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소년보호사건변호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가능성을 시사해 중·일 간 갈등 수위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일본 외무성 간부가 17일 중국을 방문했다. 대화를 통해 긴장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총리 발언 철회가 불가하다는 태도는 변함없어 이번 대화에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중국을 방문해 18일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장(아시아국장)을 만나 다카이치 총리 발언과 관련한 일본 측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다. 가나이 국장은 다카이치 총리의 국회 답변이 양안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은 아니라는 뜻을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외무성 간부의 이번 방중은 최근 중국 교육부와 외교부가 일본 유학·여행 자제를 권고한 이후 이뤄졌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유사시는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발언한 이후 일본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존립 위기 사태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다카이치 총리 발언은 일본이 대만 유사시 무력 개입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아사히는 일본 정부가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중국 외교당국과 대화를 지속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 발언을 철회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하라 미노루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의 일본 유학 자제 권고에 대해 “양국 간 인적 교류를 위축시킬 수 있는 발표는 정상 간에 확인한 전략적 호혜 관계 추진,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구축이라는 큰 방향성과 상충한다”면서 중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밝혔다.
기하라 장관은 또 전날 중국 해경국 소속 선박 4척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해상을 순찰한 것에 대해 “이러한 활동은 국제법 위반이며 외교 경로를 통해 엄중히 항의하고 신속히 영해에서 퇴거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속해서 경계 감시에 만전을 기하고 냉정하고 의연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7일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한국전쟁 참전국을 기리기 위해 조성 중인 ‘감사의 정원’ 공사 현장을 찾아 “사업이 법적·절차적으로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측은 “이런 곳까지 정쟁의 무대로 변질된 모습이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종묘 앞 고층빌딩 사업과 한강버스 사고에 이어 세 번째로 김 총리와 오 시장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두 사람의 대결 구도가 내년 6월 서울시장 선거 전초전이란 해석도 나온다.
김 총리는 이날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 공사 현장을 찾아 “(광화문광장은) 문화 국가 대한민국의 미래 상징이기도 하다”면서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을 모신 공간에 ‘받들어총’, 석재 조형물이 들어왔을 때 국민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걱정도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총리는 “이런 문제는 국가 대계 차원에서 멀리 보고, 국민의 뜻을 충분히 반영하고, 여쭤보면서 합리적으로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며 “서울시의 합리적 접근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감사의 정원’은 서울시가 6·25전쟁 참전국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 위해 조성하는 공간이다. 세종대왕 동상 바로 옆에 참전국의 석재로 만든 총기를 세운 모양(받들어총 형태)의 조형물 23개를 설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김 총리는 가림막 등을 보면서 “국가 상징 공간이 아니라 국가 상징을 이상하게 만든 (것)”이라며 “진짜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서 돌을 받는다는 전제하에서 (사업을) 하는데 확약이 안 돼 있는 상태라고도 들었다”며 “그렇게 (사업을) 서두를 필요가 있는가, (사업) 취지는 이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 총리는 이후 행정안전부에 사업의 법적, 절차적, 내용적 문제는 없는지 확인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고 총리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곳은 6·25전쟁 22개 참전국과 국내외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추모 공간으로 조성되고 있다”며 “추모와 예우는 정파와 색깔로 구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또 “세운4구역 개발도 반대, 한강버스도 반대, 감사의 정원도 반대하는 모습은 청계천 복원을 반대하던 38세 청년 김민석과 다르지 않다”며 “국정 2인자가 23년 전의 세계관에 머문다면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불행”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 총리와 오 시장은 종묘 인근 재개발 사업과 한강버스 사고 등 서울시 사업으로 연일 충돌했다. 김 총리는 전날 강바닥에 걸려 멈춤 사고가 발생한 한강버스 안전성에 우려를 표하며 “안전성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10일에는 초고층 재개발 계획이 고시된 세운지구 맞은편 종묘를 찾아 “종묘가 수난”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갈등을 조정해야 할 국무총리께서 일방적인 입장에만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고 올렸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김 총리는 자천타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 행정에 과도하게 개입하며 공무원과 행정력을 동원하는 행태는 명백한 불법 선거개입”이라고 주장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무총리로서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불행한 사고가 발생한 곳에 당연히 가야 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마치 서울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서 서울시장 선거와 연결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