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배우 오영수씨(81)의 강제추행 혐의 무죄 판결에 대해 이 사건 피해자가 “성폭력의 발생 구조와 위계 구조를 굳건히 하는 데 일조한 부끄러운 선고”라며 유감을 표했다.
11일 오후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는 경기도 수원시 수원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와 같은 피해자 입장문을 공개했다. 입장문에서 피해자는 “사법부는 이번 판결이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에 대해 책임감 있게 성찰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무죄 판결이 결코 진실을 무력화하거나, 제가 겪은 고통을 지워버릴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욱 단단해진 마음으로 끝까지 진실을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수원지법 형사항소6부(곽형섭 김은정 강희경 부장판사)는 오씨의 강제추행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었던 원심 판결이 뒤집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이 사건 강제추행이 발생한 지 약 6개월이 지나 성폭력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고 친한 동료 몇 명에게 사실을 알렸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메시지에 피고인이 사과한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공소사실처럼 강제추행한 것 아닌지 의심은 든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다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피해자의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강제추행을 했다는 것인지 의심이 들 땐 피고인 이익에 따라야 한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판결 이후 피해자 측은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과도하게 부정당했다고 반박했다. 피해자를 대리한 김예지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내밀한 피해에 관한 자료를 전부 외부 사설 진술분석센터에 맡겼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두 차례 추행 모두 행위가 비교적 단순하고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것을 감안하면 피해자의 진술이 충분히 상세하였음에도, 해당 진술분석센터는 입술이 닿았다 떼질 때 ‘쪽’ 소리가 났다거나, 숨결이나 입술의 감촉, 축축한 느낌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등 피해자의 진술이 피고인이 원하는 만큼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오씨가 대선배이자 연극계 원로였고 피해자는 사회 초년생이었던 위계 구조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예지 변호사는 “피해자가 처했던 특별한 사정에 비춰 볼 때 피해자는 곧바로 고소하지 않거나 감정을 억압해 일상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피고인에 대한 존경을 표하거나 친근하게 대하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음에도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는 계속 이상한 사람으로 매도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유무죄를 가려야 할 재판이 오히려 피해자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자리가 됐다”고 지적했다.
오씨는 2017년 여름 연극 공연을 위해 한 지역에 머물던 중 작품에 함께 출연한 배우를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산책로에서 피해자를 껴안고 피해자의 주거지 앞에서 볼에 입맞춤하는 등 두 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로 2022년 11월 불구속 기소됐다.
사건 당시 피해자는 사회 초년생인 계약직 인턴이었다. 피해자는 2021년 10월 문자메시지로 오씨에게 사과를 요청했으나 오씨가 “딸 같기도 하고”, “치기였다”는 반응을 보이자 고소를 결심했다고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3월 오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일기장 내용, 이 사건 이후 상담기관에서 받은 피해자의 상담 내용 등이 사건 내용과 상당 부분 부합하며, 피해자 주장은 일관되고 경험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진술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1심과 2심에서 오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오씨는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2022년 1월 미국 골든글로브 TV부문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여하는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 화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 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
인도 정부가 수도 뉴델리에서 차량이 폭발해 최소 13명이 숨진 사건을 두고 “반국가 세력이 저지른 테러”라고 규정했다.
인도 내각은 12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주재한 국가안전보장위원회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10일 발생한 폭발은 반국가 세력이 저지른 극악무도한 테러 행위”라며 “모든 형태의 테러리즘에 대해 절대 관용하지 않는다는 인도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아슈위니 바이슈나우 인도 철도·정보방송·전자정보기술부 장관은 취재진과 만나 “내각은 신속하고 전문적인 수사를 지시했다”며 “배후 세력과 공범, 후원자를 철저히 밝혀내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전했다. 현재 인도 연방 대테러 기관인 국가조사국 등이 수사를 담당하고 있다.
내각은 이날 테러의 성격이나 배후 세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았았다. 다만 현지 매체 힌두스탄타임스는 용의자들이 약 32대의 노후 차량에 폭발물을 장착해 여러 장소에서 조직적인 공격을 감행할 계획이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일 인도 뉴델리에 있는 유명 유적지 레드포트 인근에서는 차량이 폭발해 최소 13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2011년 이후 뉴델리에서 14년 만에 처음으로 발생한 폭발 테러다.
경찰은 이날 카슈미르 풀와마 지역에서 이번 테러와 관련해 5명을 추가 체포했다고 밝혔다. 앞서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카슈미르 지역 출신 의사들은 테러방지법에 따라 조사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파키스탄에 기반을 둔 이슬람 무장단체 자이시에무함마드 등과 연관돼 있다고 보고 있다. 카슈미르 지역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영유권 분쟁 지역이다.
가디언은 “인도 정부가 이번 사건을 테러라 선포함으로써 수사관들은 급습, 체포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