나 세계 원전 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한전과 ENEC는 지난 18일 정상회담 직후 양국 정상이 보는 가운데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원자력 신기술, AI·글로벌 시장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에는 SMR 공동 평가, 원전 분야 AI 활용 등 차세대 원전 기술에 대한 정보 교류, 인력 양성, 공동 연구 등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제3국 원전 시장 공동 진출로 상호이익을 증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 사장은 “그동안 양사가 협력과 신뢰 기반 위에 쌓아올린 성공적인 사업 성과는 미래 협력의 큰 모멘텀(계기)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밝혔다. 알 하마디 ENEC 사장은 “세계 원자력 분야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며 “양사의 파트너십을 활용하면 큰 상호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