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좋아요 HD현대가 조선 수출 반세기 만에 총 5000척의 선박을 건조·인도하는 기록을 세웠다. 하나의 조선그룹이 선박 5000척을 인도한 것은 전 세계 처음이다.
HD현대는 19일 울산 HD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선박 5000척 인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HD현대가 5000번째로 인도한 선박은 필리핀 초계함 2번함인 ‘디에고 실랑’함이다. 디에고 실랑함은 길이 118.4m, 폭 14.9m, 순항속도 시속 28㎞(15노트)에 이르는 최신예 함정으로, HD현대는 2022년 1월 필리핀 해군으로부터 함정 10척을 수주해 이 중 디에고 실랑함을 지난달 필리핀 해군에 인도했다.
디에고 실랑함의 인도로, HD현대는 지난 50여년간 선박 5000척을 건조·인도하게 됐다. 1972년 현대조선중공업(HD현대중공업 전신)을 창립, 1974년 26만t급 유조선 ‘애틀랜틱 배런’호를 그리스 선주에게 인도한 것을 시작으로 배를 건조·인도한 선주사만 지금까지 총 68개국 700여개에 달한다. HD현대중공업이 2631척, HD현대미포는 1570척, HD현대삼호는 799척의 선박을 인도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오래된 조선 역사를 가진 유럽과 일본에서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라며 “선박 길이를 250m로 가정하면 선박 5000척의 총길이는 1250㎞”라고 설명했다. 이는 서울에서 일본 도쿄까지 직선거리(약 1150㎞)보다 길고 에베레스트산(약 8800m) 높이의 140배가 넘는다.
정기선 회장은 이날 기념행사에서 “(HD현대가 건조해 인도한 선박) 5000척은 대한민국 조선 산업의 자부심이자 세계 해양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도전의 역사”라며 “함께 만든 도전의 역사를 바탕으로 다음 5000척, 또 다른 반세기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HD현대는 정 회장의 제의로, 선박 5000척 인도를 기념해 조선 계열사 임직원과 사내 협력업체 근무자들에게 상품권 30만원권을 지급하기로 했다.
정유·석유화학 공장에서 20년 넘게 시료 분석 업무를 하다 췌장암에 걸린 노동자가 긴 법정 다툼 끝에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소송 당사자는 항소심 진행 중 병세가 악화해 숨졌다. 재판부는 근로복지공단이 업무 관련성 조사도 없이 산재를 불승인했다고 지적했다.
20일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고등법원 제4-3행정부는 전날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울산CLX)에서 일했던 노동자 고 오충묘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오씨는 1996년 SK 울산CLX 정유·석유화학 공장에 입사한 뒤 23년6개월 동안 각종 시료 실험·분석 업무를 맡았다. 시료에는 벤젠, 톨루엔, 크실렌, 황산 등 1군 발암물질을 비롯해 다양한 유기화합물이 포함돼 있었다.
실험실에는 후드와 환기장치가 설치돼 있었지만, 근무자들은 일상적으로 냄새를 느낄 정도로 유해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의 동료는 “방사선 문제나 위험성에 대해서는 들은 적 없고, 별도 보호구도 제공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씨는 2020년 1월 췌장두부암 진단을 받고 업무상 질병을 사유로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췌장암과 유해물질의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다”며 불승인했다.
오씨는 이에 불복해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1심에서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병세가 악화한 오씨는 2024년 9월 사망했고, 배우자가 소송을 이어갔다.
서울고법은 2심에서 고인의 근무환경을 토대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유해물질 복합노출, 장기간 야간·교대 근무 등이 췌장암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췌장암의 발병 기전 자체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산재보험 제도 취지상 인과관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단이 산재 관련성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점도 짚었다. 오씨는 2010~2020년 X선을 사용하는 유황분석기를 2257회 이상 다룬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럼에도 공단은 방사선 노출 여부와 강도에 대한 측정을 시행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만일 고인에 대한 업무 관련성 전문조사가 시행됐다면, 고인이 채취하고 분석한 시료의 유해물질과 노출 정도, 적절한 환기시설 작동과 같은 작업환경 등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산재 인정을 받기 어려웠던 췌장암에 대해 법원이 작업환경과 인과관계를 폭넓게 해석한 사례로 평가된다.
소송대리인 임자운 변호사는 “췌장암은 발병 원인에 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산재 승인이 어려운 질병”이라며 “그렇다 보니 공단이 조사도 없이 산재를 불승인했는데, 법원이 그 점을 구체적으로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충남 보령에서 2027년 열리는 제1회 ‘섬비엔날레’ 개막이 5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섬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예술감독·사무총장·민간조직위원장 선임을 잇따라 마무리하고, 첫 행사의 전시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충남도와 보령시가 공동 주최하는 제1회 섬비엔날레는 2027년 4월3일부터 5월30일까지 원산도와 고대도 일원에서 열린다. 주제는 ‘움직이는 섬: 사건의 수평선을 넘어’다.
행사는 2027년 두 섬에서 시작해 2029년 3개 섬, 2031년 4개 섬으로 범위를 넓히고, 2033년에는 원산도·고대도·삽시도·장고도·효자도 등 보령의 5개 섬 전체로 확장한다.
조직위는 지난달 송상호 경희대 명예교수를 민간조직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송 위원장은 공동조직위원장인 김태흠 충남지사, 김동일 보령시장과 함께 비엔날레 전반을 총괄한다.
지난 5월에는 김성연 전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을 예술감독으로, 9월에는 고효열 전 충남도의회 사무처장을 사무총장으로 영입하며 조직을 구축했다.
조직위가 제시한 기본 방향은 섬과 바다의 가치 발굴, 예술·축제를 통한 가치 공유·확산, 지역성과 예술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문화자산 창출, 섬 고유의 공간·자원 활용, 섬 생태·환경 보전의 미래적 의미 도출 등이다.
전시는 섬 생태·문화를 반영한 기획전, 섬의 지리·건축·지역성을 담은 비엔날레, 국제 예술 교류 플랫폼 구축 등으로 구성되며, 24개국 70여명의 작가가 참여할 예정이다.
비엔날레 주전시장은 오는 21일 첫 삽을 뜨는 ‘섬문화예술플랫폼’이다.
원산도에 건립되는 이 공간은 9886㎡ 부지에 연면적 3989㎡ 규모, 총 300억원이 투입되며 개막과 동시에 문을 연다. 이곳에는 전시 주제를 구현한 국내외 초청 작가 작품이 전시된다.
주전시장 주변과 해안도로에는 조각·설치작품을 배치해 자연 속 예술 감상 환경을 조성한다. 원산도 선촌항과 점촌마을의 빈집·창고·카페 등도 ‘장소 특정적 작품’ 공간으로 활용된다.
고대도에서도 항구와 해안도로 일대를 중심으로 지역 특성을 담은 조각 및 설치작품이 전개된다.
비엔날레 기간에는 사운드·퍼포먼스 아트, 세미나, 작가와의 대화 등 전시 연계 프로그램과 아트 투어·아트 캠핑 등 부대 행사도 운영된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비엔날레 개최 시기마다 글로벌 작품 2~3점을 새롭게 설치해 세계인이 찾는 섬으로 만들어가겠다”며 “해양관광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세계 속의 힐링도시 보령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