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게임머니상 원자력안전위원회가 40년 운전 끝에 가동을 멈췄던 고리2호기의 계속운전을 결정한 데 대해 시민단체들은 “국민 안전을 포기한 결정”이라며 비판했다.
시민단체인 에너지정의행동은 13일 원안위 결정 직후 성명을 내고 “핵발전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포기한 결정이며 절차적 위법에도 강행한 위헌적 결정”이라며 “원안위가 스스로 책임을 인지한다면 즉각 고리2호기 수명 연장 승인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부산 기장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의 계속운전 허가에 대해 지난 9월25일부터 세 차례 심의를 연 끝에 이날 6명 중 5명의 찬성으로 허가 안건을 승인했다.
고리 2호기는 한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상업용 원전이자 영구 폐쇄되지 않은 원전 중 가장 오래된 원전이다. 국내 최초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는 영구 정지 후 단계적 해체 작업을 앞두고 있다. 고리 2호기는 1983년 4월9일 운전을 시작해 2023년 4월8일 운영허가 기간 40년을 넘기며 운전을 정지했다. 원안위 심의를 통과하면서 수명이 10년 늘어 2033년 4월8일까지 운전이 가능하게 됐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심의 과정에서 몇몇 위원들은 ‘회의가 여러 차례 반복돼 비효율적’이라거나 ‘승인이 늦어지면 경제성이 문제가 생긴다’는 등 책임을 방기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며 “규제기관이 사업자의 입장을 대변하며 국민의 안전보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이익을 우선시한 처사”라고 말했다.
고리2호기 계속운전 심사는 향후 고리 3·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 월성 2~4호기 등 2030년까지 운영 허가가 만료되는 원전의 운명을 결정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수명이 다한 고리 3·4호기와 앞으로 운영이 끝나는 원전 등 9기의 수명연장 역시 안전성과 민주성을잃은 상태로 승인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우려를 낳는다”고 말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탈핵과 에너지 전환의 방향을 분명히 세워야 할 정부는 실용이라는 단어 뒤어 숨어 비민주적이고 위험한 수명연장 절차를 묵인했다”며 “정부 또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번 결정을 제지하고 노후핵발전소 영구정지를 선언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9월11일 기자회견에서 노후원전과 관련해 “가동 기간이 지난 원전도 안전성이 담보되면 연장해서 사용하고, 짓고 있는 것은 잘 지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탈핵시민행동 등 환경단체들은 오는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앞에서 원안위와 정부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 계획을 세웠다. 단체는 13일에도 원안위 심의 직전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후재난, 대형산불에 대해 노후핵발전소는 대비도 되어 있지 않고, 고준위핵폐기물 대책도 없는데 수명연장을 심사한다는 것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아니라 원자력진흥위원회”라며 “수명연장 심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지구 궤도를 도는 축구장 크기의 유인 우주 시설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오는 27일 발사되는 4번째 누리호에 가까이 다가올 것으로 분석됐다. 2021년 시작된 누리호 발사 역사상 전례가 없는 상황이다. 누리호 비행 중 우주 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필요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누리호는 발사 가능 시간대 가운데 ISS와 최대한 멀리 떨어질 수 있는 시점을 골라 우주로 떠날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한국과학기자협회와 함께 지난 11일 누리호 4차 발사 준비와 관련해 온라인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누리호는 오는 27일 밤 12시54분부터 오전 1시14분 사이에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그런데 항우연에 따르면 고도 약 400㎞에서 지구 주변을 도는 ISS와 지상을 떠나 비행하는 누리호 간 거리가 발사 당일 오전 1시12분부터 200㎞보다 가까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우연 지침상 200㎞는 발사체와 유인 우주 물체 간 최소 안전거리다. 이보다 가까워지면 잠재적 우주 충돌 가능성이 생긴다. 누리호 발사 가능 시간대 가운데 약 2분(오전 1시12분~14분) 동안 불안한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누리호 발사가 기상·기술 문제 때문에 연기될 때를 대비해 설정된 발사 예비일(11월28일~12월4일)에도 동일 시간에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우주비행사가 상주하는 ISS는 길이가 108m, 폭은 73m에 이른다. 축구장과 비슷한 크기다. 태양 전지판과 연구·거주용 시설이 고구마 줄기처럼 연결돼 있다. 누리호로서는 최대한 충돌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상책인 거대 우주 시설이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한영민 항우연 우주발사체연구소장은 “ISS 근접을 고려해 (발사 가능 시간이 시작하는) 밤 12시54분에 최대한 가깝게 누리호를 발사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렇게 해야 누리호와 ISS 간 거리를 가능한 한 많이 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조치를 하면) 발사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정확한 시각은 (발사 전날 열릴) 발사관리위원회에서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누리호가 이렇게 ‘골치 아픈’ 시간대에 굳이 이륙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4차 누리호 주탑재체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고도 600㎞를 돌면서 극지방 오로라를 관찰할 예정이어서다. 한국 위치를 고려할 때 해당 시간대에 누리호를 쏴야 차세대중형위성 3호를 제 궤도에 들여보낼 수 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우주로 떠난 1~3차 누리호의 위성 또는 위성 모사체는 목표 궤도가 달랐기 때문에 이런 고민이 필요 없었다.
이번 4차 누리호에서는 초소형 위성이 지구 궤도에서 사출되는 장면을 찍는 동체 내부 카메라를 총 3대로 늘린 것도 특징이다. 2023년 3차 누리호 때까지 위성 사출을 촬영하는 카메라는 1대뿐이었다. 이 때문에 3차 누리호에 탑재됐던 초소형 위성 1기가 정상 사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하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 카메라 1대로는 촬영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한 소장은 “(4차 누리호에서는) 카메라 3대로 초소형 위성 12기가 정상 사출됐는지 시각적으로 잘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누리호의 본격적인 발사 준비 절차는 이륙 전날인 오는 26일 오후 6시쯤부터 시작된다. 이때 누리호를 대상으로 전기·전자 장치가 정상 가동되는지 확인한다. 연료인 케로신과 산화제인 액체산소도 동체에 주입한다. 발사 10분 전에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자동 관제시스템에 별다른 문제가 나타나지 않으면 누리호는 카운트다운이 ‘0’이 되는 순간, 나로우주센터에서 이륙한다. 이륙 뒤 지구 궤도에서 위성 사출을 마치면 누리호는 총 21분24초간의 비행 임무를 끝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