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상위노출 정부가 제출한 72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의 심의가 17일 시작한다.
국회 예산심사의 최종 관문인 예결위 예산소위는 사업별 예산을 세부 심의해 배정된 금액을 늘리고 줄이는 역할을 한다. 소위 내부에서는 여야 의원들 사이는 물론 당·정, 지역구별로 예산안 증감을 놓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진다.
예산소위 첫날인 이날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법무부, 법제처, 헌법재판소, 대법원 등 총 20개 부처·기관의 예산안에 대한 세부 심사가 이뤄진다. 해당 부처 사업별로 감액·증액 여부도 윤곽이 나온다.
여야는 특수활동비, 국민성장펀드, 농어촌 기본소득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예산소위 심사는 지난 6월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여야가 ‘공수 교대’를 한 상황이 관심을 모은다.
윤석열 정부 예산안 심사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대폭 삭감한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기획재정부 예비비 등이 증액된 데 대한 국민의힘의 감액 시도가 예상된다.
예결위는 앞서 더불어민주당 9명, 국민의힘 6명 등 15명으로 예결소위를 구성했다. 예결위원장인 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예산소위 위원장도 맡는다.
예결소위 의결안이 나오면 종합심사와 본회의를 거쳐 내년 예산이 최종 확정된다. 예산안 처리의 법정 시한은 다음달 2일이다.
청명한 하늘과 맞닿은 드넓은 바다,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푸르름의 고장 영덕. 20일 방송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이 늦가을 영덕의 풍성한 맛을 찾아 떠난다.
본격적인 대게 철이 시작되기 전, 영덕에서 나고 자란 김갑출씨(77)와 그의 동서 김영옥씨(54)는 가자미 건조에 분주하다. 가자미는 사시사철 영덕 바다에서 볼 수 있지만 이 시기에 살이 올라 특히 맛이 좋다. 꾸덕꾸덕하게 마른 가자미는 ‘가자미식해’로 제격이다. 쌀이 귀했던 옛날에는 좁쌀로 만들어 먹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자라는 방풍나물도 영덕 바다가 품은 보물이다. 가자미와 매콤하게 무쳐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몇해 전부터 바다에 모습을 드러낸 무늬오징어도 빼놓을 수 없다. 일반 오징어에 비해 몸집이 세 배나 큰 무늬오징어를 잡기 위해 전국 낚시꾼들이 영덕으로 향한다. 선장 김도수씨(47)가 추천하는 요리는 두루치기와 숙회다. 매콤달콤하게 볶은 고기와 두툼한 무늬오징어를 한입 가득 넣으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오후 7시40분 방송.
경건한 미사 시간. 신부가 건네는 하얗고 동글납작한 무언가를 신자들이 받아 조심스럽게 먹는 장면은 비신자라도 한번쯤은 보았음직하다. 이 하얀 물체의 이름은 ‘제병’이다. 말 그대로 제사에 사용하는 떡(혹은 빵)이다. 밀가루에 물만 섞어 반죽한 뒤 납작하게 구워낸 소박한 이 밀떡은 미사에서 사제의 축성을 통해 ‘성체’, 즉 예수의 몸이 된다. 이 때문에 아무 재료로 아무렇게나 만들어 사용할 수 없다.
전국 최대 곡창지대인 전북 김제. 지난 13일 부량면에선 이색적인 예식이 거행됐다. 제병을 만드는데 사용될 전용 밀을 파종하고 이를 기념하며 축복하는 ‘밀밭 축복식’. 직접 농사를 짓는 한마음 영농조합 장수용 대표와 도정·제분 등 제병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전담하는 우리농촌살리기공동네트워크 심상준 대표 등 10여명의 관계자들이 모였다.
흰색 제의인 ‘카파’(cappa) 차림의 유정현 대건 안드레아 신부(전주교구 농촌사목 담당)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이룰 밀알을 심는 귀한 시간”이라며 축복식을 집전했다. 인사와 전구(다른 사람을 위해 대신 청하는 기도), 축복 등의 순서에 이어 유 신부는 밀 씨앗이 뿌려진 잿빛 밭을 꼼꼼히 돌며 성수를 뿌렸다. 주님의 기도와 강복(성직자가 전례 안에서 축복하는 것)으로 축복식이 마무리됐고 곧바로 트랙터로 골을 정리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넓은 들판에서 20분 가량 이뤄진 축복식은 마치 초현실적인 영화의 한 장면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엄숙하고 진지한 식이 끝나자마자 누군가 농담을 던졌다. “농사가 잘 안되면 신부님 탓인거죠?”.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부량면 일대 3만평의 부지는 제병 전용 밀 재배단지다. 지난해 전용 단지가 조성된 뒤 올 6월 이곳에서 첫 수확을 했다. 파종된 밀의 품종은 과자를 굽는데 사용되는 박력분 ‘고소밀’이다. 이번에 심은 밀이 내년 6월 수확되면 도정과 제분을 거쳐 전국 7곳의 가르멜수도원에서 제병으로 만들어진다. 가르멜수도원은 외부와의 접촉이 엄격히 제한된 봉쇄관상수도원으로, 미사에 사용되는 제병을 전담생산해 전국의 성당에 공급한다.
한국 천주교에서 사용하는 제병은 우리밀살리기운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91년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가 발족한 뒤 천주교도 이 운동에 동참했다. 미사에 사용하는 제병을 우리밀로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고 고 김수환 추기경이 앞장서 힘을 보탰다.
하지만 당시 생산되던 우리밀 품종은 금강, 백강 등 주로 강력분이 많아 제병으로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점성이 강해 반죽이 제작판에 쉽게 달라붙어 제대로 된 모양을 만들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투입된 밀가루 대비 완성품의 비율이 20% 수준에 불과했다. 가공성이 뛰어난 수입밀을 사용하면 여러모로 편리하고 값도 쌌지만 우직한 고집은 이어졌다. 애초 천주교가 우리밀 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것은 ‘수입밀 대신 우리밀을 사용하는 것은 탄소배출을 줄이고 환경을 보존해 하느님이 창조하신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지켜갈 수 있다’는 믿음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2010년 농촌진흥청에서 고소밀을 개발하면서 상황은 호전됐다. 심상준 대표는 “그전엔 수녀님들이 제병을 만들면서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셨는데 고소밀을 제분해 가져다 드렸더니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제병을 만들 고소밀 전용 재배단지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지난해 전용 단지 조성이 본격화됐다. 3만평 규모에서 생산되는 밀의 양은 연간 50t정도. 연간 필요량은 200t 규모라 앞으로 전용단지 확장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사에 사용하는 제병은 밀가루와 물 외에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면 안된다. 무미건조한 맛의 딱딱한 과자에 가깝다. 누룩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부풀려 폭신한 식감을 낼 수 없다. 누룩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최후의 만찬이 유월절 만찬이었다는 해석에 따른 것이다. 유월절은 유대교의 대표적 절기로, 이 시기에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을 먹는 것이 관습이었다. 반면 정교회는 최후의 만찬 식탁에 누룩이 들어간 빵이 올랐다고 해석하며 누룩이 들어간 빵을 성찬식에 사용한다. 개신교는 성찬에 사용하는 빵의 누룩 유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