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용접 제주에서 쿠팡 협력업체 소속 30대 택배기사가 새벽 시간대에 일을 마치고 돌아가다가 전신주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11일 제주동부경찰서와 제주도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2시9분쯤 제주시 오라2동의 한 도로에서 30대 택배기사 A씨가 몰던 1t 트럭이 전신주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출동한 소방당국이 운전석에 끼여 있던 A씨를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A씨는 같은 날 오후 3시10분쯤 숨을 거뒀다. A씨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협력업체 소속 택배노동자로, 배송을 마치고 물류센터로 복귀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졸음운전이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는 성명을 내고 “A씨는 쿠팡 제1캠프에서 야간조로 새벽배송을 담당하던 특수고용직 배달노동자였다”면서 “A씨는 며칠 전 아버지 장례식을 치르고 충분히 쉬지 못한 상태였고, 야간배송 중 물류센터로 복귀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노조는 “심야 택배 업무로 인한 과로가 이어지고 심야·새벽배송을 규제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 이런 일이 벌어져 너무나 안타깝다”면서 “이번 제주 노동자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과로와 구조적인 위험이 만든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쿠팡은 노동자 사망 사건의 경위를 즉각 공개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며 “새벽배송 노동자의 장시간·야간 근무 실태를 포함한 전면적 산업재해 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쿠팡 전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즉시 시행하고, 제주도는 지역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강원 속초 신흥사에 걸렸다가 1950년대 미 군정기에 유출됐던 시왕도 10점 중 하나가 국내로 돌아왔다. 2020년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이 신흥사 시왕도 10점 중 6점을 반환한 이후 5년 만에 7번째 그림이 국내에 돌아온 것이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신흥사는 14일 서울 마포구 KGIT센터에서 언론공개회를 열고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소장하던 ‘시왕도’ 중 1점인 ‘제10오도전륜대왕도’를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시왕도는 사람이 죽은 뒤 저승에서 심판을 주관한다는 대왕 10명을 그린 불화다. 불교의 사후세계관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속초 신흥사에는 10명의 왕 당 1점씩, 총 10점의 시왕도가 걸렸으나, 한국전쟁 이후 미 군정기에 미군에 의해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LACMA가 소장했던 6점은 2020년 국내로 돌아왔다. 나머지 4점의 행방은 당시 알려지지 않았으나, 위원회와 신흥사가 시왕도 중 1점이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소장 중인 점을 파악해 2023년부터 협의를 진행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술관 측에 공식 반환 요청서를 제출했고, 올해 7월 재차 방문 협상에서 반환 합의에 이르렀다.
이번에 반환되는 ‘제10오도전륜대왕도’는 시왕도에 등장하는 10명의 왕 중 10번째 왕인 오도전륜대왕을 그린 그림이다. 죽은 지 3년이 된 사람은 오도전륜대왕에게 심판받은 후 다음 생애 다시 태어날 곳이 결정된다고 한다. 비단에 채색한 이 그림의 크기는 가로 91.4㎝, 세로 116.8㎝이다.
반환되는 그림은 1798년(정조 22년)에 그려져 신흥사 명부전에 봉안된 것이다. 국내 현존하는 시왕도 중 다수는 19세기에 그려진 것으로, 18세기의 시왕도는 보기 드물다. 그림의 상·하단을 구름으로 나눈 18세기의 시왕도와 달리, 신흥사 시왕도는 19세기 그림처럼 상·하단을 성곽으로 구분해 불화의 변천사를 알 수 있게 한다.
반환되는 그림은 일제 강점기까지는 조선 총독부 기록을 통해 그 존재가 확인되나, 1954년 여름에 신흥사 명부전 내부를 촬영한 사진에는 그림의 자리가 비어있다. 미국으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됐던 이 그림은 2007년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구매했고, 족자 형태로 보관돼 왔다. LACMA가 소장했던 시왕도 6점과 달리 그림을 그린 시기 등은 적혀 있지 않으나, 위원회 등은 그림 제목이 적힌 우측 필체의 형식이나 전체 작품의 크기, 작품의 내용 등을 통해 신흥사의 시왕도 중 일부라는 점을 확인했다.
위원회 등은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협상하면서 당시 신흥사에 해당 그림이 있었으며 한국전쟁 당시 미군만이 그림을 옮길 수 있을 정도로 지역을 자유롭게 왕래했다는 속초 지역 원로들의 증언, 미군이 신흥사 주변을 훼손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을 통해 그림의 출처를 증빙해 반환을 이끌어냈다. 그림은 오른쪽 아래 부분이 일부 훼손됐으나 전반적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반환된 그림은 이날 속초 신흥사로 옮겨졌다. 위원회 등은 아직 행방을 알 수 없는 신흥사 시왕도 3점을 찾기 위해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과 협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 1심 선고에 대한 ‘항소 포기’ 결정을 주도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7일 검찰이 항소 포기 결정을 한 지 닷새 만이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노 대행은 사의를 표명했다”며 “자세한 입장은 퇴임식 때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노 대행이 검사장들과 논의한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노 대행의 면직안이 제청되면 수리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심우정 전 총장이 사퇴한 지 4개월여 만에 노 대행마저 직을 내려놓으면서 검찰은 ‘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되게 됐다. 일단은 차순길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검찰 조직을 이끌게 됐다.
노 대행은 항소 포기에 대한 안팎의 비판이 잇따르자 지난 9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법무부 의견을 참고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항소 포기 직후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 중앙지검장은 “대검의 지시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과 명확히 다르다”며 다른 입장을 표했다. 특히 노 대행의 “법무부 의견을 참고했다”는 발언은 법무부 개입 논란을 촉발했다.
노 대행이 사의를 밝히면서 검찰 내홍이 봉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사태로 검찰 내분 양상이 그대로 드러난 데다 정치권이 이번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