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신소 부산에서 최초로 발레 공연을 선보인 조숙자(예명 조예경) 전 부산대 교수(한국발레협회 명예이사)가 지난 13일 밤 경기 안양에서 별세했다. 향년 97세.
1928년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만주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무용을 접했고, 해방 후 부산으로 돌아와 박성옥에게 한국 춤을, 임성남에게 발레를 사사했다. 1958년 서면에 부산예술무용학원을 설립하고 같은 해 부산 최초의 발레 개인 공연 ‘조예경 1회 무용 발표회’를 열었다. 이후 1979년까지 7차례 창작발레 공연을 올렸으며, 그의 발레단은 훗날 부산발레단으로 이어졌다.
조 전 교수는 한성여대(현 경성대)와 부산대 무용과에서 1969년부터 1994년까지 후학을 양성하며 부산 무용계의 기틀을 다졌다. 은퇴 후 부산발레하우스를 열어 지역 발레 발전에 힘썼다.
유족으로는 아들 서창빈씨, 며느리 박진씨 등이 있다. 빈소는 부산진구 시민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0일 오전 8시30분.
급하게 돈이 필요한 서민들을 상대로 최대 연 3만%의 초고금리 이자를 받아가며 불법 채권 추심을 한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대부업법 위반, 채권추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법 사금융 조직 총책 A씨(30대) 등 61명을 검거하고 이중 18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일당 61명 중 35명에 대해서는 지휘·통솔 체계를 갖춘 범죄단체를 조직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형법 114조(범죄단체 등의 조직)를 추가 적용했다.
또 피의자들로부터 자금세탁을 의뢰받은 돈세탁책 1명, 개인정보 DB를 불법 수집한 145명도 검거했다.
A씨 등은 2021년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수도권 등지에 무등록 대부업 사무실을 차려놓고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소액 대출을 해주겠다고 접근해 679억원 상당을 불법 대부·추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한 번에 27만~190만원 가량을 소액 대출해주면서 상환 기간을 7일 이내로 정했다. 최소 금액인 27만원을 빌리는 경우 일주일 안에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총 50만원을 갚아야 했다. 다음날 바로 상환해도 마찬가지로 50만원을 갚아야 했는데 이를 연이자로 계산하면 무려 3만1092%에 달하는 것이었다.
A씨 등은 제때 돈을 갚지 못하는 피해자에 대해 다른 대부업체 직원으로 위장한 조직원을 보내 더 큰 금액을 대출하도록 권유하기도 했다. 한 피해자의 경우 처음에 97만원을 빌렸지만, 11개월간 돌려막기를 하다보니 이자만 5700만원까지 불어나기도 했다.
A씨 등은 대출을 실행하기 전에 피해자의 가족이나 친구의 연락처를 사전에 담보로 받아 놓고, 채무 사실을 주변에 알릴 것처럼 협박하면서 빚을 갚을 것을 독촉했다. 이자를 깎아주겠다며 피해자로부터 은행 계좌를 넘겨받아 대포 계좌로 쓴 사례도 있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경기복지재단 불법 사금융 상담팀으로부터 첩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해 최근까지 A씨 등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 상황 속 취약계층을 노린 불법 사금융 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며 “단기·소액 대출로 인한 피해를 당한 경우 경찰이나 경기복지재단에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했다.
국내 연구진이 의복 소재로 만든 쌀알 크기 덩어리를 이용해 공장 폐수에 녹아 있는 구리를 흡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핵심 광물자원을 새로운 방법으로 조달할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연구재단은 최재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이 공장 폐수에서 구리를 효과적으로 회수할 흡착제를 만들었다고 20일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컴퍼지츠 앤드 하이브리드 머티리얼스’에 실렸다.
구리는 전자나 에너지 산업에 많이 활용되는데, 특히 최근에는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장비가 널리 보급되면서 경제적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그런데 구리는 세계 경기 흐름에 따라 가격 변동 폭이 크다. 구리를 산업계에 안정적으로 조달할 방안을 찾는 일이 중요해진 것이다. 광산뿐만 아니라 버려지는 공업 생산물에서 구리를 얻는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반도체 제작이나 금속가공 과정 등에서 나오는 폐수에는 구리가 다량 함유돼 있다.
연구진이 폐수에서 구리를 회수하기 위해 고안한 기술의 핵심은 의복 소재인 아크릴 섬유로 지름 5㎜짜리 쌀알 크기 3차원 물질, 즉 덩어리를 만든 것이다. 새 물질 내부에는 많은 구멍이 존재하는데, 여기에 구리가 다량 달라붙도록 했다. 내부에 많은 구멍이 숭숭 뚫린 스펀지가 물을 한껏 빨아들이는 원리를 응용한 셈이다. 새 물질이 구리를 빨아들이면 체로 걸러내 산성 용액에 담근다. 그러면 농축된 구리를 얻을 수 있다.
기존에도 폐수 속 구리를 잡아내는 흡착제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성능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연구진이 고안한 물질과는 달리 흡착제 표면에서만 구리를 흡수했다. 자석 표면에 쇳가루가 달라붙는 모습과 유사했다. 연구진은 흡착제 기능을 하는 물질 내부까지 구리가 스며들도록 해 성능을 높인 것이다. 연구진은 자신들이 고안한 새 물질의 흡착 용량(1602.3㎎/g)이 기존 2차원 물질보다 약 2배 향상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구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물론 수질을 보호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향후 구리뿐만 아니라 희귀금속 등 다른 물질을 뽑아내는 데까지 이 기술이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최 박사는 “구리 결정은 촉매나 전극 등 고부가가치 소재로 재활용될 수 있다”며 “이번 기술이 친환경 순환 시스템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