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강의 병원이 아닌 집에서 의료·요양 서비스를 받는 ‘통합돌봄’ 시행을 4개월여 앞두고 관련 예산이 1000억원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통합돌봄의 핵심인 ‘재택의료’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민간 의료기관의 참여 부진 및 지역 간 인프라 격차 때문이다.
16일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내년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사업 관련 예산을 777억원에서 1771억원으로 증액하기로 의결했다. 의료접근성이 낮고, 인프라가 부족한 재정자립도 하위 80%(183곳)에만 지원하기로 한 ‘취약지역 의료 서비스 등 확충’ 예산을 전체 시군구(229개) 지원으로 확대해 717억원 증액했다. ‘지자체 공무원 인건비’ 지원 예산도 191억5000만원 증액됐다.
통합돌봄은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등이 지역이나 자택에서 의료·장기요양·일상돌봄 등을 받는 제도다. 이 제도의 핵심은 의사·간호사 등이 집으로 찾아가는 ‘재택의료’다.
정부는 2019년 12월부터 의사가 병원 내원이 어려운 환자를 방문진료하는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기준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원은 1007개로 전체 의원의 약 2.8%에 불과하다. 수가를 청구한 의원은 303개에 그쳤다. 방문진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도 대부분 수도권에 쏠려 있다.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 인구가 많은 비수도권에서는 거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거동 불편 환자 중 약 8.4%만이 재택의료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이에 정부는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로 구성된 ‘재택의료센터’를 지자체별로 지정해 진료 및 치료, 돌봄을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의사 방문진료 1회당 지급되는 수가 약 13만원에 더해 재택의료센터가 특정 요건(의사 월 1회 이상, 간호사 월 2회 이상 방문)을 충족할 경우 ‘재택의료기본료’(월 14만원) 등을 지급한다.
전문가들은 시스템이 정교하게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선 예산을 늘려도 통합돌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건세 건국대 의대 교수는 “보상체계를 보면, 의사가 하루에 환자를 7~8명 방문해야 겨우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라며 “차량 섭외, 이동 시간, 인건비, 보험 청구에 필요한 서류 작업 등을 고려하면 병원으로 찾아오는 환자들을 진료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기술적 문제도 있다. 통합돌봄을 위해 정부가 구축 중인 통합지원정보시스템에 민간 의료기관이 접근할 수 없는 것이다. 방문진료를 하면 진료 정보 등을 전자의무기록(EMR)에 기록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담당 공무원 등을 통해 행정시스템에 재입력해야 한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통합돌봄 성패의 핵심은 민간 의료기관의 적극적 참여인데, 보상도 적고 일만 늘어나는데 왜 참여하겠느냐”며 “단순한 예산 지원이 아닌 수가 개선, 민관 통합 플랫폼 구축 등 엉켜버린 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15일(현지시간) 범죄 증가와 부정부패에 항의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번 시위는 ‘Z세대’ 청년층이 주도했고 야당 성향의 중·장년층도 가세하며 규모가 커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는 수천 명이 참여했으며 폭력 범죄 급증과 정부의 미흡한 대응, 부정부패 등을 규탄했다. 특히 지난 1일 서부 미초아칸주에서 카를로스 만소 우루아판 시장이 공개 행사 도중 피살된 사건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국가궁 인근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안전 울타리를 훼손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로이터는 경찰이 최루탄을 사용해 해산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경찰 당국은 이번 충돌로 120명이 다쳤으며 이 중 100명이 경찰이라고 밝혔다. 또 20명이 불법 시위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고 덧붙였다.
멕시코시티 시위대 일부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과 여당인 모레나를 향해 “모레나는 물러가라”, “카를로스는 죽지 않았다, 정부가 죽였다”고 외쳤다. 29세 참가자 안드레스 마사는 AP에 “더 많은 안전이 필요하다”며 Z세대 시위 상징인 해적 깃발을 들고 행진했다. 43세 의사 아리즈베스 가르시아는 공공의료 재정 확대와 의료진 보호를 요구하며 “멕시코는 누구든 살해당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나라가 됐다”고 했다. 시위는 멕시코시티뿐 아니라 다른 주요 도시들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졌다.
최근 고위 공직자 피살 등 강력 범죄가 잇따르고 있지만 셰인바움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높다. 시위 전 셰인바움 대통령은 보수 야당이 Z세대 시위를 조직적으로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비센테 폭스 전 대통령과 멕시코 억만장자 리카르도 살리나스 플리에고 등 고령층 정치·경제계 인사들은 시위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냈다.
이날 시위에는 Z세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했으며 피살된 만소 시장의 지지자들 역시 그의 정치적 상징인 밀짚모자를 쓰고 행진했다. 미초아칸 파츠쿠아로에서 온 65세 부동산 중개업자 로사 마리아 아빌라는 만소 시장이 범죄조직을 압박하다 살해됐다고 주장하며 “국가가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