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동행매니저 12·3 불법계엄 선포 사태 1년을 앞두고 주요 내란 사건 재판의 법원 선고 일정이 속속 정해지고 있다. 전 국민을 큰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의 책임자들에 대한 법적 판단이 연말부터 줄줄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는 내년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내년 1월 중순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지난 13일 재판에서 “내년 1월7·9·12일을 추가 기일로 지정하고, 14·15일을 예비 기일로 잡아두겠다”며 “1월12일 재판을 종결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결심공판에서는 검찰의 구형과 피고인 측 최후변론 등이 이어진다. 이후 통상 선고까지 1~2개월이 걸린다. 재판부가 내년 2월 말 예정된 법관 정기인사 이전에 선고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힌 만큼 2월에는 선고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이 재판부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전직 군 인사, 조지호 경찰청장 등 전현직 경찰 간부에 대한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사건도 맡고 있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올해 안에 윤 전 대통령 사건과 병합하겠다는 방침이라 이들에 대한 선고도 내년에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은 이보다 빠른 내년 1월 말 선고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맡은 같은 법원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오는 26일 결심공판을 진행하고, 내년 1월21일 혹은 28일 선고기일을 열겠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가 지난 8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에 의해 기소된 뒤 다섯 달 만에 선고가 나온다. 이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증인으로 소환했는데 이들이 불출석하자 과태료를 부과하고 구인영장을 발부하는 등 적극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건희 여사 재판도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법원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지 않으면 다음달 3일 결심공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선고는 내년 초로 예상된다. 김 여사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민중기 특검이 기소한 피고인들의 재판도 내년 초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샤넬 가방 등을 김 여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결심공판은 다음달 15일 또는 23일로 예정돼 있다. 전씨에게 금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영호씨에 대한 재판은 다음달 초 마무리된다.
내란 특검이 기소한 사건 중에서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알선수재 혐의 사건의 결론이 가장 먼저 나오게 됐다. 이 사건을 심리하는 같은 법원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현복)는 17일 결심공판을 하고 노 전 사령관의 선고를 다음달 15일 하겠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노 전 사령관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하고 “사건과 관련해 수수한 금액 2390만원에 대한 추징금과 상품권 몰수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2·3 불법 계엄에 가담한 공직자를 조사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 구성을 놓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내부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김용원 상임위원은 헌법존중 TF는 전체주의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인권위가 직권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숙진 상임위원은 “직접적이고 명백하게 내란에 가담했다면 그로 인한 징계는 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인권위는 20일 제28차 상임위원회를 열어 헌법존중 정부혁신 TF의 공직자 휴대전화 조사 방침 등에 대해 논의했다.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는 안건이 아니었으나 회의 시작과 함께 김 위원이 이야기를 꺼냈고 다른 위원들과 논쟁을 벌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 11일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오는 21일까지 49개 중앙행정기관에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란에 직접 관여하거나 협조한 공직자는 법적으로 처벌하지 않더라도 내부 징계·인사 조처 등을 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독립기관인 인권위에는 “정보 제공 차원에서 공유하니, 자율적으로 조사 실시 여부를 판단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김 위원은 “앞으로 조사에 착수할 때 인권 침해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공직자 개개인이 자기 검열을 하고 공포를 느끼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라고 생각한다”며 인권위 직권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인권 침해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내용이 중대할 때’ 직권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이 위원은 “명백하고 직접적인 내란 사전모의 등이 조건인데, 대다수 공무원은 제외될 것”이라며 “직접적이고 명백하게 내란에 가담했다면 그로 인한 징계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권위에 TF를 설치할지 말지를 이른바 ‘윤석열 방어권’ 안건을 의결한 안창호 위원장이 결정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며 “경과와 계획에 대해 나에게 공유해달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보고 여부는 내가 결정한다”며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을 주도한 위원장은 논의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안건 결정은 전원위에서 난 것이고 그 결정을 부정하는 것은 인권위원회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적법절차를 지키라’는 권고 내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