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의정부검사출신변호사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최근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급증하는 이스라엘 정착민 폭력 사태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착민 폭력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 온 이스라엘 정부가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이스라엘 군인이 공격을 받은 데다 미국이 가자지구 평화협정을 유지·진전시키기 위해 공들이고 있는 점을 의식해서로 풀이된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엑스에 “소수의 폭력적이고 위험한 정착민들이 벌인 사건은 충격적이며 매우 심각한 일”이라며 “민간인과 이스라엘 병사를 겨눈 이러한 폭력은 명백한 레드라인을 넘는 행위”라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서안지구 정착민 폭력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후 서안지구 사태가 가자지구 휴전을 위협할 수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날 복면을 쓴 수십명의 이스라엘 정착민이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마을 베이트리드와 데이르샤리프를 공격해 차량에 불을 지르고 재산을 파괴했다. 이들은 유제품 공장을 습격해 트럭 4대를 불태우고 곤봉을 휘두르며 창문 등을 부쉈다. 이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이스라엘 군인들을 공격하고 군용 차량을 파손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정착민 4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헤르초그 대통령의 발언과 정착민 체포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정착민 폭력이 점점 증가하고 심각해짐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정부는 그동안 침묵·묵인으로 일관해왔다. 정착민들이 체포되는 일도 드물며 대부분 처벌을 면제받는다. 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서안지구 정착민 폭력을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3년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대상으로 한 정착민 폭력도 급증했다. 2년 동안 정착민과 경찰의 폭력으로 1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특히 올리브 수확철인 지난달, 정착민 폭력은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달 정착민의 공격은 260회 이상 이뤄졌는데, 이는 2006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정착민들은 팔레스타인 농부들을 구타하고, 올리브 나무를 훼손하고, 이들이 농장에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지난달 77개 마을에서 4200그루 이상의 올리브 나무와 묘목이 훼손됐다.
결실을 거두는 수확철은 팔레스타인 농부들에게 ‘재앙’이 됐다. 움 슈크리는 정착민들이 가족을 폭행하고 위협해 땅을 떠나도록 강요해 2년 동안 올리브 농장에 갈 수 없었다고 CNN에 말했다. 그의 집은 약탈당했고, 태양광 패널은 사라졌고, 물탱크와 관개 파이프는 부서졌다. 가장 슬픈 일은 올리브 나무가 모두 죽어버렸다는 것이었다. 슈크리는 “열심히 일한 게 이렇게 된 걸 보니 숨이 막힌다. 우리는 이 땅을 50년 넘게 소유해왔다”고 말했다.
지난 8일에는 서안지구 베이타 근처 지역에서 올리브를 수확하기 위해 모인 주민들과 활동가, 언론인들을 공격해 로이터통신 직원 2명이 부상당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복면을 쓴 50여명의 남자들이 막대기를 휘두르고 돌을 던지며 폭행을 가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정착민 폭력이 지난 2년간 이스라엘 주류 정치의 영역 안으로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는 정착민들을 의견을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하고 있으며 그 배경엔 정착민 출신의 극우 성향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은 이스라엘이 정착민 폭력을 극히 드문 경우에만 조사하고 있으며 이조차도 진전이 없다며 “서안지구에서 정착민들의 폭력과 살인이 거의 완전한 면책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잠자리는 몹시도 제 머리를 사랑하는 것 같았다. 수평선보다 더 넓은 각도로 머리를 좌우로 돌리며, 뒤룩뒤룩 눈알을 굴리며. 물로 세수하는 것보다 더 엄청 꼼꼼히, 허공에서 마른손으로 연신 얼굴을 닦았다. 어떻게 하면 저리로 빠져나갈 수 있을까. 허공의 한 틈을 노리는 것 같다. 근처의 새들 또한 공중으로 투신하지만 모두 제 그림자 안으로 도로 내려올 뿐이다.
인천공항 근처로 애기향유 보러 꽃산행 나선 길. 난개발로 얼룩진 용유도는 발파 흔적이 요란히 남아 있다. 공사하다 말고 중단된 웅덩이마다 기름때 어른거리는 물이 고여 있고, 그건 아주 오래된 듯, 그 상처를 다독이며 힘겹게 무너진 생태를 다시 일으키고 있다. 한 무더기 노란 산국 앞에 엎드렸다가 뜻밖의 광경을 발견했다. 거의 탈색한 나뭇가지를 붙들고 있는 건 다 늙은 잠자리가 아닌가.
잠자리의 행색은 그야말로 남루 그 자체였다. 잠자리의 한살이를 내 다 알 수 없지만, 올봄쯤에 애벌레에서 깨어나 부화, 우화한 뒤 사계절을 통과해 이곳에 이른 셈일까. 잠자리의 날개는 지독했던 더위 속에서 몸통을 운반하고 다니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그 곱고 투명하던 날개는 찢기고 닳아 절반만 겨우 남았다. 폐차장으로 가기 직전의 헬리콥터. 몸에는 거뭇거뭇 이끼도 묻고, 이미 사체로 굳은 잠자리 미라가 아닐까 하는데, 잠자리에 찌릿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잠자리는 분명히 살아 있었다.
잠자리는 몇번 맹렬하게 날갯짓을 하지만 힘에 부친 듯 이내 그만두었다. 그것은 마치 <논어>의 ‘조삭비야’(鳥數飛也·공부란 새가 날갯짓을 무수히 하듯 해야 한다는 뜻)처럼, 날개에서 흰 눈이 펄펄 날리는 듯한 광경이었다.
날개만의 헛된 동작으로 그치고 말 것인가. 이제 힘은 날개 끝에서 다하고, 이렇게 내 눈앞에서 이 곤충의 생명도 끝나는 것일까, 생각하는 순간, 다시 한번 잠자리는 온몸의 힘을 끌어올려 맹렬히 날갯짓을 하더니 아, 훌쩍 날아올랐다. 등 뒤를 덮치려는 검은 괴물을 단박에 뿌리치고 잠자리는 이륙했다. 나만 움푹 추락시킨 뒤 도무지 침범 못할 자연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면 그렇지, 문명의 끄나풀인 나 따위에게 제 최후를 들킬 잠자리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