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요양병원 제주 해안에서 한자로 ‘차(茶)’라고 적힌 위장 마약이 또 발견됐다. 지난 9월 말 첫 신고 이후 두 달 가까이 13차례 잇따라 발견되면서 해외 조직이 해상에서 마약을 투기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16일 오후 4시 30분쯤 서귀포시 성산읍 해안가에서 제주해안경비단 소속 경찰관이 차 봉지 형태로 위장된 의심 물체를 발견했다고 17일 밝혔다. 간이시약 검사 결과 해당 물체는 케타민 1㎏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제주시 제주항과 애월읍, 조천읍, 구좌읍, 용담포구, 우도 해안, 서귀포시 광치기해변 등에서 발견된 ‘차 봉지’ 마약은 모두 13건이다. 간이검사 결과가 모두 케타민으로 확정될 경우 총량은 32㎏에 달한다. 1회 투여량 0.03g 기준 약 107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규모다.
케타민은 의료용 마취제로 쓰이지만 다량 흡입하면 환각과 기억 손상을 유발해 신종 마약류로 분류된다. 경찰과 해경은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시작되는 구로시오 난류를 따라 동남아에서 밀수품이 흘러들어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포항과 일본 대마도에서도 같은 형태의 포장지가 잇따라 발견된 점도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
해경과 경찰, 해병대 제9여단, 세관, 제주도 자치경찰단 등 7개 관계기관은 제주 북부 해안가를 중심으로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당국은 추가 유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해안선과 접안지 주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유사시 대만 개입’ 발언을 문제 삼으며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했다.
중국 외교부는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쑨웨이둥 부부장(차관)이 전날 가나스기 겐지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해 다카이치 총리의 중국 관련 잘못된 언행에 관해 엄정한 교섭을 제출(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했다”고 밝혔다.
쑨 부부장은 “다카이치 총리가 최근 국회 답변 때 공공연하게 대만 관련 노골적인 도발 발언을 발표하면서 대만해협 문제에 무력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는데 이는 성질과 영향이 극도로 나쁘다”며 “중국이 여러 차례 엄정한 교섭을 했지만 일본은 여전히 뉘우칠 생각이 없고 잘못된 발언을 철회하기를 거부했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그러면서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은 극도로 나쁘고 위험하며 중국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한 것”이라면서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심각하게 파괴했고 중국 인민의 감정을 심각하게 상처 입혔다. 14억 중국 인민은 이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고, 손대서는 안 되는 레드라인”이라며 “대만은 중국의 신성한 영토이고 대만 사무는 순전히 중국 내정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쑨 부부장은 “80년 전 용감한 중국 인민은 14년 혈전을 거쳐 일본 침략자를 물리쳤다. 80년이 지난 오늘 누구든 어떤 형식으로든 감히 중국의 통일 대업에 간섭하려 든다면 중국은 반드시 정면으로 공격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중국은 일본이 역사적 죄를 심각하게 반성하고 즉각 잘못을 시정하며 악성 발언을 철회하고 잘못된 길을 더 멀리 가지 않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모든 나쁜 결과는 일본이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은 중국 외교부가 가나스기 대사를 초치했다는 보도자료 발표 시각이 이날 오전 2시56분이라며 심야에 초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유사시는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존립위기 사태라고 판단되면 일본은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역대 일본 총리 중 대만 유사시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처음으로 언급한 셈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해당 발언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양국 관계는 악화되고 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며 거친 표현을 사용하면서 일본을 비난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14일 발표한 안보 분야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서 한국은 국방예산 대폭 확대와 미국의 무기 구매 요구를 수용하고, 미국은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지지,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전시작권통제권 전환 협력 등을 약속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5개월 넘게 이어진 협상이 최종 마무리되면서 안보의 불확실성은 큰 틀에서 해소됐지만, 한국이 기대하는 주요 현안들은 후속 협상까지 지켜봐야 한다.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이 대통령은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해 한·미 원자력협력 협정의 개정이 불가피하다면 미국 의회 승인이라는 두꺼운 장벽을 넘어야 한다. 핵잠수함도 미국은 ‘건조를 승인하고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선언적 지지에 그쳤다. 핵잠수함 건조는 미국이 호주에 기술 이전을 약속하고도 특별법 처리에만 2년 넘게 걸렸을 정도로 난관이 많다. 정부가 농축·재처리, 핵잠수함 문제의 추가 협상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것을 당부한다.
반면 한국은 미국의 요구에 대해 구체적 수치로 약속했다. 국내총생산(GDP)의 2.3%(2025년 기준)인 국방예산을 2035년까지 3.5%로 늘리고, 미국산 군사장비도 2030년까지 250억달러(약 36조원)어치를 구입하기로 했다. ‘자주국방’ 비용으로 간주한다고 치더라도, 핵잠수함 합의와 견줘보면 ‘현찰을 주고 어음만 받은’ 느낌이다. 이번 합의에 처음 등장한 330억달러(약 48조원) 규모의 ‘주한미군에 대한 포괄적 지원’도 거슬리는 대목이다. 대통령실은 미군에 공여하는 토지, 상하수도 요금 인하분 등을 포함한 10년치를 수치화했다고 밝혔지만, 매년 방위비 분담금이 1조원 남짓임을 감안하면 금액이 지나치게 크다. 정부는 ‘포괄적 지원’의 세부 내용을 충분히 설명해 의구심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전작권 전환도 내년에 3단계 중 2단계인 완전운용능력을 검증하기로 했으나, 마지막 단계인 완전임무수행능력 절차에 들어갈 때 전환 시기를 못 박을 필요가 있다.
팩트시트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등 중국을 겨냥한 문구들이 다수 포함된 것은 한국이 미국의 대중 견제에 한발 더 들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이재명 정부의 한·중관계 지향점이 무엇인지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한·미 동맹이 결코 대만 문제에 불을 붙이지 않기를 바란다”(지난 13일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는 중국의 우려를 불식할 필요가 있다.
이번 안보 합의는 이재명·트럼프 시대가 지향할 ‘동맹의 현대화’ 방향을 제시한 것이지만 막대한 비용, 한·중관계 부담 등 과제도 남겼다. 이번 합의 내용을 국민들에게 가능한 한 상세히 설명하면서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