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학교폭력변호사 내연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신생아를 차량 트렁크에 방치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30일 살인과 시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23년 12월29일 내연관계인 B씨가 아이를 출산하자, 2024년 1월8일 B씨와 공모해 아이를 자신의 차량 트렁크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이는 2024년 1월10~17일 도로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저체온 등으로 숨졌다. 이들은 같은 달 21일 트렁크에서 아이 시신을 꺼내 경기도의 한 리조트 앞 해변 수풀에 유기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친모가 쇼핑백에 피해자를 넣어 차량 트렁크에 두고 그대로 방치하고 있음을 알았음에도 아무런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B씨가 병원을 통해 아이를 입양 보낸 것으로 알고 있었고, 차량 트렁크에 아이를 실은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 주장에 부합하는 객관적인 정황이 있고, A씨와 공모했다는 B씨의 진술은 진술 번복 경위 등에 비춰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사 초반엔 단독 범행이라고 진술했던 B씨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A씨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진술을 바꿨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이 같은 항소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 관계, 진술의 신빙성 판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월 B씨에 대해 징역 6년을 확정했다.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이 이달 미국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리아와 레바논에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촉구하는 등 중동 질서 재편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바레인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 ‘마나마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특사인 톰 배럭 주튀르키예 미국대사는 “알샤라 대통령이 이달 중 워싱턴을 방문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오는 10일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럭 특사는 시리아가 미국이 주도하는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연합군에 합류한다는 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큰 진전이자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1946년 시리아가 독립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있었던 알샤라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은 25년 만의 양국 정상 회담이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시리아에 관한 대부분의 제재를 철회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관계 정상화를 골자로 하는 ‘아브라함 협정’을 확대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시리아가 협정에 참여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배럭 특사는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 다섯번째 직접 협상이 열릴 것이라고도 말했다. 다만 배럭 특사는 양국이 합의에 언제 도달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지난 8월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드루즈족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국방부 건물 등을 공습했다.
배럭 특사는 이날 레바논에 관해서는 “실패한 국가”라며 “새로운 중동 질서 재편에 동조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관해 더 공격적으로 나설 경우 동맹국을 지원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만 배럭 특사는 “레바논이 나아갈 최선의 길은 이스라엘과 대화를 시작하고 외교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 회복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자지구 휴전, 지난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독재 정권 몰락 등으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확대할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평화 구상에서 중요한 과제다. 배럭 특사는 “미국은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를 압박해왔고, 레바논 정부가 이를 이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목표는 비현실적”이라면서도 “(헤즈볼라가 무장을 해제한다면) 걸프국가들이 최대 100억달러(약 14조원)을 투자할 용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이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 “판문점도 쉽지 않은데 일부에서 나오는 원산이나 평양처럼 판문점에서 멀어질수록 미국 쪽도 되게 힘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이 원산 갈마지구에서 만나거나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판문점 또는 (판문점 북측) 판문각에서 하는 경우, 다른 곳에서 하는 경우를 다 생각하고 있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 수석은 ‘경호가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는 이어진 질문에 “굉장히 상식적으로 저희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날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해온 김 위원장과 만남이 성사될 경우, 현실적 여건상 북한 수도 평양이나 최근 각종 관광시설이 갖춰진 원산 갈마지구가 장소로 정해지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 수석은 북·미 정상이 만날 가능성에 대해 “무슨 깜짝 회담이 있을지 저도 궁금하다”며 “현재까지는 저희가 (북·미 간) 어떤 징후나 움직임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쯤 저렇게 움직임이 없으면 일반적으로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 수석은 “그렇지만 트럼프 스타일이라는 게 있다”며 “그럴 가능성까지 열어놓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날 확률과 만나지 않을 확률 중 어디가 높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모 아니면 도 아닌가”라며 “확률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이 만나면 비핵화라는 목표 아래 미국과 한국이 협력할 것이라는 뜻도 밝혔다. 이 수석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에 대해 현재까지 한·미가 같은 방향을 걷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며 “그 공조 위에서 북·미 회담이 열렸을 때 저희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그런 (한·미) 공조체계가 깨져본 적도 없고 흔들린 적이 없다”며 “만약에 (북·미 정상이) 만난다면 그 토대 위에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거듭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 보유국)’로 규정해 논란이 커진 북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북·미 정상 만남 시 제기될 수 있는 ‘한국 패싱’ 논란에 선을 그으며 한·미 동맹의 역할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