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범죄조직 ‘카르텔 데 로스 솔레스’(이하 솔레스)를 외국테러조직(FTO)으로 지정키로 했다. 카르텔을 이끄는 지도부로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을 지목했다. 미군의 잇따른 베네수엘라 선박 폭침과 역내 군사력 증강으로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미국이 마두로 대통령을 표적으로 공격할 ‘명분 쌓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솔레스를 오는 24일부터 FTO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솔레스는 마두로 대통령을 비롯해 베네수엘라 군대와 정보기관, 입법·사법부를 부패시킨 정부 고위 인사들이 이끌고 있다”며 “마두로도, 그의 측근들도 베네수엘라의 합법 정부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성명 발표는 미군이 세계 최대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 항모 전단이 마약 소탕작전 ‘서던 스피어’에 합류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에 진입했다고 밝힌 직후 이뤄졌다. 포드 항모 전단 배치로 카리브해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은 1만2000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19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 이후 최대 규모 수준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미 남부사령부는 같은 날 동태평양에서 불법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격침해 마약 테러리스트 3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을 테러 단체로 지정한 후 베네수엘라 선박을 ‘마약 운반선’으로 규정해 공격한 건 이번이 21번째로 최소 83명이 숨졌다.
이처럼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압박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상황에서 솔레스 FTO 지정까지 맞물리자, 마두로 정권을 전복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작전 개시가 임박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BBC는 “마두로를 마약 밀매범으로 지목한 것은 미국이 마두로와 그의 측근을 표적으로 삼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정부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다양한 군사 옵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회 승인이나 국제법 위반이란 비판을 우회해 마두로 대통령을 공격할 법적 근거를 찾고 있으며, 마두로 대통령을 솔레스의 중심인물로 지목하는 시나리오도 예상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마두로 정권에 대한 공격을 ‘테러 조직 전투원에 대한 공격’으로 주장하면 법적 분쟁을 피해 마두로 정권을 축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마두로와 대화를 할 수도 있다”며 협상 가능성을 남겨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미국과의) 대화를 원한다. 나는 누구와도 대화한다”며 “어떻게 될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의 압박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이날 자신의 틱톡 계정에 지지자들과 함께 존 레넌의 ‘이매진’을 부르는 모습이 담긴 1분13초짜리 동영상을 게시했다. 그는 “평화, 평화, 평화. 존 레넌이 늘 말했듯 평화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하라”라고 외친 뒤 노래를 불렀다. 평화를 주제로 한 유명 팝송을 부르면서 미국의 압박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어 연설에서 “모든 세대와 모든 시대에 영감을 주는 찬가”라며 “카리브해와 남미에서의 영원한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점을 미국 국민에게 호소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17일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 판결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강등하는 정부의 검토 방안에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나고 신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업무를 시작한 상황 등을 고려해 대응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평검사 강등 방안을 비판했다.
여당 투톱인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사 징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가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강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날 경향신문 보도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지만 관련 발언을 삼간 것이다. 같은 회의에서 전현희 최고위원이 “평검사 강등 조치도 주저해서는 안 된다”라며 법무부에 징계를 요구하고, 한준호 최고위원이 “법무부에 (대장동) 2차 수사 검사들을 오는 19일 감찰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한 정도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평검사 강등 방안에 대해 “현재 정부 입장이 확인된 게 없다”며 당 차원의 거리 두기 기조를 확인했다. 그는 “(정부가) 어떤 결정을 하든 당 입장은 일관되다”며 “강력한 징계 조치와 더불어 검사도 파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제도 개선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며 해외 순방을 시작한 상황을 고려했다. 정쟁적 현안에 대한 발언을 삼가며 ‘대통령의 시간’을 돋보이게 한다는 취지다. 앞서 이 대통령 순방 때마다 당에서 사법개혁을 비롯한 국내 정치적 이슈를 키웠다가 비판받은 현실도 고려됐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해외) 나갈 때마다 (당에서) 이상한 얘기를 해서 대통령 성과가 묻히는 경우를 없애려고 한다”고 말했다.
검사 징계 여부와 수위를 판단·조율해야 하는 ‘정부의 시간’을 벌어준다는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구자현 신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이날 처음 출근해 검찰총장 직무대행 업무를 시작한 만큼 검찰 내 조직 장악과 의견 수렴,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의 논의 등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검사들의 조직적 반발 움직임이 잦아든 현실도 여당의 관망 기조에 반영됐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장동 문제는 당이 자꾸 설명하면 반대급부로 국힘 논리가 확대된다”며 “국힘의 근거 없는 딴지에 명확 간결한 답변만 해야지 말려들지 말자”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평검사 강등 방안이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사를 평검사로 강등시키는 건 대통령 결재 사항”이라며 “이 대통령 자신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주범이라는 걸 자인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통령 비리와 대장동 사건을 묻기 위한 정권 방어용 사법시스템 구축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밝혔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법리적으로 의문을 가질 만한 사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비판적 의견을 표명한 것을 두고 검사장의 평검사로의 강등이나 검사파면법 제정을 통해 ‘입틀막’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며 “윤석열 정권의 통제 방식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