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법무법인 CJ그룹이 18일 신임 경영리더 승진 중심의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재현 CJ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 미래기획실장(35·사진)은 미래 신사업 확대를 맡기 위해 신설되는 미래기획그룹을 맡았다.
이번 인사에서 신임 경영리더에는 지난해보다 2배 많은 40명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젊은 인재의 발탁이 두드러졌다. 36세 여성 리더 2명을 포함해 30대 5명이 신임 경영리더로 승진했다. 전체 인원 중 1980년대 이후 출생자 비중도 45%에 달한다.
사업별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차세대 젊은 리더를 적극적으로 발탁해 미래와 글로벌 성장 본격화에 힘을 싣겠다는 전략이라고 CJ 측은 설명했다.
여성 인재 발탁 기조도 눈에 띈다. 신임 경영리더 승진자 중 여성은 11명(27.5%)이다. 이에 따라 그룹 전체 여성 임원 비율도 기존 16%에서 19%로 높아졌다. 여성 고객 비중이 높은 사업군인 올리브영(54%)과 커머스부문(46%)은 여성 임원이 절반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로써 지난달 이뤄진 선제적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이어 계열사별로 성장을 이끌 신임 경영리더 승진을 포함해 경영진 진용 구축을 마무리했다.
CJ 관계자는 “각 계열사 CEO 주도로 사업별 변화와 혁신을 이끌 역량 있는 신임 경영리더들을 발탁했다”며 “성장 의지를 보유한 젊은 인재들에게 도전의 기회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그룹의 중기전략을 반드시 달성하는 동시에 미래 준비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지주사 조직개편도 시행했다. CJ는 지주사 핵심 기능을 그룹사업포트폴리오 견고화(포트폴리오전략그룹), 미래전략(미래기획그룹), 전략적 사업지원(전략지원그룹·준법지원그룹), 인재·문화혁신(HR그룹) 등으로 명확히 하고 유사 기능 조직을 ‘그룹’ 단위로 재편했다.
이선호 실장은 미래기획그룹을 맡아 그룹 내 미래 먹거리를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CJ 관계자는 “지주사 조직개편은 핵심 기능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높여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적시 대응하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아침을 깨우는 알람 소리보다 10분 먼저 눈을 뜬다. 출근하기 전 찾아오는 ‘긴장감’이 이상하게 싫지 않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 어느새 커서 직장인이 된 아들에게 ‘동영상 편집’을 배우는 일도 즐겁기만 하다.
강치헌 우리은행 분쟁민원조정부 전문역(58)은 우리은행의 ‘전’ 소비자보호부장이다. 그는 2023년 1월 우리은행에서 명예퇴직을 했다. 그가 두달 전부턴 ‘퇴직자 재채용 제도’를 통해 29년간 몸담았던 우리은행으로 다시 출근했다. 직책은 ‘부장’이 아닌 ‘전문역’이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만난 강 전문역은 “출근하기 싫은 날이 단 하루도 없다”며 “반겨주는 동료들이 있는 곳에 돌아와 행복하다”고 밝게 웃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특정 직무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퇴직자를 다시 채용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2021년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매년 1000명 안팎의 퇴직자를 불러들였다. 우리은행의 경우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 등 최근 중요성이 훨씬 커진 업무에 ‘돌아온 베테랑’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퇴직 전 9년 동안 소비자보호 업무를 했던 강 전문역도 그중 한 사람이다.
강 전문역이 맡은 업무는 ‘민원 예방 교육’이다. 그는 이틀에 한 번꼴로 영업점을 방문해 주요 민원 사례를 파악하고 올바르게 대응하는 방법을 교육한다. 교재와 PPT 자료 등도 직접 만든다. TV에서 도움이 될만한 장면을 보면 아들의 도움을 받아 영상을 편집하고 교육 자료에 반영하기도 한다. 그는 “모든 것을 직접 만들고 준비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게 참 좋다”고 미소지었다.
은행에 다시 돌아온 퇴직자들은 통상 1년 단위로 계약한다. ‘억대 연봉’과도 거리가 멀다. 익숙한 환경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순 있지만, 예전과 달라진 위치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는 최근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를 보며 배우 류승룡이 연기한 극 중 김낙수 부장에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고 했다. “은행에서 부장 다음은 본부장(임원)입니다. 결과적으로 본부장이 되진 못했지만 승진하고 싶다는 생각을 당연히 해봤죠. 김 부장이 애쓰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공감이 됩니다.”
2년전 우리은행을 나온 뒤 그는 여러 곳에 원서를 썼다. ‘운 좋게도’ 탈락의 경험은 딱 한번 있었다. 은행 경력을 내세운 자리에 지원했다가 서류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는 “당시 약간의 충격을 받고, 현타(현실 자각)가 찾아왔다”며 “역시 세상은 만만치 않고 고수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억했다.
그래도 강 전문역은 ‘명퇴’ 이후에 공백기가 거의 없었다. 그 스스로도 “영업본부장이나 부행장이 되진 못했지만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사실 강 전문역은 우리은행에 재취업하기 직전까지 기간제 직원으로 금융 공기업에서 일했다. 그곳이 한편으론 일하기 더 편한 자리였을 수도 있다. 최장 7년까지 계약 갱신이 가능한 곳을 뒤로하고 그는 ‘1년+1년’ 총 2년 근무 일자리로 들어온 것이다. 강 전문역은 장점을 살리고 싶었다고 했다.
“사실 전 직장에서 7년간 일한다면 국민연금 받는 나이가 되니까 굳이 옮기려고 하느냐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도 더 잘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선배’로서 그의 경험은 자연스럽게 현장에서 공유되고 있다. 강 전문역은 “최근 한 후배와 ‘비예금 상품’ 선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는 상품은 단호하게 걸러내야 한다는 말을 해줬다”며 “고객이 피해를 입으면 직원이 책임져야 하는 일도 생긴다. 소비자 보호는 곧 직원 보호”라고 강조했다.
강 전문역은 “직원들이 민원 응대를 잘해서 스스로를 지키고 영업에 매진할 수 있게 돕고 싶다”며 “권익 침해가 예상되는 민원이나 분쟁이 있으면 소비자를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해보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세월이 묻은 그의 눈가에 빛이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