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마그라구입 “한 분이라도 더 힘내시라고, 밥 한 숟갈이라도 따뜻하게 드려야겠다 싶었죠.”
지난 14일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현장. 차가운 바닷바람이 부는 부두에 조석순(66) 대한적십자봉사회 울산남구협의회장은 아홉 날을 꼬박 서 있었다. 9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그는 사고 소식을 접하고 “소방관님들 밥 챙기는 것밖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사고 직후인 지난 6일 긴급히 모은 봉사자 30여명과 함께 그는 매일같이 ‘밥 짓는 현장’을 지켰다. 새벽 5시30분이면 집을 나섰고, 현장에 도착하면 곧바로 쌀을 씻고 반찬을 챙겼다. 첫날은 구조대원들이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식사를 마쳐, 집에 돌아온 시간이 새벽 2시였다. 선잠을 잔 뒤 다시 새벽에 일어나 밥을 챙긴 날도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사고 이튿날째는 400~500인분을 해내기도 했다.
현장은 밥을 하기도 쉽지 않은 곳이었다. 밥차 안에서는 300인분 받을 지을 수 있었지만, 바닷가 옆이라 하수 배출이 어려웠다. 반찬은 밖에서 만들어 와야 했고, 쌀만 밥차 안 싱크대를 사용했다. 식사 이후 나오는 잔반 등도 철저하게 관리했다.
사고 발생 사흘째엔 보일러 타워 붕괴 위험을 감지한 센서가 작동해 소란이 일었다. 구조·수색 인력과 장비 등이 즉각 안전지대로 철수하는 과정에서 천막과 의자, 조리도구 등을 정신없이 챙겼다. 조 협의회장은 “비는 오지, 깜깜하지, 짐은 산더미지 정말 힘들었다”며 “자리를 옮겨 불을 켜고 다시 저녁 준비를 했다. 소방관님들 끼니는 제때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모두 힘을 합쳤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하루 2만보 가까이 걸었다고 했다. 구조대원뿐 아니라 유가족에게도 도시락과 간식을 챙겨줬다. 조 협의회장은 “우리가 뭐 대단한 걸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구조대 밥을 챙겨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구조대원의 몸을 지탱할 한 끼를 만드는 동안 한쪽에서는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곁을 지킨 사람도 있었다. 이번 사고에 투입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심리전문가들이다. 이들은 6~9명씩 돌아가며 피해 가족과 생존자, 구조대원 등에게 심리 상담 등을 지원했다.
현장에서 심리 상담가로 활동한 이은정 대구대 청소년 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 가족 대부분이 충격이 너무 커서 누가 옆에 있는지도, 내가 뭘 느끼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였다”며 “그때는 개별 상담이라기보다 ‘동행’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화장실을 갈 때조차 함께 움직이며 그들의 마음을 돌봤다”고 말했다. 가족 곁을 지키며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심리적 응급처치이기 때문이다.
상담가들은 구조대원과 소방관들도 만났다. 생존자를 끝내 살려내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현장을 떠난 뒤에도 당시 장면이 반복해서 떠오른다는 호소가 이어졌다.
이 교수는 “살아있는 상태에서 구조하지 못한 상황이 된 탓에 ‘우리가 더 잘했어야 하지 않았냐’ ‘조금만 더 빨랐으면’ 하는 자책이 매우 컸다”며 “PTSD는 완전한 회복이 없어서 심리 상태를 지속적으로 추적·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 1심 선고에 대한 항소 포기에 반발하며 ‘18명 지검장 성명’에 이름을 올린 박재억 수원지검장(54·사법연수원 29기·사진)이 지난 17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내가 물러나야 사태가 수습될 것 같다”고 주변에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이 검사장들의 성명을 ‘항명’으로 규정해 인사 조치나 징계, 형사처벌 등을 거론하는 등 파문이 확산하자 수습을 위해 자신이 책임지고 물러나기로 했다는 것이다.
1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박 지검장은 전날 법무부와 대검찰청 등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지인에게 “내가 물러나야 검찰이 안정화되고 사태가 수습될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박 지검장은 정부가 성명에 이름을 올린 지검장들을 평검사로 전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 16일 오후부터 사퇴를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집단행동에 나선 검사장 등을 형사처벌, 감찰 및 징계, 평검사로 전보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정부가 검찰 내 반발 기류에 ‘강경 대응’을 예고하자 성명에 이름을 올린 지검장 18명 중 가장 선배인 박 지검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박 지검장의 이번 사임은 대장동 사건 1심 선고 항소 포기 파장에 따른 인사 변동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노만석 전 검찰총장 대행(대검찰청 차장)과 사의를 표명한 박 지검장, 송강 광주고검장은 모두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과 같은 사법연수원 29기다.
박 지검장은 사의를 밝히면서 측근에게 “29기 검사장들의 역할이 마무리된 것 같으니 후배들에게 자리를 줘야 할 것 같다”는 취지의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선 29기 검사장들의 사퇴로 사태가 봉합될지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박 지검장의 사의를 두고 검찰 내에선 ‘검찰이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반발도 나온다. 서울의 한 검찰청에 근무하는 부장검사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대장동 항소 포기 설명 요구를 한 것에) 책임지고 사의를 표명하면, 결국 검찰들이 잘못했다는 걸 자인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며 “그게 잘못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검사들도 많다”고 말했다.
정부가 실제로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인사 조치하는 등 강경 대응을 실행에 옮기면 검찰 안팎의 반발이 다시 터져 나올 수도 있다. 검찰 내에선 의견 표명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위법하다는 불만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구자현 총장 대행은 이날 출근길에 ‘고위 간부 사퇴가 이어지는데 어떻게 보는가’ ‘내부 반발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