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불법촬영변호사 한·미가 14일 양국간 관세·안보 합의 내용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를 동시 발표했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추진, 3500억달러 대미 분할투자와 안전장치 등 지난달 29일 양국 정상의 합의 사안이 대부분 그대로 반영됐다. 한·미 동맹의 미래에 중대 고비였던 양국 협상이 긴 줄다리기 끝에 마무리되면서 국가 경제와 안보에 드리워진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팩트시트에 담긴 우리 입장이 제대로 관철될 수 있도록 후속 협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의 일방주의로 촉발된 국제질서 격변과 동맹구조 변화가 현실화한 걸 직시하고, 장기적으로 ‘동맹의 재구성’에 대비하는 노력도 소흘히 해선 안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팩트시트 주요 내용을 직접 발표하면서 “한·미 동맹의 르네상스 문이 열렸다”고 했다. 일단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비롯해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지지하는 내용이 명문화됐다. 포화 상태인 국내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문제를 감안하면 평화적 핵 이용과 안보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부는 핵추진 잠수함의 국내 건조가 전제 라고 했지만 합의서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았고,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도 ‘지지’ 수준이어서 후속 협상을 통해 구체화해나가야 한다.
주한미군의 지속적 주둔과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한 미국 지지를 분명히 해 안보의 불확실성을 낮춘 것도 성과라 할 수 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부분은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동북아 안보 질서에 예민한 영향을 미치는 이 문제에 대한 ‘불가’ 입장 관철이나 명문화가 어렵다면 모호하게 남겨두고 우리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
통상 부문에선 한국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연 200억 달러 투자 상한 등 안전장치와 자동차 관세 15%, 반도체·제약 관세율 관련 최혜국 대우 확보 등이 당초 합의대로 포함됐다. 대미 투자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실리를 찾기 위해 꺼낸 카드들이 관철된 것이다. 대미투자 대원칙인 ‘상업적 합리성’은 팩트시트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날 바로 양국 통상장관 사이에 맺어진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담겼다.
한·미의 관세·안보 협상이 일단락 됐지만, 엄밀히는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3500억 달러 대미투자는 재정과 국민경제에 미칠 파장이 막대한 만큼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늘어날 대미 투자로 국내엔 투자·일자리가 제약받고 위축될 수 있다. 북·중 등 주변국과 군사적 이해가 충돌할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도 역내 안정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세심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국회와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설득이 필요한 것은 설득해야 한다. 국회도 이번 한·미 협상이 새로운 시대 국익 외교의 밑거름이 되고 국민 삶의 긍정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초당적으로 협력하길 바란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적 확인 문구는 ‘초록 물결이 톡톡 튀는 젊음처럼’이었다. 안규례 시인의 ‘아침 산책’에서 인용한 문구다. 38일째 합숙 생활을 해온 출제·검토 위원들은 13일 시험 종료와 함께 ‘감금 생활’에서 해방됐다.
수능 필적 확인 문구는 수험생이 매 과목 답안지의 필적 확인란에 직접 적어야 하는 글귀다. 대리시험 등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2006학년도 수능부터 도입됐다. 필적 확인 문구가 처음 들어간 2005년 6월 모의평가의 문구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윤동주 ‘서시’)이었다.
문구는 매년 다르게 선정되며, 필적 감정이 가능하도록 ‘ㄹ’ ‘ㅁ’ ‘ㅂ’ 중 2개 이상, ‘ㄼ’ ‘ㅄ’ 등 겹받침이 포함돼야 한다. 수험생이 답안지를 받고 가장 처음 쓰는 문구인 만큼 가급적 희망, 긍정 등 메시지가 담긴 글귀를 정해 수험생이 긴장을 풀고 위로받도록 한다는 취지도 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인용된 시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로 총 3차례(2006·2007·2017학년도) 쓰였다.
수능 출제·검토 위원 약 500명, 진행·급식·보안 등 행정 업무를 맡는 200여명 등 총 700여명은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38일째 합숙 생활을 해왔다. 이들은 제2외국어·한문 영역 시험이 진행되는 5교시가 끝남과 동시에 퇴실이 허용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미리 확보한 현직 교수·교사 인력 풀에서 무작위로 추첨해 선발된 출제·검토 위원들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모처에서 합숙하며 수능 문제를 출제했다.
이달 초 출제를 마친 뒤에도 외출이 통제됐고, 휴대전화나 블루투스 이어폰 등 통신기기도 일절 사용할 수 없었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외부와 단절돼 생활해야 하고 변별력 있는 문제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한 치의 오류도 허용해선 안 된다는 부담감 때문에 이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수능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킬러문항’은 배제하면서 상위권 변별력을 키워야 한다는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현직 교사 20여명으로 구성된 ‘수능 출제점검위원회’는 킬러문항 여부를 집중 점검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들도 출제·검토 위원과 함께 합숙했다. 평가원은 “사교육에서 문제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항은 배제하고 공교육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의 문항을 고르게 출제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