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사무소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 센터장이 ‘제33회 전태일노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전태일재단은 13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전태일 묘역에서 열린 ‘제55주기 전태일 추도식’에서 문 센터장에게 개인부문 노동상을 수여했다.
전태일노동상은 1970년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분신한 고(故) 전태일 열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노동자의 권익 신장과 사회 정의 실현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에 수여된다.
심사위원회는 “문 센터장이 30년 넘게 노동 현장을 지키며 ‘연대와 나눔’이라는 전태일 정신을 가장 현실적으로 실천해왔다”고 평가했다.
문 센터장은 1995년 노동운동을 시작해 30년 넘게 노동 권익 향상 활동을 이어왔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광주근로자건강센터 등을 거쳐 현재 전남노동권익센터를 맡고 있다.
특히 소외된 이주노동자들을 향한 활동이 주목받았다. 문 센터장은 젓가락질이 서툰 이주노동자를 위해 ‘포크 나눠주기’ 캠페인을 벌이고, 언어와 문화의 장벽 속 존중받는 관계 형성이 노동 인권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에서 ‘이주노동자 이름 불러주기’ 활동을 이어왔다.
또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생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 지원에도 힘써왔다. 아침을 굶는 노동자들을 위해 ‘아침 식사’ 나눔을 진행하고, 현장에서 모은 작업복을 세탁·수선해 필요한 노동자들에게 전달하는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사업을 추진하며 일터의 위생과 안전 환경 개선에 나섰다.
문 센터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차비가 없는 와중에도 동료에게 풀빵을 나눴던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오늘날의 방식으로 실천하려 했을 뿐”이라며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노력들을 뜻깊게 봐주신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전태일 열사가 보여준 나눔과 연대의 정신을 계승하고, 이를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장시켜 나가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열린 제55주기 전태일 추도식은 전태일의 희생을 기리고 ‘전태일의 날’ 국가기념일 지정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진행됐다.
전태일노동상 특별상은 양대노총 타워크레인 노조(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한국노총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 공로상은 고 유희 십시일반 음식연대 밥묵차 대표와 월간 ‘작은책’이 받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양측의 시장과 자원의 ‘필수불가결성’이 대결하는 양상이라는 전문가 평가가 나왔다.
스즈키 카즈토 일본 지경학연구소장(도쿄대 교수)은 12일 서울에서 열린 ‘제8차 경제안보외교포럼’에 패널로 참석해 “미국 시장의 필수불가결성과 중국 자원의 필수불가결성이 맞붙은 형국”이라며 “국제적 힘의 균형이 필수불가결성 개념으로 재형성됐다”고 밝혔다. 외교부 경제안보센터가 주최한 이번 포럼은 ‘변화하는 글로벌 통상질서 속 우리의 경제안보 전략’을 대주제로 ‘국가별 경제안보 정책의 변화와 외교의 역할’ 등을 다뤘다.
스즈키 소장은 미국이 자국 시장의 필수불가결성을 무기로 이용해 상대국과의 관세 협상을 통해 투자를 얻어냈다고 짚었다. 스즈키 소장은 “미국의 관세는 다른 국가를 강제하는 효과적인 도구”라며 “미국 시장 없이는 (한국과 일본 등) 다른 국가가 경제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점을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이 관세를 낮추는 대신 각각 3500억달러와 55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스즈키 소장은 같은 맥락에서 중국이 희토류 등 핵심광물을 이용해 다른 국가를 강제한다고 진단했다.
스즈키 소장은 미·중 무역 갈등에서 중국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최근 호주와 말레이시아, 일본 등과 희토류 공급망 관련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거론하며 “미국이 대중 의존도를 낮춰 중국의 (희토류라는) 레버리지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상황을 타파해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날 패널로 나온 미레야 솔리스 브루킹스연구소 아시아정책연구센터장도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 1기와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다르게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라며 “중국은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광물을 미국에 대한 지렛대로 활용한다”고 했다. 솔리스 센터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얼마나 오래 갈지, 철폐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두고는 “도입한 관세를 없애는 건 쉽지 않다”라며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중국에 부과된 관세는 계속 유지됐고 (2기에서) 새로운 관세가 덧붙여진 것”이라고 했다.
김희상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은 개회사에서 “오늘날 국가 간의 경제와 안보가, 협력과 경쟁이 복합적으로 교차되는 복잡한 경제안보 시대에 살고 있다”라며 “공급망 안정과 기술보호를 위한 협력을 강화해 가고 있지만, 한편으론 첨단기술 주도권과 핵심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조정관은 “경제안보는 무역과 기술, 공급망, 에너지,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책에 있어서 핵심적으로 고려될 요소가 됐다”라며 “우리나라도 경제안보를 뒷받침해야 할 제도적인 장치, 외교적인 전략을 더욱 체계화해야 할 시점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