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상간녀변호사 21세기의 ‘화석 연료 중독’과 19세기의 ‘노예제’.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주제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 “두 사례 모두 변화에 직면해서도 굳건한 경제 기득권의 힘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탄소를 발생시키는 화석 연료를 생산하는 회사들이나 노예제로 경제적 이득을 본 농장주, 상인, 금융업자, 정치인 등은 공통적으로 ‘시기상조’라고 했다. 노예가 갑자기 사라지면, 석유나 석탄을 갑자기 쓰지 않으면 사회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말이다.
노예제는 결국 폐지됐다. 영국의 백인 정치인 윌리엄 윌버포스가 노예제를 폐지한 영웅처럼 묘사돼 왔지만, 저자는 노예제 폐지가 “대중의 노력과 투쟁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한다. 1831년 자메이카에서 노예들이 일으킨 반란으로 백인 14명과 노예 반란군 200명 이상이 숨졌다. 이후 노예제를 유지하면 반란이 계속되리란 불안감이 영국에서 커졌다. 영국 내에서는 탈곡기 탓에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한 농민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반란의 여파로 보수적인 토리당 의원들이 주도한 ‘부패 선거구’가 사라질 수 있었고, 토리당 의원들은 1832년 선거 때 다수 낙선했다. 노예제를 찬성했던 토리당 의석수가 줄자 진보적인 휘그당이 다수당이 돼 노예제 폐지법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사회철학자인 저자는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10가지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역사에서 찾아 소개한다. 화석 연료 중독 문제도 대중의 투쟁으로 풀 수 있다고 본다. 탄소 중립을 요구하는 환경 운동이 급진적이어서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지적이 있지만, 저자는 급진주의가 “온건파의 요구를 ‘합리적’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에 주목하며 그 필요성을 강조한다. 제시하는 실마리들이 이상적으로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21세기 사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20세기 평등주의를 추구했던 핀란드의 역사를 소개하면서도 핀란드가 “이민자에 대한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편”이란 점을 짚으며 ‘현명한 취사선택’을 강조한다.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가 말년에 그린 초상화가 현대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에 팔렸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클림트의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이 2억3640만달러(약 3460억원)에 낙찰됐다. 현대미술품으로는 최고 낙찰가다. 클림트 작품 중에서도 2023년 1억800만달러(약 1580억원)에 팔린 ‘부채를 든 여인’을 뛰어넘어 신기록을 세웠다.
미술품 경매 역사상으로는 두 번째로 비싼 그림이 됐다. 역대 최고가는 2017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5030만달러(약 6600억원)에 낙찰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살바토르 문디’다.
이날 경매에선 6명의 입찰자가 뛰어들어 20분간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당초 예상가 1억5000만달러(약 2190억원)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에 낙찰되자 현장에선 탄성과 박수갈채가 이어졌다고 NYT는 전했다. 소더비는 낙찰자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은 클림트가 1914~1916년 사이 후원자 요제프 레더러의 20세 딸을 그린 높이 약 1.8m 크기의 작품이다. 뺨이 발그레한 여성이 중국식 용무늬가 그려진 가운을 입고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클림트 작품 중 전신 초상화는 이 작품을 포함해 두 점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품은 자신의 이름을 따 화장품 회사를 세운 에스티 로더의 아들 레너드 로더의 뉴욕 자택에 약 40년간 걸려 있었다. 레너드는 뉴욕 휘트니미술관 이사회 의장을 역임하는 등 수준 높은 컬렉션을 구축해온 미술계 큰손 후원자 중 하나로 꼽힌다. 그가 지난 6월 세상을 떠나면서 이 작품을 비롯해 평생 그가 수집해온 예술품이 대거 경매에 나왔다.
이날 경매에선 이탈리아 설치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황금 변기 ‘아메리카’도 출품돼 주목받았다. 이 작품은 2019년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생가에서 도난당해 유명해진 황금 변기의 자매품이다. 18캐럿 금 220파운드(약 100㎏)로 제작된 ‘아메리카’는 금 시세를 고려해 경매 시작가가 990만달러(약 145억원)로 정해졌는데, 단 한 차례 입찰 끝에 1210만달러(약 177억원)에 낙찰됐다.
이번 주 이어지는 경매에 앙리 마티스, 제프 쿤스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출품되면서 소더비는 10억달러(약 1조4600억원) 넘는 수익을 내길 기대하고 있다. 오는 20일 경매에 나올 예정인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꿈(침대)’은 여성 화가 작품 중 최고가 기록을 새로 쓸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경매가 침체한 미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전 세계 미술품과 골동품 판매가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으며, 여러 갤러리가 문을 닫거나 이전하는 등 미술 시장이 어려운 시기를 겪어왔다고 CNN은 전했다.
홍명보호가 올해 마지막 A매치를 승리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이태석(오스트리아 빈)의 선제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답답한 경기였지만 이날 승리로 한국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2-3 패배를 당했던 가나를 3년 만에 꺾으며 상대 전적도 4승4패로 균형을 맞췄다. 또한 내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겨냥해 9월부터 시작한 A매치 6경기를 4승1무1패로 마쳤다. 9월 미국과 멕시코에 1승1무, 10월 브라질과 파라과이에 1승1패 뒤 11월 볼리비아와 가나를 모두 꺾었다. FIFA 랭킹 22위인 한국은 11월 A매치를 모두 승리로 마감해 12월 초 예정된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2번 포트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은 과감한 실험을 시도했다. 지난 14일 볼리비아전과 비교해 선발 라인업에서 손흥민(LAFC)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제외한 모든 선수를 바꿨다. 변화가 많지 않은 골키퍼에서 세 번째 옵션인 송범근(전북)이 골문을 지켰고, 미드필더 권혁규(낭트)는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와 중원에서 호흡을 맞추며 A매치 데뷔전까지 치렀다.
올해 마지막 A매치에서 갑자기 새로운 조합을 꾸리다보니 매끄러운 플레이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중원을 생략한 채 과감한 롱패스를 시도한 게 상대 수비에 막혔다. 최전방 골잡이인 오현규(헹크)와 측면 날개 손흥민까지 내려오면서 전형도 흐트러졌다. 전반 41분 코너킥 찬스에서 권혁규의 헤더가 첫 슈팅이었다.
상대인 가나도 슈팅이 3개로 큰 차이가 없었으나 모하메드 쿠드스와 조던 아이유 등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2군에 가까운 전력이었다는 점에서 한국으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력이었다. 후반 9분에는 프린스 아두에게 골을 내줬다가 오프사이드 반칙으로 취소돼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한국은 후반 교체 카드로 분위기를 바꿨다. 후반 17분 손흥민과 오현규 대신 황희찬(울버햄프턴)과 조규성(미트윌란)이 투입되면서 공격의 날카로움을 되찾았다. 그 효과는 1분 만에 나타났다. 이강인이 오른쪽 측면에서 왼발로 올린 크로스를 이태석이 과감한 쇄도에 이은 헤더로 연결, 가나의 골문을 열었다. 이태석이 A매치 13경기 만에 넣은 데뷔골이었다.
흐름을 타던 한국은 추가골 기회는 놓쳤다. 황희찬이 후반 27분 페널티지역 왼쪽 측면에서 수비수 셋을 뚫는 과정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그러나 황희찬이 왼쪽 구석으로 찬 공이 골키퍼에 가로막혔다.
한국은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서 막바지 가나의 역습에 흔들렸다. 후반 40분 프리킥 상황에선 프린스 오세이 오우수에게 골문이 뚫렸지만 또 오프사이드 반칙이 선언됐다. 한국은 남은 시간 가나의 공세를 잘 막아내면서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