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트럭매매 개그우먼 이경실(59)이 ‘난각번호 4번’ 달걀을 프리미엄가로 판매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난각번호는 계란 껍데기에 찍힌 숫자 한자리가 생산 환경을 뜻하는데, 4번은 국내 사육방식 가운데 가장 열악한 ‘기존형 케이지 사육’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경실의 프리미엄 계란 품질 논란은 개그우먼 조혜련(55)이 홍보를 나서면서 불을 지폈다. 지난 16일 조혜련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경실의 달걀 사진을 올리며 “이경실의 우아란 진짜 달걀 중에 여왕이다. 너무 맛있다”라고 홍보했다. 문제는 계란 사진에서 ‘난각번호 4번’이 뚜렷하게 보이면서 불거졌다.
난각번호는 계란 껍데기에 적힌 총 10자리 숫자로, 생산 환경과 생산자 정보를 담고 있다. 앞의 1~4번 숫자 한자리가 사육환경 등급, 뒤의 9자리는 농장 고유번호를 의미한다.
난각번호 제도는 2019년부터 시행된 표시 방식으로, 소비자는 껍데기에 적힌 번호만 보면 닭이 어떤 환경에서 길러졌는지 알 수 있다. 번호는 1번부터 4번까지로 나뉜다. 1번은 실내외를 자유롭게 오가는 방사, 2번은 케이지 없이 실내에서 키우는 평사, 3번은 기존 케이지보다 넓힌 개선형 케이지, 그리고 4번은 닭 한 마리가 움직이기조차 어려운 ‘기존형 케이지’ 시설이다. 닭 한 마리당 허용되는 공간은 A4 용지 절반 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좁은 철제 케이지 안에서 일생을 보내기 때문에 스트레스와 질병 위험이 다른 방식보다 높다는 연구도 적지 않다. 유럽연합(EU)은 기존형 케이지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있고, 글로벌 식품기업들도 ‘케이지 프리’ 도입을 확산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1·2번 계란 비중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3·4번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이경실의 우아란 가격대가 가장 높은 등급인 ‘난각번호 1번’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아란은 30구에 1만 5000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가 의식적으로 1번·2번 계란을 찾는 ‘동물복지 소비’가 주류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농식품부는 2023년 이후 단계적으로 케이지 프리 시설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농가의 시설 투자 부담 때문에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조혜련은 문제의 홍보 글을 삭제했다. 이경실의 소셜미디어에서도 현재 달걀 판매와 관련된 게시물은 모두 사라진 상태다.
소말리아 내전에서 가족과 함께 탈출해 난민으로 살아남은 복서 람라 알리(33)가 자신이 떠났던 길을 다시 되짚었다. 영국에서 국가대표 복서로 성장하고, 소말리아 최초 올림픽 복싱 대표가 된 그는 이제 UN아동기금(UNICEF) 친선대사로서 난민과 소녀들의 교육·기회 확대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CNN이 최근 전했다.
알리는 내전으로 오빠를 잃은 뒤 가족과 함께 소말리아를 떠났다. 케냐에서 약 1년간 난민 생활을 한 뒤 영국 런던에 정착했다. 그곳에서 10대 시절 우연히 시작한 복싱은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그는 CNN을 통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다. 복싱은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었다”며 “몸이 변하고 건강해지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 시작한 복싱은 결국 국가 대표로 이어졌다. 영국 내셔널 타이틀을 따냈고 2019년 아프리카 존 페더급 챔피언에 오른 그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소말리아 최초 올림픽 복싱 국가대표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알리는 지난 9월 UNICEF와 덴마크난민위원회(DRC)와 함께 케냐 나이로비와 다답 난민캠프를 찾았다. 그가 만난 이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미래를 포기하지 않은 소녀들, 교육 기회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교사들, 생계를 위해 폐기물 재활용 작업을 이어가는 난민 여성들이었다. 그는 “여기서 다른 삶을 꿈꾸는 이 소녀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며 “내가 여기서 계속 자랐다면, 아마 나도 이들 중 한 명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난민 여성 200여 명과 함께 플라스틱·종이를 분류하며 작업을 도왔다. 이 프로그램은 여성들에게 안전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들의 자녀에게는 보육·비정규 교육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생각으로만 그리던 장면을 눈으로 보니 충격적이었다”며 “우리 엄마도 이럴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답 캠프 내 ‘필름에이드 케냐’에서는 난민 청소년들이 영화와 스토리텔링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알리는 이곳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학생들과 나눴고, 소녀들은 의사·간호사·심리치료사 등 다양한 꿈을 이야기했다. 한 15세 소녀는 “처음 카메라를 만졌을 때 무서웠지만 지금은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알리는 “단지 카메라 하나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느꼈다”고 했다.
알리는 2018년부터 UNICEF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난민과 소녀들의 교육, 여성의 권익 확대를 위한 현장에 꾸준히 참여해 왔다. 그는 또 여성들이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람라 알리 시스터즈 클럽’을 설립했다. 학대 피해 여성, 여성 전용 공간을 원하는 무슬림 여성, 저소득층 여성 등 누구나 무료로 복싱과 피트니스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작은 수업 하나로 시작된 클럽은 현재 런던·뉴욕·플로리다 등으로 확장됐다. 그는 “링 위에서 이룬 성과보다, 링 밖에서 제가 만드는 변화가 더 기억되길 바란다”며 “타인을 위해 하는 일이 우리가 이 세상에 지불해야 할 ‘존재 임대료(The rent you pay on this Earth)’”라고 말했다.
▼ 김세훈 기자 shkim@kh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