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갤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핵심 인사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공화·조지아)을 “반역자”라고 부르며 공개적으로 지지를 철회했다. 한때 ‘하이힐을 신은 트럼프’라고 불릴 정도로 최측근이었던 그린 의원과의 갈등은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 문제를 계기로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충돌은 마가 연합 내부의 균열 심화를 상징하는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SNS 트루스소셜에서 그린 의원을 향해 “그는 좌파로 돌아서며 공화당 전체를 배신했다”며 “마조리 ‘반역자’(Traitor) 그린은 우리 위대한 공화당의 수치”라고 했다. 이어 그를 “마조리 테일러 브라운”이라고 부르며 “그린은 썩기 시작하면 브라운으로 변한다. ‘명목상 공화당원’이 됐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엔 그린 의원에 대한 지지를 공식 철회하고, 조지아주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다른 후보가 출마하면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린 의원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방금 나를 공격하고 거짓말을 했다”며 “분명 이게 그를 벼랑으로 몰고 간 것 같다. 엡스타인 파일”이라고 맞섰다. 이어 “다음 주 엡스타인 파일 공개 투표 전 다른 공화당원들을 겁주기 위해 나를 본보기 삼아 공격하고 있다”며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막기 위해 이렇게까지 싸우는 게 놀랍다. 대부분 미국인은 그가 미국 국민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싸우길 바란다”고 했다. 그린 의원은 “나는 트럼프를 숭배하거나, 그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그린 의원은 하원에서 엡스타인 관련 수사자료 공개를 입법화하기 위한 ‘강제 부의안’에 동참한 공화당 의원 4명 중 한 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당선되면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했으나 트럼프 정부는 지난 7월 수사 종료를 선언했다. 최근 민주당이 공개한 엡스타인 e메일에 트럼프 대통령이 범행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 파장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이뤄질 엡스타인 파일 공개 법안 표결을 앞두고 공화당 의원들을 회유·압박해왔다.
이번 사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역풍과 이달 초 선거에서 공화당의 부진한 성적을 직면하면서, 마가 연합 내부의 균열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WSJ은 마가 진영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덜 집중하고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도 덧붙였다.
그린 의원 역시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관세와 외교 문제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쏟는다며 물가와 의료보험 등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비판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래 공화당 스타”라는 평가를 발판으로 제도 정치권에 발을 들인 그린 의원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과 이란 공습 등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가 마가 가치와 배치된다는 주장을 이어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악재로 떠오른 엡스타인 논란이 마가 진영의 균열까지 불러오면서 내년 중간선거에 중대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엡스타인과 관련한 폭로가 계속 이어지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의 투표 참여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 10명 중 9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 전반은 지지했으나 엡스타인 파일을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10명 중 4명만 지지한다고 답했다.
김건희 여사의 어머니인 최은순씨가 ‘공흥지구 특혜 개발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알츠하이머 진단서’를 제출했다. 특검은 최씨의 건강이 좋지 않고 일가족이 수사를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 김 여사의 오빠 김진우씨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6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최씨는 최근 특검에 자신의 알츠하이머 진단서를 제출했다. 최씨는 기억 장애를 호소하며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2021년 ‘잔액증명 위조’ 혐의로 1심 재판을 받을 때도 재판부에 알츠하이머 진단서를 제출했다.
특검은 지난 4일과 11일 최씨와 김씨를 각각 불러 조사한 뒤, 지난 14일 김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증거인멸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최씨는 불구속 기소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특검은 “최씨는 김씨와 모자관계인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가 이미 수감된 상태에서 두 사람 모두 구속되면 일가족 대부분이 감옥에 갇히게 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최씨의 건강상태도 주요하게 참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김씨에 대해선 김 여사의 금품들을 숨겨 증거인멸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했다. 특검은 김씨 장모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이우환 화백 그림,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상자 등을 발견했고, 경찰 간부 명단과 당선 축하 카드 등 일부 물품이 사라진 정황도 포착했다.
특검은 두 사람을 조사하며 얻은 진술을 바탕으로 조만간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김 의원은 두 사람이 가족회사 ESI&D를 통해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진행할 당시 양평군수였다. 특검은 지난 7월 김 의원을 피의자로 적시해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으나 아직 소환 조사는 하지 않았다.
최씨와 김씨가 운영한 ESI&D는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 과정에서 특혜를 봤다는 의혹을 받는다. ESI&D는 2011~2016년 양평군 공흥리 일대 2만2411㎡를 개발해 350가구 아파트를 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은 ESI&D가 약 800억원의 수익을 냈는데도 개발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특검은 ESI&D가 개인하수처리장 설치를 조건으로 개발 승인을 받고도 착공조차 하지 않았으나 제재를 받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