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대비 지하철 건대입구역 앞 노점상 철거 문제로 인한 서울 광진구청과 노점상들의 갈등이 길어지고 있다. 노점상들은 지난 9월 구청이 위법한 ‘기습 철거’를 벌였다며 항의 농성을 두 달 넘게 이어간데 이어 17일 서울 광진구의회 앞을 찾아 행정사무 감사를 요구했다.
건대입구역 노점상 생존권 문제 해결을 위한 광진구 공동대책위(공대위)는 이날 서울 광진구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진구의회가 철저한 세무감사로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광진구청이 지난 9월 집행한 건대입구역 앞 노점 철거가 행정대집행법상 고지 의무·집행예고 절차 등을 무시한 불법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날 회견에는 노점상·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건국대 재학생 등 약 100여명이 참석했다. 회견이 열리자 구의회·구청 앞에 경찰이 배치됐고, 구청 공무원 20여명도 청사 앞에서 ‘인간 바리케이드’를 쳤다.
앞서 광진구청은 지난 9월8일 새벽 3시쯤 김경호 광진구청장의 현장 지휘하에 건대입구역 앞 노점 40여곳을 철거했다. 현행 행정대집행법상 야간 건물 철거 등 대집행은 원칙적으로 금지돼있다. 노점상들은 이 때문에 광진구청의 철거가 위법했고, 노점상들을 향한 폭력행위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9월25일 김 구청장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도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감에서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노점단속 공무원이 커터칼을 들고 사람들을 위협했다”며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철거작업에 필요해 들고 있던 것으로 본다”고 맞받으면서 공방이 벌어졌다. 오 시장은 “단속직원의 불법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광진구청은 노점이 도로를 점유해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등 문제가 이어져 철거한 것이며, 야간 집행도 도로법상 특례 조항 등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구청은 노점이 전매·전대 등 ‘기업형’이며 영세상인이 아니라고도 주장하면서 그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상인들과 구청의 공방이 이어지며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철거 직후 시작된 공대위의 농성은 이날로 71일째 이어졌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 등이 공대위에 합하고 바르게살기운동 광진구협의회 등 일부 단체가 ‘철거 환영’ 현수막을 농성장 인근 등에 내걸며 지역사회 갈등으로 확대될 조짐도 보인다. 공대위는 “(환영 현수막이) 관변단체 명의로 게시돼 세금으로 제작된 의혹이 있다”며 항의했다.
공대위는 회견에서 “구의회는 구청의 폭력행정과 예산전용 의혹에 한 차례 공식 질의도 하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구의회는 행정대집행에 대한 전면적 행정사무감사와 노점상 철거, 폭력행정에 쓰인 세금의 모든 내역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 직후 공대위 대표자 5명은 광진구의회 운영위원장을 만나 상인들의 행정감사를 요구를 전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핵심 인사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공화·조지아)을 “반역자”라고 부르며 공개적으로 지지를 철회했다. 한때 ‘하이힐을 신은 트럼프’라고 불릴 정도로 최측근이었던 그린 의원과의 갈등은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 문제를 계기로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마가 연합 내부의 균열 심화를 상징하는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서 그린 의원을 향해 “그는 좌파로 돌아서며 공화당 전체를 배신했다”며 “마조리 ‘반역자’ 그린은 우리 위대한 공화당의 수치”라고 했다. 이어 그를 “마조리 테일러 브라운”이라고 부르며 “그린은 썩기 시작하면 브라운으로 변한다. ‘명목상 공화당원’이 됐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엔 그린 의원에 대한 지지를 공식 철회했다.
그린 의원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방금 나를 공격하고 거짓말을 했다”며 “분명 이게 그를 벼랑으로 몰고 간 것 같다. 엡스타인 파일”이라고 맞섰다. 이어 “다음주 엡스타인 파일 공개 투표 전 다른 공화당원들을 겁주기 위해 나를 본보기 삼아 공격하고 있다”며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막기 위해 이렇게까지 싸우는 게 놀랍다. 대부분 미국인은 그가 미국 국민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싸우길 바란다”고 했다. 그린 의원은 “나는 트럼프를 숭배하거나, 그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그린 의원은 하원에서 엡스타인 관련 수사자료 공개를 입법화하기 위한 ‘강제 부의안’에 동참한 공화당 의원 4명 중 한 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당선되면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했으나 트럼프 정부는 지난 7월 수사 종료를 선언했다. 최근 민주당이 공개한 엡스타인 e메일에 트럼프 대통령이 범행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 파장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이뤄질 엡스타인 파일 공개 법안 표결을 앞두고 공화당 의원들을 회유·압박해왔다.
이번 사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역풍과 이달 초 선거에서 공화당의 부진한 성적을 직면하면서, 마가 연합 내부의 균열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WSJ는 마가 진영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덜 집중하고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도 덧붙였다.
그린 의원 역시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관세와 외교 문제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쏟는다며 물가와 의료보험 등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비판해왔다. 그린 의원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과 이란 공습 등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가 마가 가치와 배치된다는 주장을 이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악재로 떠오른 엡스타인 논란이 마가 진영의 균열까지 불러오면서 내년 중간선거에 중대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엡스타인과 관련한 폭로가 계속 이어지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의 투표 참여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로이터통신·입소스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 10명 중 9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전반은 지지했으나 엡스타인 파일을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10명 중 4명만 지지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