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설치현금 1960년대 한국은 가발이 세 번째 수출 품목이었을 정도로 내다 팔 만한 것이 없었다. 박정희 정부는 경공업 대신 고부가가치 기술 산업을 키우려 했지만, 문제는 그 기술이 없었다. 그래서 필요했던 것이 ‘연구소’, 1966년 세워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의 시작이었다. KIST의 정체성은 ‘과학’보다는 ‘기술’에 찍혔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응용지식, 산업기술을 뒷받침하는 데 집중했다는 것이다. 당시 KIST 초대 소장 최형섭은 “노벨상을 받고 싶은 사람은 오지 마라. 우리는 나라를 먹여 살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과학자들을 설득했다고 전한다.
<연구소의 승리>는 세계 곳곳 연구소가 과학의 발전과 국가의 운명을 어떻게 만들어왔는지 추적하는 책이다. 과학의 진보는 한 사람의 재능에서 시작되지만, 그 성과가 꽃피우기 위해선 조직과 리더십, 재정이 필수적이다. 저자는 연구소가 단순한 연구기관이 아니라 ‘국가의 문제 해결 능력’을 위한 제도적 발명품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한 줄기를 따라 근대적 국가 연구소의 시작인 1887년 독일 제국물리기술연구소로부터 막스플랑크협회, 미국 항공우주국 그리고 한국의 한국원자력연구소와 KIST까지 135년에 걸친 연구소의 역사를 엮어낸다.
윤석열 정부 연구·개발 예산 삭감도 이 책에 따르면 조금 다른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다. 정부도 문제였지만, 야당 역시 정책적 고민은 없다보니 예산의 전략적 배분과 같은 의제들은 사라지고 정치 공방만 남았다는 것이다. “원자력, 반도체, 인터넷, 백신처럼 국가적 비전을 제시한 연구소의 경험을 떠올렸다면, 논쟁의 초점은 미래의 전략에 맞춰졌을 것이다.”
돈이 많이 들지만, 결과는 불확실한 연구소는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미래를 바꾸는 연구소의 가치를 책이 소개하는 역사로부터 새삼 알게 된다.
원목 테이블과 패브릭 소파, 흰색 수납장 위에서 빛나는 은은한 무드등… 얼핏 보면 서울의 신혼집 같지만, 이곳은 도쿄 신주쿠에 있는 사토 유미(26)의 집이다. 성수동 카페에서 영감을 얻어 인테리어를 진행했다는 그는 “편안하면서도 힙한 느낌이 들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최근 일본 MZ세대 사이 ‘K인테리어’라 불리는 한국식 공간 미학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국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이 선보인 일본판 앱 ‘오하우스’는 출시 1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100만건을 돌파했으며, 인스타그램에서는 ‘#韓 インテリア(한국 인테리어)’ 해시태그 게시물이 78만건에 육박한다. ‘韓國の部屋(한국의 방)’이나 ‘韓國風リビング(한국풍 거실)’과 같은 관련 키워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지 관계자들은 “(한국식 인테리어가)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스며들고 있다”고 평가한다. 닛케이신문 역시 지난 9월 “K컬처를 통해 접한 한국식 인테리어에 매력을 느끼고 SNS에서 이를 모방하는 일본인이 늘고 있다”며 “일본 인테리어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인의 미적 기준과 소비 습관까지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세련된 따뜻함으로 승부
K인테리어는 전통 한옥의 미와는 결이 다르다. 한국 MZ세대 사이에서 소비되는 ‘현대적 감성의 한국식 공간’에 가까운 스타일이다. 도쿄 미나토구에서 소품숍을 운영하는 아야카(32)는 “한국 인테리어에는 독특한 감성이 있다. 정갈하지만 차갑지 않고, 단정하면서도 감각적이다. 무인양품이나 니토리 같은 북유럽풍 스타일과는 다르게 조명과 색감, 질감을 활용해 공간 분위기를 바꾸는 세련된 따뜻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부동산 플랫폼 ‘스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풍 인테리어는 흰색과 베이지톤, 곡선형 소품, 관엽식물이 중심으로 표현됐다. 근래에는 팝 컬러 포인트, 작은 조명, 부드러운 질감이 더해지며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 인테리어 상품’ 카테고리를 운영하는 일본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과 ‘로우야’에서는 최근 1년간 ‘무드등’, ‘패브릭 러그’, ‘우드톤 수납장’ 검색량이 급증했다. 한국식 인테리어를 따라 하고 싶은 일본 젊은 세대의 관심이 수치로 확인되는 셈이다.
소셜미디어는 유행을 가속하는 촉매 역할을 했다.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알고리즘은 한국의 ‘룸투어’와 ‘집 꾸미기 브이로그’를 일본 시청자에게 즉시 보여준다. 과거에는 한국 드라마나 여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했다면, 이제 한일 인테리어 트렌드는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됐다. 오늘의집 관계자는 “오하우스 재팬의 인기 카테고리 순위는 한국판과 거의 일치한다. 유행의 시차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소형 수납 가구, 미니 러그, 발 매트 등은 SNS에서 본 직후 앱으로 바로 구매하는 패턴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왜 좋으냐 물으시거든
K인테리어가 일본 젊은 세대에게 주는 매력은 단순히 ‘예쁜 집’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에게 집은 자신을 표현하고, 나만의 세계를 연출하는 무대다. 대학생 하야시 미카(23)는 “한국 드라마나 유튜브, 틱톡에서 본 인테리어가 마음을 움직였다”며 “집은 나에게 취향과 스타일을 실험하고 표현하는 ‘작은 창작 공간’”이라고 했다.
이 매력은 현실적인 비용과도 맞닿아 있다. 전체 리모델링 없이도 패브릭 커버, 러그, 간접조명만으로도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새롭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SNS에서 ‘1만 엔으로 완성한 한국풍 거실’, ‘100엔샵 소품으로 K감성 방 만들기’와 같은 콘텐츠가 호응을 얻는 것도 같은 이유다.
좁은 일본 도심 주거와의 조화도 돋보인다. 도쿄와 오사카 도심의 1LDK, 2LDK 아파트는 평균 전용면적이 40㎡ 내외로, 벽과 칸막이가 많아 채광이 제한적이다. 이럴 때 밝은 톤의 낮은 가구와 부드러운 조명, 패브릭 커버링을 활용하면 작은 공간도 훨씬 넓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40대 주부 이토 사키는 “한국식 인테리어는 효율성이 높다. 가족의 일상과 취향을 모두 고려하면서 각자의 활동 동선과 시각적 여유를 계산한다”며 “덕분에 아이들 공부 공간과 휴식 공간, 거실의 여유까지 모두 확보했다”고 극찬했다.
K인테리어는 유행을 넘어 패션, 음식, 카페, 리빙으로 이어지는 ‘K라이프스타일 생태계’를 형성하는 중이다. 이와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일부 브랜드는 팝업스토어 등 현지 접점을 늘리며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공간 디자이너 오카다 요시히로는 “K인테리어는 단순 모방이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문화를 만드는 움직임”이라며 “한국의 미감이 일본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과정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