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쇼핑몰 여느 때 보다 긴 추석 연휴도 어느덧 끝자락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길었던 만큼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모처럼 만끽한 평안한 시간을 되새기며 마음을 달래봅니다.
이번 추석 연휴 풍경을 모아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추석을 앞두고 실향민들을 만나 “하루빨리 남북 관계가 개선돼서 여러분도 고향 소식을 다 전해 듣고, 헤어진 가족과 만나 따뜻하게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 날을 최대한 앞당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추석 연휴 첫 일정으로 인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에서 ‘실향민들과의 대화’ 행사를 열고 “동물들은 강 아래위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데 사람들만 선을 그어놓고 넘어가면 가해를 할 것처럼 위협하면서 총구를 겨누며 이렇게 수십 년 세월을 보내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남북 간에 긴장이 격화되고 지금은 적대성이 너무 강화돼 아예 서로 연락도 안 하고 이러다 보니까”라며 “한 때는 이산가족 상봉도 하고, 소식도 주고받고 그랬는데 이제는 완전히 단절돼 버린 상태가 (된 것이) 저를 포함한 정치인들의 정치 부족함 때문이라는 자책감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실향민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들었다. 황해도 연백군 출신인 실향민 정해식씨는 “9살 때 동생과 할아버지를 고향에 두고 나온 지가 벌써 73년인가 됐다. 제가 지금 83살로 (이산가족) 마지막 세대”라며 “5년 안에 (가족의) 생사를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40년 동안 하고 있다는 정해식씨는 “9살에 헤어진 동생의 얼굴이 아직도 또렷하다”며 생사 여부라도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 마무리 발언에서도 정치의 책임을 강조하며 남북 대화 재개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안타까운 이산가족들이 생사 확인이라도 하고, 하다못해 편지라도 주고받을 수 있게 그렇게 해 주는 것이 남북의 모든 정치의 책임 아닐까 한다”며 “북측에도 이런 안타까운 점들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고려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끝으로 “저나 정부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지금보다는 상황이 개선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며 “결과를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사람 하는 일이 정성을 다해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상황으로 바뀔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 전에는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실향민들과 함께 북녘을 조망했고, 간담회를 마친 뒤에는 참석자들과 함께 1993년 실향민을 위해 세운 임진각 망배단을 둘러봤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실향민들의 이야기를 가슴에 새기고 이산가족이라는 역사적 상처를 치유해야 할 국가의 책무에 대해 다시금 되새겼다”고 서면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보수 단체 중심으로 반중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여자들은 “짱깨 나가라!” 등 중국인에 대한 혐오 표현이 담긴 구호를 외쳤다. 인근 상인과 시민들은 “혐오로 갈등이 커질 것 같다”며 우려했다.
이날 서울시청·서울역·광화문 등에선 여러 보수 단체들의 반중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명동·대림동 일대에서 반중 집회를 열어온 보수단체 민초결사대는 오전 11시 흥인지문 앞에서 ‘개천절 기념 태극기 행진’을 진행했다. 오후 2시30분엔 자유대학이 동대문역 인근에서 반중 집회를 열었다. 앞서 자유대학은 반중 집회에서 혐오 표현을 사용해 외국인·상인 등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개천절 대규모 반중 집회가 예고되자 경찰은 “특정 인종이나 국적 등에 대한 혐오성 표현 등 공공의 안녕 질서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행위를 금지한다”며 지난달 26일 집회 제한 통고를 내렸다. 보수단체 측이 이를 취소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자 법원은 지난 2일 “경찰이 48시간 이내에 제한 통고를 하지 않았다”며 이 신청을 받아들였다. 현행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은 집회 금지나 제한 통고의 경우 집회를 신고하고 48시간 내에 하도록 돼 있다. 법원은 다만 “집회·시위에서 언어적·신체적 폭력, 협박 등의 허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건의 쟁점과 상관없이 집회 참가자는 법 규범을 준수해야(한다)”고 짚었다.
하지만 이날 집회에선 혐오 표현이 공연히 사용됐다.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짱깨, 북괴, 빨갱이는 대한민국에서 꺼져라” 등 혐오 표현이 담긴 노래를 불렀다. “차이나 아웃!”이라고 외치거나 “중국 공산 없애면 세계평화 있다”고 중국어로 쓰인 팻말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종로구 일대 상인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진정연씨(65)는 “연휴라 장사해야 하는데 시끄러워서 손님을 못 받고 있다”며 “합리적인 이유로 시위를 하는 거면 괜찮은데 유튜브에서 가짜뉴스를 보고 저러니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김순오씨(59)는 “너무 시끄러워서 장사가 안 된다”며 “유튜브를 많이 보는 사람들 같은데 옳고 그름을 구분해서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우려를 표했다. 김모씨(71)는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혐오 발언을 하는 건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 아닌가 싶다”며 “미국 조지아주 구금 사태도 있고 중국과 협력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해보이는데 괜히 갈등을 일으키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상을 찌푸린 채 시위 행렬을 보고 있던 이모씨(59)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중국으로 갈 텐데 같은 대우를 받으면 기분이 안 좋지 않겠냐”며 “중국 관광객들이 보면 다시 우리나라에 오기 싫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 장소 인근에는 연휴를 맞아 관광을 오거나 나들이를 나온 외국인과 어린이들이 지나갔다. 한 외국인은 “무슨 일인지 잘 모르지만 위험해보인다”며 시위대를 바라봤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최근 특정 국가·국민을 겨냥한 허무맹랑한 괴담·혐오발언들이 무차별 유포되고, 인종차별적 집회도 계속되고 있다”며 “국익과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이 백해무익한 자해행위를 완전히 추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한 중국대사관도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중국 국민이 국경절과 추석을, 한국 국민이 개천절과 추석을 보내는 경사스러운 시기에 집회를 하는 것은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것”이라며 “한국에 있거나 한국 방문 예정할 중국 관광객들에게 신변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