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좋아요 한미 관세협상의 최종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농산물 추가 개방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쌀·쇠고기·대두 등 추가 수입 우려도 덜게 됐다. 다만 검역 절차를 전담하는 US데스크를 두는 등 비관세장벽을 완화하는 내용은 포함됐다.
대통령실이 14일 공개한 한미 양국의 관세협상 팩트시트에 미국 측이 제기해온 쌀·쇠고기·대두 등 시장 개방에 대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농산물 시장 추가개방은 없다는 기존 정부의 입장이 재확인된 것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쌀, 쇠고기 등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고려해 추가 시장 개방은 담지 않았으며, 양국 간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비관세 장벽 완화 여지는 열어뒀다. 팩트시트에는 ‘한국은 식품 및 농산물 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비관세장벽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앞서 미국은 유전자변형작물(GMO) 승인 속도, 수입 승인 지연 문제 등을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으로 꼽아 왔다.
정부는 우선 미국산 원예작물 관련 요청을 전담하는 ‘US 데스크’를 신설하기로 했다. 병해충 위험성 평가 등 검역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미국 측 불만을 고려한 조치다. 양국은 지난 8월 관세협상에서도 US데스크 신설을 합의한 바 있다.
US데스크는 양국 간의 검역 절차 관련 소통을 담당하는 ‘연락 포인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수입 검역절차는 대륙별로 진행해 미국 전담 데스크가 생기면서 승인 절차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농업 생명공학 제품의 규제승인 절차를 효율화하고 미국 신청 건의 지연을 해소한다고 명시했다. 특정 명칭을 사용하는 미국산 육류와 치즈에 대한 시장접근을 유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기독교의 경전 성경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가 등장한다. 승리와 영광, 믿음 등 다양한 의미와 비유로 사용되는데 그 중 포도나무는 예수를 직접적으로 상징하는 표현이다. 요한복음에는 “나는 참 포도나무”라는 예수의 가르침이 나온다. 구약성서 창세기에서 대홍수 이후 살아남은 노아가 가족들과 새 땅에 심은 것도 포도나무다. 포도나무의 열매로 빚은 와인은 예수의 피를 의미한다.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 이 정도면 포도나무에는 범접할 수 없는 권위가 부여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카서스 산맥 남쪽에 자리잡은 나라 조지아에서 포도나무가 갖는 의미는 더 각별하다.
조지아는 아르메니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326년)로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한 나라다. 로마제국(392년)보다 더 빨랐다. 이렇게 빨리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고 기틀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은 성녀 니노(St. Nino) 덕분이었다. 조지아 기독교(현 조지아 정교회)의 어머니로 불리는 그는 오늘날의 터키 지역인 카파도기아 출신이다. 신성한 계시에 이끌려 조지아로 향하던 그의 손에 들렸던 것은 포도나무 가지를 엮어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묶어 만든 십자가였다. 이 때문에 포도나무 십자가는 조지아 기독교의 상징이 됐다. 단순한 농작물이 아닌 성스러운 매개체로 여겨져 조지아 국가 문장(coat of arms)에도, 성당을 장식하는데도 포도나무 문양이 사용되고 있다.
전 국민의 80% 이상이 정교회 신자인 조지아 사람들에게 포도나무 열매로 만드는 와인 역시 각별하다. 와인은 종교적 의례는 물론이고 일상적인 삶의 현장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동반자다. 실제로 조지아는 8000년 전부터 와인을 만들어 온, 와인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점토로 만든 항아리인 ‘크베브리’를 땅에 묻어 와인을 발효·저장하는 독특한 양조 방식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와인 부심’ 가득한 조지아에서 양조는 문화와 산업의 범주를 넘어서는 신앙적 행위로 여겨진다. 크베브리에 담긴 포도가 와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조지아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표현으로 묘사한다. “신과 항아리 사이의 신비한 대화” “점토 항아리가 봉인될 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항아리와 신 사이의 비밀이다”. 조지아 사람들에게 와인은 신의 기적이자 선물이며 기도와 신앙의 결실인 셈이다.
크베브리 양조법은 수도원을 중심으로 전승·계승되어 왔는데 특히 고대의 양조법을 보존하는 것으로 알려진 곳은 6세기에 세워진 알라베르디 수도원이다. 이 때문에 조지아의 많은 세속적 와이너리들도 이 수도원과의 연관성을 강조한다.
조지아는 구 소련의 독재자였던 스탈린의 고향이다. 소련 붕괴 후 1991년 독립한 조지아는 국내에 다소 생소한 나라인데, 10여년 전부터 와인이 수입되면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2021년 정점을 찍은 뒤 국내 와인 수입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올해 수입와인시장 통계를 봤을 때 칠레,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대부분이 정체·하락세를 보이는 중이다. 흥미롭게도 2개국만 수입량이 크게 늘었다. 조지아와 뉴질랜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