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용접 환경단체들이 안전을 이유로 줄기차게 반대해온 고리 2호기 수명연장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13일 계속운전을 승인했다. 이에 기후위기비상행동, 탈핵시민행동, 종교환경회의, 책임과학자연대, 탈핵부산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소속 활동가들이 14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고리 원전 2호기 원안위 수명연장 승인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부산 기장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의 수명 연장을 취소하고 영구 정지를 선언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앞서 원안위는 전날 제224회 회의를 열어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를 표결로 의결했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고리 2호기 수명 연장 절차에서 드러난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라며 “고리 2호기가 위치한 기장 지역은 지난 40년 동안 환경 변화, 인구 증가, 다수 호기 운영에 따른 위험 등 여러 조건이 완전히 달라졌음에도 이에 대한 환경 변화 분석은 극히 부실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결국 사업자에게 면죄부를 부여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고리 2호기는 2023년 4월 8일 운영 허가 기간 만료로 운전을 멈춘 지 2년 반여 만에 재가동 절차를 밟게 됐다.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형사재판에서 검찰·법원의 이례적 결정이 나오고 여야가 유불리에 따라 공수 교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법원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와 이재명 대통령 사건 신속 파기환송을 전례 없다고 비판한 더불어민주당이 이 대통령 관련 사건에서 검찰의 이례적인 항소 포기를 옹호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야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이며 정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현직 대통령 관련 형사사건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사법적 원칙’과 ‘정치적 의도’를 번갈아 주장하며 공방을 벌여왔다. 이 대통령이 기소된 대장동 사건의 민간업자들 1심 판결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건과 관련해 민주당은 내부 기준에 맞게 원칙적으로 대응했다며 검찰을 두둔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례적인 항소 포기 배경에 이 대통령 혐의를 면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지난 5월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두고는 정반대 입장이었다. 민주당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판결이 이뤄졌다며 대법원이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재판을 1심 6개월, 2·3심 각각 3개월 안에 끝내라는 법상 ‘6·3·3 원칙’에 따른 판결이라며 옹호했다.
법원이 지난 3월 당시 현직 신분이던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고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했을 때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민주당은 지귀연 재판부가 전례 없는 구속기간 산정 기준을 적용했다며 특혜라고 비판했고, 즉시항고를 포기한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에 대해 “내란의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도 방어권 보장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지귀연 재판부와 검찰 결정을 감쌌다.
법원 상급심 판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사안에 따라 갈렸다. 민주당은 대장동 항소 포기 사건에서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건에서는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구속취소 사건과 달리 대장동 항소 포기 건에서 상급심 판단을 강조하고 있다.
항소 자제와 신속한 재판, 방어권 보장 등 형사사법체계의 주요 원칙이 유독 대통령 사건에서 이례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거대 양당이 일관된 기준 없이 이해관계에 따라 견해를 바꿔가며 정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1일 통화에서 “시민들 관점에서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와 이 대통령 관련 재판의 항소 포기에서 느끼는 감정은 비슷할 것”이라며 “양당이 원칙을 말하지만 똑같이 표리부동하고 내로남불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법치 영역의 원칙과 기준이 정치적 입장에 따라 흔들리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지귀연 판사의 이례적인 구속취소도 논란이 됐는데, 실익도 없는 항소 포기 건에 민주당이 반응하는 방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검찰 내 조직적 반대가 더 문제라는 의견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즉시항고 포기와 김건희 여사 무혐의 처분 등에 반발하지 않았던 검사들이 민주당 정부에서 항명성 행동을 반복한다는 지적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이래도 되나. 가만 안 둘 것”이라며 “민주당 정권을 호구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가 11일 구성키로 한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는 12·3 불법계엄에 가담한 공직자들을 각 부처가 조사하는 기구다. 국무총리실 주도로 오는 21일까지 49개 중앙행정기관에 구성된다. 기관별 TF는 내년 1월 말까지 조사 내용을 총리실 총괄TF에 보고하고, 2월까지 인사 조치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총리실에 따르면 TF는 대통령 직속기관·독립기관을 제외한 전체 49개 중앙행정기관에 각각 설치된다. 특히 많은 의혹이 제기된 합동참모본부, 검찰, 경찰, 외교부, 법무부, 국방부 등 12개 기관을 집중점검기관으로 정했다.
기관별 TF는 최소 10인 이상으로 구성된다. 내부 인원으로 공정성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기관은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독립형이나 외부 자문단과 조직 내 감사 관련 조직 등을 활용한 혼합형 TF를 만들 수 있다.
기관별 TF를 총괄하는 TF는 총리실에 설치된다. 총괄TF는 심종섭 국무조정실 국정운영실장의 지휘 아래 기관별 TF 구성이 공정하게 됐는지, 기관별 TF에서 조사·판단한 내용 중 누락된 점은 없는지 검증할 계획이다.
TF는 내란에 직접 참여하거나 협조한 행위에 대한 내부 조사를 통해 주요 책임자 징계 등 인사 조치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각 기관은 오는 21일까지 내부에 자체 조사 TF를 구성하고 다음달 12일까지 기관별 조사 대상 행위를 확정해야 한다. 조사는 내년 1월31일까지 이뤄진다. 이후 총괄TF가 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2월13일까지 인사 조치를 마무리하게 된다.
조사 대상 행위는 언론·미디어, 국정조사·감사, 내부제보, 자진신고 등을 통해 의혹이 제기된 내란 관련 내용이다. 12·3 불법계엄 6개월 전부터 4개월 이후까지의 행위를 조사한다.
다만 내란 사전모의, 실행, 사후 정당화·진실 은폐와 관련된 명백하고 직접적인 행위에 대해선 해당 시점이 지난해 12월3일과 상당한 시간적 차이가 있더라도 조사와 책임 추궁을 할 수 있다.
조사는 인터뷰와 서면조사,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이뤄진다. 이미 실시된 내부조사, 수사, 재판 자료 등도 활용한다. 조사 과정에서 업무용 PC와 서면 자료는 모두 열람할 수 있으며, 개인 휴대전화는 자발적 제출을 유도하되 의혹이 있는데도 협조하지 않으면 대기발령·직위해제 후 수사를 의뢰하는 것도 고려하겠다고 총리실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